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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7.8조 KDDX 사업 표류, 누구 탓일까

[FETV=류제형 기자] KDDX(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자 최종 선정 안건은 지난 24일에도 방위사업청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 상정되지 못했다. 이로써 오랜 갈등을 겪어온 KDDX 사업은 기약없이 표류하게 됐고 사업 결과물을 언제쯤 볼 수 있을지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KDDX 사업은 전체 사업비가 무려 7조8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국방부에서 책정한 국방예산 61조2469억원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사업이 처음 시작된 2009년 당시에는 국방예산이 28조5326억원이었으니 그때 시점에서 보면 KDDX 사업은 K-방산 경쟁력에 큰 전환점을 가져올 중요한 사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사업에는 초기부터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뛰어들며 경쟁해왔다. 국내 방산업계에서 이미 뛰어난 기술력을 입증했던 두 기업은 KDDX 사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차세대 기술력 증강을 놓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간 개념 설계를 한화오션이 담당하고 기본 설계를 HD현대중공업이 담당해왔다. 그러나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서로를 향해 도덕성 문제와 기술력 문제 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면서 기본 설계에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고 계속 시간만 끌고 있는 상황이다.

 

양사 간 정면충돌은 기본 설계 입찰 단계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돼 어느새 진흙탕 싸움으로 번진 양상이다. 특히 개념 설계 자료 취급과 관련해 양사 모두 사건사고가 발생하면서 현재는 HD현대중공업도 한화오션도 결백함을 주장하기 어려워 사업자 선정에 더더욱 난항을 겪고 있다.

 

이 상황에서 사업자 선정에 대한 결정권은 방위사업청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방위사업청 내부에서도 정부위원과 민간위원 간 이견을 아직까지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 사태는 양사 간 단순 진흙탕 싸움보다는 방위사업청의 일관성 없는 사업 추진으로 인한 결과물로 볼 수 밖에 없다. 방위사업청은 사업 초기부터 단일 업체가 아닌 2개 업체가 참여하게끔 했다. 수의계약으로 인한 특혜 의혹 등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기본 설계 이후 상세 설계로 넘어가는 단계에서 방위사업청 정부위원들이 특정 업체와의 수의계약을 밀어붙이는 행위는 사업 초기 의도와 상당히 모순적이다. 기본 설계 이후 단계에 대해 수의계약을 염두했다면 개념 설계 단계에서부터 2개 업체가 아닌 단일 업체를 대상으로 입찰을 진행했어야 했다.

 

지금까지 방위사업청의 행보를 보면 처음부터 확고한 원칙 없이 수의계약과 경쟁입찰의 장점을 모두 확보하려다가 오히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친 꼴로 보여진다.

 

수의계약과 경쟁입찰 중에 정답은 없다. 수의계약이 가능한 근거도 있고 경쟁입찰이 가능한 근거도 있는 상황이기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모두 7.8조원에 육박하는 사업에서 쉽게 물러설 수 없는 것이다. 

 

방위사업청이 사업 단계별로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원칙을 납득시키며 진행했다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서로에게 흠집을 내는 작금의 사태는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