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박민석 기자] 두나무가 최근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활용한 기부에 나선 가운데, 기부를 통해 세제 혜택과 수수료 수익을 동시에 챙긴 전략적 행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두나무가 보유한 2조2000억원에 달하는 가상자산을 활용해 최근까지 줄여온 기부금을 다시 늘릴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21일 두나무에 따르면, 이달 중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보유한 코인 지갑에 5비트코인(약 8억원)을 기부할 계획이다.
앞서 두나무는 수해 복구 지원을 위해 5비트코인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기부된 비트코인은 현금화 후 충남·충북·광주 등 피해가 큰 지역을 중심으로 이재민 구호물품 지원, 임시 주거 제공, 사회복지시설 복구 등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번 가상자산 기부는 지난달부터 시행된 비영리법인 가상자산 매각 가이드라인 도입 이후 두나무가 첫 번째로 진행한 사례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가상자산을 기부받을 수 있는 비영리법인은 외감법인이며 업력 5년 이상이어야 하고, 기부 가능한 가상자산은 3개 이상 원화마켓에 상장돼 있어야 한다. 또한 비영리법인은 기부받은 가상자산을 수령 즉시 현금화해야 한다.
두나무는 이 같은 가이드라인 시행을 계기로 가상자산 기부 및 매도 지원 서비스를 본격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 2일에는 국제구호개발 NGO인 월드비전이 보유한 약 198만원 상당의 이더리움 매도를 지원하면서, 국내 비영리법인 중 최초의 가상자산 매도 사례를 만들었다.
두나무 관계자는 "비트코인은 여러 가상자산 중에서도 회계 관련 가이드라인이 명확해 기부 받는 비영리법인에서도 세무·회계 실무 측면에서 용이하다"며 "또한 시장 유동성도 타 가상자산 대비 가장 높아 현금화가 쉽기에 선택했다"고 말했다.
◇세제혜택·수수료 수익…‘일석다조’ 기부 전략
업계에선 이번 가상자산 기부가 단순한 사회공헌을 넘어 세제 혜택과 수익 창출까지 고려한 ‘일석다조’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두나무에 따르면, 가상자산 기부는 현금기부 시 받는 법인세 세액공제와 동일한 법인세 절감 효과가 있다. 게다가 만약 비영리법인이 기부받은 가상자산을 두나무의 가상자산거래소인 업비트를 통해 현금화할 경우 매도 수수료도 확보할 수 있다.
실제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추후 5비트코인(약 8억원)을 업비트에 매도하게 된다면 약 40만원의 판매 수수료(원화마켓 수수료 0.05%)가 발생한다. 이에 미국과 영국, 캐나다 등에서는 대학, 병원, 구호단체들이 가상자산 기부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또한 정부가 향후 영리법인의 가상자산 거래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만큼, 이를 염두에 둔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현금화에 따른 수수료 자체는 크지 않지만, 새로운 방식의 기부 구조를 선도했다는 상징성이 크다”며 “향후 일반법인의 가상자산 거래가 허용되기 전 시장 선점을 위한 전략적 움직임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보유 가상자산 2조2000억…줄어든 기부금 늘리는데 활용할까
두나무가 이처럼 선제적으로 가상자산 기부에 나설 수 있는 배경에는 막대한 가상자산 보유량이 있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두나무는 비트코인(BTC) 1만6871개, 이더리움(ETH) 1만108개, 테더(USDT) 약 990만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장부가 기준 총 자산 가치는 2조2098억원에 달한다.
![2025년 1분기 두나무가 보유 중인 주요 가상자산 현황 [자료 두나무 분기보고서]](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730/art_17530806103964_743511.png?iqs=0.8851893219800442)
이번 기부에 사용될 5비트코인은 보유한 전체 비트코인의 0.03%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경쟁사 빗썸의 보유 자산은 BTC 154개, ETH 2968개 등 662억원 수준이다.
이번 가상자산 기부가 두나무의 줄어드는 기부금 규모를 반등시킬 계기가 될지도 주목된다. 실제 두나무의 매출액 대비 기부금 비중은 2022년 이후 줄곧 줄어들었다. 지난해 두나무 매출액은 1조7315억원, 기부금은 70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기부금은 0.4% 수준에 그쳤다. 반면 매출이 더 낮았던 2022년(1조2492억원)에는 기부금이 228억원으로, 비중은 1.83%에 달했다.
두나무 관계자는 “NFT를 활용한 발달장애인 지원 및 보안 인재 양성 등 일부 사회공헌활동에서 나간 비용은 기부금으로 잡히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3~5년간 장기 사회공헌활동의 경우 기부금을 일시납하는 경우도 많기에 수치적으로 줄어 들어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기부금 뿐 아니라 가상자산 거래가 가능한 비영리법인과 협력을 통해 업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