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주영 기자] 보령(옛 보령제약)이 올해 오너 3세 김정균 대표 체제를 구축한 후 단기적인 비용 구조조정과 함께 인사제도를 수술대에 올렸다. 실질적인 성과 평가기준을 도입해 수익성을 강화해나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특히 하위등급에 속할 경우 연봉을 삭감할 수도 있다는 점이 이번 개편안의 핵심으로 꼽힌다.
보령은 지난해 175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창사 이래 처음으로 재무 전담 임원을 선임하는 등 재무 중심 경영 기반을 다졌다. 올해 초에는 노장욱 재무본부장이 상무로 승진하며 최고재무책임자(CFO) 역할을 맡게 됐고 재무본부가 속한 경영지원부문 조직도 전무에서 부사장급으로 격상됐다.
인사제도도 이 같은 경영지원 조직 개편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박윤식 부사장이 재무를 사실상 노 상무에게 맡기고 인사·지원 등 각 분야에 전문성을 강화하면서 인사 전반 시스템을 손본 것으로 보인다. 보령 측은 매출 1조원 클럽 가입과 함께 이에 맞게 성과 중심의 인사 제도로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보령은 지난해 연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2% 증가한 705억원을 기록했다. 전문의약품 중심의 포트폴리오 확대에 따라 외형성장을 이뤄낸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자가제품 매출 성장둔화로 인해 영업이익률이 소폭 하락했다고 IR자료에 기재했다.
가이던스를 보더라도 매출에서는 목표치(1조원)를 상회하는 1조171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704억원으로 목표(850억원)를 하회했다. 이로 인해 영업이익률은 2023년 7.94%에서 2024년 6.93%로 하락했다. 이러한 실적이 1분기에서도 이어졌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 증가한 2405억원을 기록하며 외형 성장을 이어갔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163억원에서 109억원으로 약 33% 감소했다. 순이익은 같은 기간 234억원에서 3억원으로 98% 가까이 급감했다.
이러한 실적을 벗어나기 위해 김 대표는 먼저 단기적인 비용 구조조정을 단행하기로 결정한 양상이다. 매출 증가와 반대로 영업이익이 감소하는 수익구조를 전환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보령이 1분기 IR자료에 이익 기반 내실 있는 성장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적시한 배경으로 풀이된다.
구체적으로 전략 제품(고수익 자가제품) 위주로 상품을 전환시키고 경영효율성을 강화시킬 계획이다. 단순히 매출만을 증가시키는 것이 아니라 외형성장과 더불어 수익성을 강화시키는 전략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다. 이러한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도 기존 인사제도를 개편해야 했던 것으로 보인다.
![보령 직급, 승진제도와 리워드 체계 [사진 보령 홈페이지]](http://www.fetv.co.kr/data/photos/20250521/art_17476483849755_9be0cf.jpg)
기존 인사체계는 연차와 성과점수 중심으로 운영됐지만 개편안에는 최근 3년간의 역량평가 항목이 새롭게 포함됐다. 단순히 재직 기간이나 과거 성과만으로는 승진이 어려워진다. 주요하게는 해당 직무에 필요한 역량을 장기간에 걸쳐 얼마나 축적했느냐를 평가에 반영시키는 구조로 변경된다.
직급 체계에도 변화가 생겼다. 기존에는 G1부터 G4까지 4단계로 운영되던 것을 G1부터 G5까지 5단계로 확대했다. 보령 측은 이를 통해 승진 흐름을 보다 세분화하고 성과를 반영한 인사 운영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직급 체계를 세분화해 승진 시기마다 실질적인 성과와 역량을 평가하겠다는 의미다.
직급 구간이 늘어난 만큼 상위 직급 도달까지의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인건비 총액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4단계에서 5단계로 승진 구간이 더 많아진 만큼 고연차자 누적을 방지하고 성과에 따른 보상을 보다 선별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했다.
보령 내부에서 가장 논란이 심했던 것은 연봉 삭감 항목이었다. 하위등급자에 속하는 D등급 평가자의 경우 연봉을 20% 삭감할 수 있는 조항이 추가됐다. 물론 하위등급자의 연봉을 무조건적으로 삭감시키지는 않지만 임직원들로서는 위기감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사항이다.
이에 보령 측은 보상 체계를 명확히 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직원들은 기준 미달 시 불이익이 확정된 구조라는 점에서 부담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성과에 따른 보상 기대감과 연봉이 삭감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상존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에 보령 관계자는 “성과 보상이 미흡하다는 내부 문제의식이 있었고 이번 개편은 연봉 삭감보다 전반적인 보상체계 개선에 초점을 맞췄다”며 “항상 개혁에는 일정 부분 잡음이 생길 수밖에 없고 이번 개편은 더 나은 방향을 위한 조치로 구성원 중에는 기회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