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부동산 권리조사업체 리파인을 둘러싼 최대주주인 LS증권·스톤브릿지캐피탈과 2대 주주 머스트자산운용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바이아웃펀드와 행동주의펀드, 양측의 투자전략이 근본적으로 다른 만큼 이해관계도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FETV는 교환사채(EB) 논란부터 자본배치 정책에 이르기까지 양측의 상반된 전략을 짚어본다. |
[FETV=박민석 기자] 리파인이 쌓아둔 막대한 자기자본을 두고 최대주주 리얼티파인과 2대주주 머스트자산운용이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머스트운용은 주주환원에 자기자본을 활용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리얼티파인은 투자를 통한 성장에 방점을 찍고 있다.
◇ 4년간 자기자본 5배 증가…IPO 자금도 ‘잠자는 돈’
리파인의 올해 상반기 자기자본(별도 기준)은 1920억원으로 시가총액의 66% 수준에 달한다. 상장 직전인 2020년(360억원)과 비교하면 불과 5년 만에 5배 넘게 불어난 셈이다.
![2020~2025년 상반기 리파인 자기자본&이익잉여금 현황 [사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936/art_17570557421336_3d7610.png?iqs=0.0879312968858883)
이 같은 증가는 자기자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이익잉여금이 같은 기간 3배 이상 늘어난 데다, 2021년 기업공개(IPO)를 통해 늘어난 주식발행초과금이 더해진 결과다. 여기에 지난 7월 리얼티파인이 자사주를 활용해 발행한 교환사채(EB)가 전량 보통주로 전환되면서 기타자본이 줄어들어, 3분기에는 자기자본이 한층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리파인이 이렇게 불어난 자기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상장 이후 지금까지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은 단 한 차례도 없었고, 신규 투자에도 소극적이었다.
특히 IPO 당시 약 895억 원을 조달했지만, 올해 상반기까지 실제 집행액은 252억 원(집행률 28%)에 그쳤다. 2021년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리파인은 IPO 자금을 ▲차세대 권리조사 및 시스템 고도화(435억 원) ▲신규 플랫폼 구축(429억 원) ▲해외사업 조사 및 BM 연구(31억 원)에 사용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금리 인상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집행을 지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공모 당시 내걸었던 B2C 플랫폼·AI 시스템 투자는 차일피일 미뤄진 셈이다.
◇상이한 자기자본 활용법…머스트 "주주환원으로 ROE 개선" vs 리얼티 "신규투자 통한 성장"
머스트운용은 리파인이 쌓아둔 자기자본을 주주환원에 활용해 자본효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1일 주주서한에서 머스트운용은 “리파인은 매년 200억원 이상 순이익을 내지만 재투자가 거의 없어 현금만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3년간 사옥 신축 외엔 별다른 자본지출이 없었던 만큼 사업 지속에 필요한 적정 자기자본은 500억 원 수준"이라며 자기자본 축소 필요성을 강조했다. 나머지는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 등 적극적 주주환원으로 돌려 ROE(자기자본이익률)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논리다.
머스트운용은 “주주환원 정책을 병행하면 현 10%대인 ROE가 최대 50%까지 상승할 수 있다”며 주주환원을 위한 첫 걸음으로 오는 24일 열리는 임시주총에서 자본준비금 감액을 통한 배당 재원 확대 안건을 상정했다.
반면 리얼티파인은 자기자본을 주주환원이 아닌 신규 투자에 활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전세대출 규제로 주요 매출원이던 전월세대출 권리조사 수수료가 줄어든 상황에서, B2C(기업-소비자) 사업 확장을 위한 플랫폼 구축과 M&A(인수합병)에 자본을 투입해야 한다는 논리다.
실제 올해 리파인 상반기 매출액은 325억원, 영업이익은 1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45%, 13.6% 감소했다. 이에 지난 4월 리파인이 발행한 355억 원 규모 EB 역시 인수자금 등 투자를 위한 재원이라는 설명이다.
리얼티파인 관계자는 “기존에도 1300억 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기업 인수에 얼마가 들지 확실치 않아 EB를 통해 추가 자금을 확보한 것”이라며 “현재 인수 후보 기업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머스트운용 VS 리얼티파인 자기자본 활용방안 정리 [편집 FETV]](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936/art_17570577575111_88f04c.png?iqs=0.15635106116870612)
아울러 머스트운용이 제시한 ‘ROE 50%’ 목표에 대해서도 “전세대출 권리조사 등 기존 B2B 사업 성장이 정체된 상황에서 신규 투자 없이 자기자본만 줄이는 것은 장기 성장을 고려하지 않은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주주환원 통한 단기 ROE 개선, 장기 성장성과는 별개
시장에서는 머스트운용의 주주환원 요구가 단기적으로는 자기자본을 줄여 ROE를 끌어올리는 효과가 있지만, 회사의 장기 성장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리파인의 주가가 주주환원을 통해 억지로 부양할 만큼 저평가된 상황도 아니라는 평가다. 지난 6월 말 기준 리파인의 투자지표는 PER(주가수익비율) 16배, PBR(주가순자산비율) 1.3배 수준으로, 단순히 자본 규모 때문에 주가가 눌려 있다는 해석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ROE 개선은 단기 주가에는 긍정적일 수 있으나, 기업가치를 근본적으로 높이려면 신규 투자와 매출 확대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주주환원 여부는 ROE만이 아니라 다양한 투자지표를 함께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