[FETV=박민석 기자] 한화투자증권이 네이버의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인수 추진과 맞물려 보유 지분 매각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2021년 FI(재무적 투자자)로 두나무에 투자한 이후 회수 시점이 임박한 데다, 2022년부터 무배당 기조가 이어지며 주주들의 엑시트 요구도 한층 거세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회사는 보유 중인 두나무 보통주 지분 5.94%(206만9450주)를 매각하는 방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전일 공시를 통해 “최근 두나무와 네이버파이낸셜이 포괄적 주식교환을 포함한 전략적 제휴 논의를 진행 중에 있어 계속 보유, 매수청구, 매각을 모두 열어두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고 밝혔다.
한화투자증권은 지난 25일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이 두나무와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의 합병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여러 시나리오를 검토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공식적인 교환비율은 공개전이나, 시장에서는 네이버파이낸셜 가치를 약 5조원, 두나무를 약 15조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비율을 적용하면 두나무 주주는 주식 1주당 네이버파이낸셜 주식 약 3주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네이버파이낸셜은 네이버가 최대주주(70%), 미래에셋그룹이 30%(전환우선주 포함)를 보유하고 있다. 두나무의 최대주주는 송치형 회장(25.53%)이며 김형년 부회장(13.11%) 외에 카카오인베스트먼트(10.59%), 우리기술투자(7.20%), 한화투자증권(5.94%) 등이 FI 투자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이 성사될 경우 네이버파이낸셜의 최대주주는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2대 주주는 네이버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네이버파이낸셜과 두나무는 조만간 이사회와 임시주총을 열어 주식교환을 확정할 전망이다. 두나무 주주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등 일부 FI(재무적투자자)들이 반대하고 있으나, 양사 모두 지배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40% 이상이기에 주총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4년간 8배 불어난 지분가치…‘엑시트 vs 홀딩’ 기로 선 한화증권
2021년 2월 두나무 FI로 참여한 한화투자증권은 말 그대로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투자 시점 대비 두나무 지분가치가 폭등하면서 엑시트이든 홀딩이든 어느 쪽을 선택해도 손해는 없기 때문이다.
한화투자증권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두나무 지분 장부가치는 3958억원, 주당 장부가액은 19만1258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최초 투자액 583억원 대비 4년 만에 8배 가까이 불어난 수치다. 이 기간 배당으로만 403억원을 거둔 점도 눈에 띈다.
게다가 최근 네이버파이낸셜의 두나무 인수설이 불거진 이후 두나무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지난 29일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 기준 주가는 38만1000원까지 치솟았으며, 이를 적용하면 한화투자증권이 보유한 두나무 지분 가치는 7884억원에 달한다.
![한화투자증권 보유 두나무 지분 및 장부가액 [사진 한화투자증권 사업보고서]](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940/art_17591862818009_1d9836.png?iqs=0.8593770045067852)
일각에서는 한화투자증권이 네이버파이내셜과 두나무가 추진 중인 주식교환에 참여해 네이버파이낸셜의 주주로 전환하기보다는 지분 매각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FI 특성상 투자 회수 시점이 다가왔고, 지분가치 평가에 대한 불확실성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합병 이후 네이버파이낸셜의 스테이블코인 사업 진출과 나스닥 상장 가능성에 베팅한다면 교환 참여도 의미가 있지만, 상장 전까지 지분 매각은 불가능해진다.
또한 주식교환에 반대하며, 두나무측에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면 현금화는 가능하지만, 외부평가기관의 보수적 평가가 적용돼 시장에서 거론되는 15조원 밸류에는 크게 못 미칠 수 있다.
결국 주식교환 참여보다는 매각을 통한 현금화 시나리오에 더 무게가 실린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IB업계에 따르면, 한화투자증권은 두나무 지분 매각을 위해 복수의 글로벌 IB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한화투자증권의 두나무 지분 매각 소식이 전해지자 지난 29일 한화투자증권과 한화투자증권(우) 주가는 전일 종가 대비 각각 17%, 30% 급등하기도 했다.
◇3년간 무배당…주주 불만도 매각 압박 요인
배당 공백도 지분 매각 가능성을 키우는 변수다. 한화투자증권은 2021년 이후 부동산PF 충당금 적립에 따른 실적 악화로 배당을 전혀 하지 못했다. 실제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2022년 344억원에서 2023년 315억원, 2024년 40억원으로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실적이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배당 재개를 장담하기 어렵다.
결국 두나무 투자 성과가 장부상으로만 불어나고 있는 동안 한화투자증권 주주들은 단 한 푼도 환원받지 못한 셈이다. 이에 투자 성과는 사상 최대인데 주주 몫은 제로라는 불만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6월말 기준 한화투자증권의 주요 주주는 한화자산운용(46.08%), 국민연금공단(7.33%)이며 나머지 40%는 소액주주로 구성돼 있다.
한화투자증권 관계자는 “향후 두나무 지분은 회사에 가장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처리할 계획”이라며 “배당은 연말 결산 기준으로 배당가능이익이 확정돼야 검토가 가능한 사안으로, 배당가능이익이 발생할 경우 주주환원을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