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부동산 권리조사업체 리파인을 둘러싼 최대주주인 LS증권·스톤브릿지캐피탈과 2대 주주 머스트자산운용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바이아웃펀드와 행동주의펀드, 양측의 투자전략이 근본적으로 다른 만큼 이해관계도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FETV는 교환사채(EB) 논란부터 자본배치 정책에 이르기까지 양측의 상반된 전략을 짚어본다. |
[FETV=박민석 기자] 리파인의 교환사채(EB) 발행을 두고 2대 주주 머스트자산운용과 최대주주 리얼티파인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머스트는 저가 발행으로 주주가치가 훼손됐다고 반발하는 반면, 리얼티파인을 간접 지배하는 LS증권·스톤브릿지캐피탈(이하 스톤브릿지)는 사업 다각화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맞서고 있다.
◇EB 발행 둘러싼 공방…“지분 확대 위한 편법” vs “성장 위한 현금 확보 차원”
양측의 갈등은 리파인이 EB를 발행하면서 본격화됐다. 리파인은 리얼티파인이 최대주주가 된 지 불과 일주일 만인 4월 9일, 자사주 241만953주(13.9%)를 활용해 355억원 규모 EB를 발행했다. 교환가액은 주당 1만4709원, 표면·만기 이자율은 연 6%였다. 발행 목적은 운영자금 120억원과 시스템 개발·AI 사업 등 투자자금 234억원 조달이었다. EB는 리얼티파인이 전량 인수했고, 불과 3개월 뒤 보통주로 전환되면서 지분율은 34.05%에서 47.96%로 늘어났다.
![리파인 EB발행 주요내용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936/art_17569317249911_3319fc.png?iqs=0.039744014883295375)
머스트운용은 공개 주주서한을 통해 EB의 발행 배경과 교환가액, 이자율 3가지를 문제 삼았다. 우선 리파인이 EB 발행 시점에 이미 13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EB를 굳이 발행한 것은 최대주주의 지분 확대를 위한 ‘편법’이라고 지적했다.
교환가액 역시 문제 삼았다. 리얼티파인이 EB발행 직전 이전 최대주주로부터 지분을 주당 2만7159원에 매입한 반면, 리파인이 발행한 EB는 약 45% 낮은 주당 1만4709원에 책정됐다. 머스트운용은 이로 인해 회사가 300억원에 가까운 손해를 보고 헐값에 지분을 내줬다고 주장했다.
이자율 역시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자사주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B는 통상 0%에 가까운 표면이자율을 적용하는데, 이번 발행은 연 6%로 책정됐다. 머스트운용은 “리얼티파인이 우리은행 등에서 EB 인수자금을 조달하며 연 5.89%의 대출금리를 부담했는데 이를 메우기 위해 높은 이자를 책정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리얼티파인측에선 머스트의 주장이 과도하다고 반박했다. 우선 EB 발행은 향후 신규 투자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리얼티파인 관계자는 "현 리파인의 B2B 사업엔 한계가 있기에 B2C 전환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보유 중인 현금만으로는 추후 M&A(인수합병)와 시스템 개발 자금을 충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에 EB를 발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과도한 표면 이자율 논란에 대해서는 "애초 보통주 전환을 전제로 한 발행이었다”며 “명목상 이자는 연 6%였지만 3개월 만에 전환돼 실제 부담은 연 1.5% 수준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교환가액 논란에 대해서도 “인수가에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돼 있어 단순 비교는 무리”라며 “EB 교환가는 발행 당시 시장가 대비 10% 이상 높은 수준에서 책정됐다”고 강조했다.
![머스트자산운용과 리얼티파인 EB 발행 공방 핵심 쟁점 정리 [정리 FETV]](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936/art_17569315401949_e85abe.png?iqs=0.8473183106720702)
머스트운용은 오는 17일까지 리파인 경영진과 대주주측에 서한에 대한 공식 답변을 요구했으며, 미흡할 경우 주주권 행사와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다.
◇바이아웃 vs 행동주의, EB 발행을 바라보는 간극
시장에서는 이번 갈등의 뿌리를 펀드 전략 차이에서 찾는다. 리파인의 최대주주 리얼티파인을 사모펀드(스톤브릿지에쿼티오퍼튜니티제2호의1 사모투자합자회사)를 통해 간접 지배하는 LS증권과 스톤브릿지는 경영권을 확보한 뒤 중·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키워 매각하는 전형적인 바이아웃 전략을 따르고 있다.
반면 머스트운용은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에 방점을 두는 행동주의 펀드다. 실제 고려아연·영풍 경영권 분쟁 당시에도 영풍 지분 3%를 확보해 자사주 전량 소각을 요구한 전례가 있다.
이에 따라 자사주를 투자재원으로 활용하려는 LS증권·스톤브릿지 측과, 이를 주주환원에 활용해야 한다는 머스트의 입장은 충돌할 수밖에 없다는 해석이다.
다만 행동주의 펀드의 단기 성향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행동주의를 내세우던 KCGI는 DB하이텍을 상대로 주주활동에 나선지 1년도 안 돼 지분을 사측에 매각하며 '그린메일'(경영권 위협을 가해 단기차익을 노리는 행위)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펀드 성격이 다른 만큼 자사주 활용에 대한 시각차는 불가피하다”며 “다만 현재 업황과 회사의 상황을 고려했을 때 현 시점에서 주주환원이 적절한지 판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