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민석 기자] 대신증권이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으로 취득하게 될 자기주식 전량을 소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한 성격이 강할 뿐, 정작 주주환원 효과가 큰 보통주 자사주 소각은 외면하고 있어 ‘생색내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최근 다음 달 30일 721억8000만원 규모(133만796주)의 RCPS Tranche A(3우선주)를 전량 상환한다고 공시했다.
해당 RCPS는 지난해 3월 발행된 물량으로, 상환가는 주당 5만4241원이다. 취득한 주식은 오는 10월 17일 전량 소각될 예정이다. 이로써 대신증권이 보유한 RCPS는 437만2618주에서 304만1882주로 줄어든다. 대신증권은 이번 상환 및 소각이 배당가능이익을 재원으로 이뤄지며, 자본금 감소는 발생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구조 [자료 대신증권 공시자료]](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835/art_1756451566856_8f932d.png?iqs=0.8935360144172368)
대신증권 관계자는 “남은 1600억원 규모 RCPS도 상환기간에 따라 순차적으로 소각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RCPS 조기 상환·소각 배경엔… '스텝업 조항'
이번에 상환·소각되는 RCPS는 작년 3월 총 세 차례에 걸쳐 발행된 2300억원(437만2618주) 규모 물량 중 일부다. 당시 대신증권은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인가 요건인 자기자본 3조원을 충족하기 위해 RCPS를 발행했다.
대신증권은 이번 RCPS를 상환기간이 도래하자마자 조기 상환했다. 배당률이 매년 가산되는 ‘스텝업 조항’ 때문이다. 해당 RCPS의 우선배당률은 발행 후 1년 6개월까지는 6.7%였지만, 이후 매년 1.5%포인트씩 가산돼 오는 10월부터는 8%대로 높아질 예정이었다. 대신증권이 고금리 부담을 피하려 서둘러 상환에 나선 셈이다.
아울러 RCPS는 상환 후 재발행이 불가능해 원칙적으로 소각 절차를 거치게 된다. 다만 발행 시점에서 이미 주식 희석 효과가 반영돼 있어 소각 공시가 나오더라도 보통주 자사주 소각과 달리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 발행한 상환우선주를 매입해 소각하는 것이기에 결국 갚아야 할 돈을 갚는 것일 뿐 주식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진 않는다”고 말했다.
◇ ‘원래 갚을 돈’ 갚은 것뿐…실효성 있는 주주환원은 미흡
일각에서는 RCPS 소각에 이어 대신증권이 이미 보유 중인 자사주 소각에도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대신증권은 국내 증권사 가운데 세 번째로 많은, 발행주식 수의 25%에 달하는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지만 구체적 소각 계획은 내놓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발표한 밸류업 계획(기업가치 제고 방안)에도 배당성향 확대와 최소 배당 등 배당 관련 내용만 포함됐을 뿐, 자사주 소각 등 다른 주주환원책은 빠져 있었다.
이에 자사주가 사실상 대신파이낸셜그룹 오너 일가의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의구심도 끊이지 않는다. 실제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의 지분율은 10%에도 못 미친다. 그는 매년 자사주를 상여금으로 받아왔으며, 장기간 자사주를 보유할 경우 유통주식 수 감소 효과까지 더해져 지배력 강화에 활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다만 최근 정치권이 자사주 의무 소각을 담은 ‘상법 3차 개정안’ 처리를 예고하면서, 대신증권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지난 25일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기업의 이익환원 정책 강화를 위해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RCPS 소각은 실질적으로 주주가치 제고와는 무관하다”며 “진정한 주주환원을 위해서는 보유 중인 자사주 소각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