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나연지 기자] 삼성전자, LG전자, SK온, LG에너지솔루션, 두산 등 한국 대표 기업들이 거세진 중국의 기술 추격과 저가 공세에 치열한 생존 경쟁에 나서고 있다. 기술 격차와 브랜드 파워로 선두를 지켜왔던 국내 기업들은 중국 업체들의 대규모 투자와 현지화 전략 공세에 점유율과 수익성 모두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5년 1분기 연결 매출 79조1000억원, 영업이익 6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갤럭시 S25 등 프리미엄 스마트폰이 실적을 견인했지만, TV·반도체 부문에서는 중국발 위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글로벌 TV 시장에서 출하량과 매출 기준 점유율 모두 1위를 유지했지만, 미니LED·QLED 등 첨단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TCL, 하이센스 등 중국 업체들의 맹추격이 이어지자 평균판매가격(ASP) 하락과 수익성 저하가 나타나고 있다.
LG전자는 1분기 매출 22조7000억원, 영업이익 1조2600억원을 기록하며 프리미엄 가전과 TV 시장에서 세계적인 강세를 유지 중이다. 하지만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프리미엄 TV(1000달러 이상) 시장에서 LG전자는 점유율 19%로, TCL(20%)에 처음으로 추월당했다. 하이센스 역시 프리미엄과 보급형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며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OLED·QNED 등 차별화된 패널 기술로 프리미엄 시장을 방어하고 있으나 가격 경쟁 심화로 TV·디스플레이 부문 영업이익률은 0.1%까지 하락했다.
SK온은 2025년 1분기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4.7%로 4위에 올랐다. 미국 포드와의 합작법인(블루오벌SK)을 통한 북미 현지 생산 확대, 헝가리 신규 공장 증설, 공급망 다변화 등으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CATL·BYD 등 중국 업체들의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와 현지화 전략에 밀려, 성장세가 한계에 부딪혔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산 반도체 기판 [사진 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522/art_17482461926102_89dd2f.jpg)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글로벌 배터리 시장 점유율 10.7%로 3위를 기록했다. 미국, 폴란드, 중국 등에서 대형 합작 공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생산 거점 다변화와 소재 공급망 안정화에 주력하고 있다. 기존 NCM(삼원계) 배터리 중심에서 LFP(리튬인산철) 시장으로의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으나, CATL(38.3%), BYD(16.7%) 등 중국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과 내수 기반을 앞세워 압도적 1~2위를 지키고 있어 격차 해소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두산그룹은 제조업 혁신과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피지컬 AI’ 분야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근 지주부문 내 전담 조직인 ‘PAI 랩’을 신설하고, 두산로보틱스, 두산밥캣 등 계열사 전반에 AI·로봇 기술을 융합해 공장 자동화와 생산성 혁신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용 로봇 시장은 중국의 Siasun, DJI, 유비테크(Ubtech) 등 현지 기업들이 급성장하면서 글로벌 시장 내 한국 기업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가 AI·로봇 분야를 전략 산업으로 지정해 대규모 지원을 쏟아붓고 있는 가운데, 기술 개발 속도와 가격 경쟁력 모두에서 한국 기업이 방어적 입장에 놓여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두산은 미국 스탠퍼드대 HAI와의 산학 협력을 통해 글로벌 AI·로봇 기술 동향을 신속히 확보하고, 고부가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한 업계 전문가는 “한국 대표 기업들이 기술력과 프리미엄 브랜드에서는 여전히 경쟁력을 갖고 있지만 이제는 민관이 힘을 합쳐 R&D 투자 확대, 규제 혁신, 산업 생태계 강화에 속도를 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