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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F 각축전] '심기일전' KB운용, 연금형 ETF로 점유율 회복 승부수

ETF 리브랜딩에도 밀린 3위 자리, 노아름 본부장 체제로 반전 노려
글로벌 AI·휴머노이드 등 테마 강화…높은 계열사 비중은 과제로

[편집자주] 국내 ETF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순자산 2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ETF가 자산운용사들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잡으면서 테마형 ETF, 인재 영입 등 다양한 전략을 활용한 점유율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FETV는 주요 운용사들의 차별화된 ETF 전략과 향후 과제에 대해 집중 조명해본다.

 

[FETV=박민석 기자] KB자산운용이 연금 투자자를 겨냥해 글로벌 AI(인공지능)과 연금형 ETF(상장지수펀드)를 전면에 내세우며 시장 점유율 회복에 나섰다. 리브랜딩과 인재 영입에도 불구하고 한국투자신탁운용에 밀려 ETF 시장 4위로 내려앉았지만, 최근 ETF 수장 교체와 조직 슬림화로 재도약을 꾀하고 있다. 다만 계열사 비중이 높은 순자산 구조로 인해 단기간 내 개인투자자 확대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KB운용의 ETF 브랜드는 'RISE'로, 지난달 30일 기준 ETF 순자산 규모는 14조9932억원, 총 122개 상품을 운용 중이다. 대표 상품으로는 RISE 머니마켓액티브, RISE 200, RISE CD금리액티브(합성) 등이 있다. 최근 한투운용에 3위 자리를 내줬지만, 점유율 격차는 1%p(포인트) 미만으로 접전 양상이다.

 

KB운용은 전체 운용자산(139조원)의 48%가 채권으로 구성되는 등 삼성자산운용과 함께 국내 자산운용사들 사이에서 ‘채권 명가’로 불린다. 이에 ETF 순자산의 절반 이상이 채권형 상품이다. 국내 상장된 채권형 ETF 155종 중 27종을 보유해, 삼성자산운용(30종)에 이어 업계 2위다. 반면 해외지수 추종형 ETF는 전체의 20%대로, 글로벌 증시 호황기였던 2022년 이후 성장 속도가 더뎠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실제 KB운용의 ETF 시장 점유율은 2022년 말 8.87%에서 2023년 말 8.03%, 2024년 말 7.8%로 꾸준히 하락했다. 지난해에는 ETF 리브랜딩과 함께 한국투자신탁운용 출신인 김찬영 전 사업본부장을 영입했지만, 하락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 '젋은피' 82년생 ETF 수장 교체로 ‘심기일전’

 

이 같은 하락세를 반전시키기 위해 최근엔 ETF 수장을 교체하고 조직을 효율적으로 개편했다. 김영성 KB운용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운용사의 핵심은 수익률이며, ETF 성장을 위해 본부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KB운용은 지난 1월 ETF사업부문 수장으로 노아름 ETF운용실장을 임명하고, 기존 3실 체제(운용·기획·마케팅)였던 ETF사업본부는 1실로 통합했다. 사측은 조직개편에 따른 인원 감축은 없다고 밝혔다.

 

1982년생인 노 본부장은 삼성자산운용에서 14년간 인덱스 및 ETF 운용을 담당했으며, 키움자산운용을 거쳐 작년 4월 KB운용에 합류했다. 업계에 따르면, 노 본부장은 같은 삼성자산운용 출신인 김 대표가 직접 영입한 인물이다.

 

 

합류 후 노 본부장은 KB운용의 대표 ETF를 운용해오면서 성과를 인정받았다. 지난 30일 기준 노 본부장이 운용 중인 주요 ETF 상품 ‘RISE 버크셔포트폴리오TOP10’와 ‘KBRISE 차이나항셍테크’의 경우 각각 연간 수익률 20.62%,  41.35%를 기록 중이다.

 

◇ 기술경쟁·투자확대 기대..글로벌 AI테마 ETF 강화

 

KB운용은 ETF 점유율 확대를 위해 올해 글로벌 AI 테마에 집중한다. 미국·중국 간 기술 경쟁과 정부의 투자 확대에 따라 관련 종목의 수혜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대표 상품은 ‘RISE 미국AI밸류체인TOP3Plus ETF’로, AI 밸류체인을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로 구분해 총 15개 종목에 분산 투자한다. 엔비디아, 오라클,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포트폴리오의 44%를 차지한다. 특히 상품 총보수율이 0.01%로 국내 상장된 AI ETF 평균 보수율(0.43%)와 비교해 최저 수준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AI 끝판왕'이라 불리는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 전반에 투자하는 ‘RISE 미국휴머노이드로봇 ETF’도 주목 받는다.  포트폴리오 내 테슬라와 엔비디아와 같은 빅테크 기업 뿐 아니라, 복강경 수술 로봇 ‘다빈치’를 개발한 인튜이티브 서지컬과 산업용 로봇 제어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락웰 오토메이션 등 성장성이 높은 종목들도 포함했다. 지난달 15일 상장했으며, 이 ETF의 상장 후 수익률은 6.80%다.

 

◇ 높은 계열사 비중, 개인투자자 확대는 숙제

 

KB운용의 과제는 안정적으로 꾸준히 성과를 내는 연금형 ETF 상품을 알리고, 이를 통해 시장 점유율 3위 탈환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연금형 ETF는 워런버핏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와 버크셔에서 투자 중인 주요 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RISE 버크셔웨이포트폴리오TOP10'과 미국 대형주와 금, 국내채권에 골고루 분산 투자하는 'RISE 글로벌자산배분액티브 ETF'가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KB운용의 계열사와 기관 비중이 높은 구조가 퇴직연금 투자자 확대에 제약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지난해 10월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KB운용 ETF 자산 중 KB금융 계열사가 보유한 금액은 1조2200억원으로 전체의 10.4%에 달했다. 이는 삼성자산운용(4.4%)과 미래에셋자산운용(3.9%)보다 높은 수준이다.

 

물론, 판매사 계열사 펀드 보유 한도인 25%를 넘진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ETF 몰아주기’라는 인식이 개인투자자 유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채권과 계열사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 수익 구조는 강점이지만, 개인 투자자 확보는 전혀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며 “리브랜딩에 나서도 점유율 확대에 영향은 제한적이었기에, 상품과 마케팅에서의 차별화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KB자산운용 관계자는 "장기투자 관점에서 꾸준히 성과를 내는 연금형 상품을 어떻게 알릴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며 "점유율 확보 방안을 꾸준히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