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항소심 1차 변론이 끝난 후 퇴정하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모습. [사진=FETV 허지현 기자]](http://www.fetv.co.kr/data/photos/20240522/art_17171302205425_822637.jpg)
[FETV=허지현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3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혼소송 2심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2심 항소심 결과는 1심을 뒤엎는 결과로 선고돼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항소심 법원은 이혼에 따른 재산 분할로 1조3800억 원의 재산 금액을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서울고법 가사2부(김시철·김옥곤·이동현 부장판사)는 노관장 몫의 재산분할액수를 대폭 늘려 인정했다.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 김시철)는 30일 "원고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 원을 지급하고 약 1조3800억 원의 재산을 분할해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이는 1심 법원이 판결한 위자료 1억 원거 재산분할 665억 원의 약 20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특히 재산분할은 현재까지 알려진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항소심에서 노 관장이 승소한 가장 큰 이유로 꼽히는 건 역시 '비자금'이다. 노 관장은 자신의 선친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 원 가량이 1990년대 초반 SK그룹 측에 전달됐고, 이 비자금이 SK그룹의 증권사 인수 등 사세 확장에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노 관장이 꺼내든 '비자금'은 '최후의 카드'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1심을 뒤엎는 결과를 내놓게 만들었다.
하지만 최 회장이 항소심에서 패소했음에도 SK그룹의 주가가 오르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31일 기준 SK 주가는 주당 16만200원으로 10% 넘게 상승했다. 이날 SK매직 주가도 5,000원으로 2.24% 올랐다. SK디스커버리는 2.34% 상승한 43,650원, SK케미칼은 52,600원으로 2.33% 오른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SK하이닉스의 주가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는 항소심과는 상관 없이 반도체 산업의 영향으로 보여진다.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 김시철)는 2심 선고 공판에서 "노 관장이 SK그룹의 가치 증가나 경영활동의 기여가 있다고 봐야 한다"며 "두 사람의 혼인기간, 생성 시점, 형성 과정 등에 비추어 볼 때 최 회장의 재산은 부부공동재산에 해당돼 모두 분할 대상"이라고 전했다. 이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까지 재산 분할 대상에 속한다는 이야기다. 최 회장은 작년 4월 기준 SK 주식 1297만5472주를 가지고 있다. 판결 시점 기준으로 2조 514억 원에 달하는 수치다.
재판부는 최 회장이 재산분할 금액을 노 관장에게 현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초 위자료와 SK㈜ 주식 50%를 요구했던 노 관장이 2심에선 항소 취지 변경신청서를 통해 주식 대신 현금을 요구한 일 등이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주가 급등은 SK가 경영권 분재에 휘말릴 가능성이 제기된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의 영향"이라며 "노 관장측에 주식을 내줘야 하는 만큼 최 회장 지분율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예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부인 임세령 씨와 수천억 원대의 이혼소송을 치룬 바 있다. 당시 상성주가는 하락하는 반면에 임 씨가 보유하고 있는 대상홀딩스의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는 웃픈 상황이 펼쳐졌다. 대상홀딩스의 지분 1.62% 지분을 보유하고 있던 대상의 주가 역시 6% 가까이 상승했지만, 삼성전자의 주가의 경우 2% 가까이 하락한 것이다.
최근 엔터테인먼트 하이브도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경영권 분쟁을 치루며 주가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지난 4월 25일 민 대표는 기자들을 모아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하이브의 부당함과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한 기자회견은 큰 파장을 일으켰고,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하이브와 민 대표의 싸움으로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가자회견 후 하이브와 어도어의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하지만 지난 30일 '민 대표 해임안'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하이브의 주가는 4%대 하락했다. 재판부는 "민 대표가 뉴진스를 데리고 하이브 지배 범위 밖으로 나가거나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방법을 찾았던 것은 분명하다"며 "하지만 하이브에 대한 배신은 될 수 있겠지만 배임이 된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민 대표는 31일 오후 2시 30분에 임시주주총회 관련 입장을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서울 프레스센터 19층 매화홀에서 다시 한 번 가질 예정이다. 민 대표의 긴급 기자회견으로 하이브와 어도어의 주가가 다시 한 번 롤러코스터를 타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소송과 주가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다. 분명히 웃는 자가 있으면 우는 자도 생기기 마련"이라며 "소송 결과에 따라 기업의 주가는 떨어질 수도 낮아질 수도 있고, 오르는 기준과 상황은 아무도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소송이 만들어 내는 사법리스크와 주가 하락은 기업에 분명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모두 세심하게 다뤄야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