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주영 기자] SK바이오팜 올해 1분기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대폭 성장했다. 이 성과의 중심에는 신약을 해외에 안착시킨 조직의 실행력과 미국 자회사 LSI(SK Life Science Inc.)의 현지 영업·마케팅 인프라가 있다는 분석이다. 그 중심에는 박정신 신약개발사업부장 부사장의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지난 9일 2025년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연결 기준 매출은 14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7%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49.3% 늘어난 257억원, 당기순이익은 102.3% 증가한 196억원을 기록했다.
이 중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한 건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 XCOPRI®)였다. 엑스코프리의 미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한 1333억원을 기록했다. 출시 4년 만에 미국 시장 내 주요 항뇌전증제(AED)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2020년 5월 미국에 출시한 엑스코프리는 SK바이오팜이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까지 전 과정을 직접 진행하여 독자적으로 개발한 치료제다. 엑스코프리는 지난 2024년 5312억원의 매출액을 올리며 전체 매출의 97.0%를 차지했다.
국내 제약사가 신약 후보물질 발굴부터 FDA 승인, 미국 상업화까지 모든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한 경우는 드물다. 이를 뒷받침한 건 미국 현지 영업 조직인 LSI다.
LSI는 SK바이오팜의 미국 내 100% 자회사로 미국 시장에서의 판매, 마케팅, 임상 등 상업화 전반을 전담하고 있다. 이 조직은 단순한 판매 채널이 아니라 현지 전문 인력을 기반으로 한 ‘직판 체계’를 갖춘 실행 조직이다.
이번 1분기 실적을 견인한 배경에는 LSI 중심의 영업 전략인 NBRx(New-to-Brand Prescription) 콘테스트와 지역 기반 마케팅 활동이 있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SK바이오팜은 올 1분기 엑스코프리의 월평균 신규 환자 처방 수(NBRx)가 처음으로 1600건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해외 현지 조직이 적극적으로 시장을 개척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LSI는 2020년 이후 지속적으로 마케팅·영업 인프라를 확대해왔다. 오는 5월에는 미국 내 첫 DTC(Direct-to-Consumer) 광고 캠페인도 준비 중이다. 환자와 보호자 대상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직접적인 환자 접점을 넓히는 전략의 일환이다.
이 같은 성과의 중심에는 박정신 신약개발사업부장 부사장이 있다. 그는 2020년부터 SK바이오팜의 신약개발사업부장을 맡고 있으며 작년 9월부터는 LSI의 Global Production장으로 미국 현지 조직까지 총괄하고 있다. 앞서 2018~2019년에는 임상개발실장을 맡아 엑스코프리의 글로벌 임상 전략을 주도했다.
박정신 부사장은 신약의 후보물질 단계부터 임상, 생산, 미국 상업화까지 전 과정에 관여한 인물이자 실제 판매 조직까지 리드하고 있는 책임자다.
SK바이오팜은 엑스코프리에만 의존하지 않겠다는 계획도 분명히 하고 있다. 올해 안에 미국 내 ‘두 번째 상업화 제품(Second Product)’을 도입할 예정이다. 해당 제품 역시 LSI의 직판 인프라를 활용해 빠른 시장 진입과 조기 수익화를 노린다. 기존 항뇌전증제의 적응증 확장뿐 아니라 소아용 현탁액 제형, 전신발작 등으로 세노바메이트의 시장 확장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방사성의약품(RPT), 표적단백질분해(TPD) 기술 등으로 포트폴리오도 다각화하고 있다. LSI에는 글로벌 제약사 출신 연구개발 인력을 영입해 CNS, 항암, 희귀질환 영역의 글로벌 임상 역량 강화도 추진 중이다.
뇌전증 분야에서는 AI 기반 관리 플랫폼 사업화도 본격화된다. SK바이오팜은 지난 2월 브라질 제약사 유로파마와 함께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기로 했으며 웨어러블 기기 기반의 디지털 치료 솔루션 개발에 나선다.
SK바이오팜 관계자는 “미국 내 판매가 계속 잘 이루어지고 있고 처방 실적도 꾸준히 올라가면서 어느 정도 시장 내 자리를 완전히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작년에 매출만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이후 이번 분기는 안정적인 성장 궤도에 들어섰다는 신호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