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민석 기자] 신한투자증권이 중국 상하이 사무소 철수에 이어 미국과 인도네시아 법인 매각 절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적자가 누적된 법인을 정리하고, 베트남·홍콩 등 수익성이 뚜렷한 해외 거점에 집중하기 위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란 해석이 나온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한투자증권은 미국법인(Shinhan Securities America Inc.)을 키움증권에 매각하기 위해 가격 협상에 들어갔다. 거론되는 매각가는 약 300억원 수준이며, 키움증권이 미국 주식 중개를 위한 브로커 라이선스 확보 차원에서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매각을 추진 중인 것은 맞지만 확정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미국법인은 1993년 설립 이후 한때 흑자를 냈지만 최근 3년간은 순손실이 이어졌다. 2022년 1억7900만원으로 시작해 지난해에는 11억3300만원의 순손실을 냈다. 올해 상반기에는 손실 규모를 줄였지만 여전히 3억700만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앞서 신한투자증권은 올해 3월 이사회에서 ‘미국법인 폐쇄 승인안’을 상정하기도 했다. 매각이 마무리되면 해외 거점은 인도네시아·베트남·홍콩 3곳만 남게 된다.
한편,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7월 중국 상하이 사무소도 철수했다. 이는 2008년 굿모닝신한증권 시절 설립돼 17년간 운영해온 조직으로, 직접 영업보다는 IB(기업금융) 딜 연결 창구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미·중 갈등 심화로 현지 활동이 위축되면서 철수 결정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부진의 늪’ 인니법인, 지주사 전환 속 매각 카드 부상
미국법인과 함께 적자를 이어온 인도네시아 법인도 매각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미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6월 이사회에서 인니 법인(PT Shinhan Sekuritas Indonesia)의 지분 매각 계획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투자증권은 2016년 현지 마킨타증권 지분 99%를 인수하며 인도네시아에 진출했지만 성과는 부진했다. 2021년 당기순이익 2억8200만원을 기록한 이후로는 2022년 26억9800만원, 2023년 4억9300만원, 2024년 7억7800만원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6억9600만원의 꾸준히 순손실을 내고 있다.
현지에서 브로커리지에 집중하는 타 증권사들과 달리 기업공개(IPO), M&A(인수합병) 등 IB(투자은행)을 주력으로 나섰으나, 여전히 괄목할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한 상황이다.
![2022년~2025년 상반기 신한투자증권 해외법인 순이익 현황 [사진 신한투자증권 사업,반기보고서]](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938/art_17580896095959_fe0078.png?iqs=0.7015655291725925)
지속된 적자에 더불어 최근 인도네시아 금융당국(OJK)이 현지 진출 금융사들에 지주사 설립을 요구하면서 인니 법인의 매각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 같은 내용이 담긴 OJK가 도입한 ‘금융복합그룹 규제’에 따르면 총자산 100조 루피아(한화 8조4000억원)이상이면서 2개 이상의 금융업을 영위하는 경우 현지 지주사 설립을 의무화한다. 은행·카드·증권을 모두 보유한 신한금융도 대상에 포함돼 현재 인도네시아 은행법인을 지주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추후 지주사 산하에 신한카드와 신한투자증권 인니법인이 편입되는 구조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인니법인의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 것은 맞지만 매각 대상이나 비율은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지주사 설립 과정에서 장기간 적자를 이어온 신한투자증권의 인니 법인이 매각 대상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인니 법인도 미국법인처럼 적자가 지속되고 있기에 매각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며 “지주사 설립은 적자 계열사를 정리할 좋은 명분"이라고 설명했다.
◇베트남·홍콩은 ‘알짜’…해외법인 옥석 가리기 뚜렷
반면 베트남·홍콩 법인은 성과를 내며 신한투자증권 해외 전략의 ‘알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베트남 법인인 SSV(Shinhan Securities Vietnam Co., Ltd.)는 2015년 진출 이후 성장세가 가팔랐다. 순이익은 2022년 44억에서 지난해 70억으로 2년만에 1.5배 가량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도 26억7500만원을 기록했다.
신한투자증권은 리테일 부문 확대에 주력하며 베트남에서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베트남 현지 MZ세대들에게적용된 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수수료 혜택과 저금리 서비스 제공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지난해 12월에는 20~30대 고객 확보를 위해 현지 유명 가수이자 배우인 '황옌치비'를 공식 홍보모델로 내세우고, 지난 5월에는 베트남 최대 증권 정보 커뮤니티인 파이어앤트에 지분 투자도 단행했다.
홍콩 법인 역시 안정적인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42억200만원의 순익을 올렸는데 올해는 상반기에만 42억7200만원을 기록해 지난해 연간 성과를 이미 넘어섰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미국·인도네시아 법인 매각을 추진 중이지만 세부 조건은 정해지지 않았다”며 “성과가 뚜렷한 베트남·홍콩 법인에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