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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급증 메리츠證, 금감원서 전산 우수사례 발표 나선 까닭은

상반기 전산장애 민원 15건…IT 투자 부진 속 오류 잦아
민원 ‘0건’ KB와 나란히 사례 발표…금감원 "반성적 성격 강해"

[FETV=박민석 기자] 메리츠증권이 상반기 전산장애 민원이 급증했음에도 금융당국이 주최한 행사에서 우수사례 발표 기업으로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일각에서는 우수사례라기보다 사실상 향후 대응책을 공개한 ‘자기반성적 발표’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메리츠증권의 올해 상반기 전산장애 관련 민원 건수는 1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4년 2건과 2023년 0건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특히 지난 5월에는 미국 주식 거래가 약 1시간 지연되는 등 해외거래에서 전산장애가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반복된 전산장애에 CEO 사과까지

 

전산장애 민원이 늘어난 이유로는 지난해 11월 리테일 부문 확장을 위해 시작한 ‘수수료 완전 무료’ 이벤트 이후 신규 고객이 급증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벤트 이후 고객 예탁금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비대면 전용 투자계좌인 '슈퍼365'의 예탁자산은 작년 10월 말 9200억원에서 지난 11일 기준 11조원을 돌파했다. 반면 급증한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한 전산시스템은 잦은 오류를 드러냈다.

 

고객 수 증가 속도에 비해 MTS·HTS 등 시스템 유지·보수와 고객정보 보호 등에 쓰이는 전산운용비 투자는 상대적으로 더뎠다. 실제 메리츠증권의 올해 상반기 전산운용비 지출액은 82억원으로, 자기자본 4조원 이상 대형사 중 가장 적은 수준이었다. 

 

이에 메리츠증권은 지난 5월 보도자료를 통해 해외주식 거래 안정화를 위해 ▲매주 CEO 주재 해외주식 안정화 TF 운영 ▲2026년까지 200억원 규모 IT 인프라 투자(시세이중화,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 강화) 등을 약속했다.

 

장원재 대표이사도 지난달 2분기 메리츠금융지주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주식 주문 과정에서 불편을 끼쳐드려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며 “재발 방지를 위해 전 임직원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함께 사례 발표한 KB는 민원 0건…'자기반성적 발표' 지적도

 

그럼에도 메리츠증권은 KB증권과 함께 지난 25일 금감원이 개최한 ‘자본시장 거래 안전성 제고 워크숍’에서 전산사고 예방·감축 우수사례 발표 기업으로 나섰다. 워크숍에는 주요 증권사 임직원 150여명과 CIO(정보관리책임자)들도 참석했다.

 

문제는 같은 무대에 오른 KB증권이 상반기 전산장애 민원이 단 한 건도 없었던 반면, 메리츠증권은 오히려 민원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우수사례로 선정된 배경에 의문이 제기됐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현장에서 소개한 내용도 역시 지난 5월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200억원 규모 IT 투자 계획과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메리츠증권이 사고 이후 CEO가 직접 TF를 챙기고 예산을 확대하는 등 대응 과정을 공유한 차원”이라며 "성과공유나 우수사례라기보단 자기반성적 발표 성격이 강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전산장애가 늘어난 회사가 우수사례로 소개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며 "굳이 사례 발표 증권사로 포함한 금감원의 사례 발표 증권사 선정 기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