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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공매도는 죄가 없다, 문제는 신뢰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전면 금지했던 공매도 재개 시점을 놓고 대통령실과 금융감독원이 서로 엇박자를 내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6일 “공매도 전산 시스템 준비과정을 거쳐 이르면 다음 달을 목표로 공매도 일부 재개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공매도 재개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22일 “이 원장의 개인적인 희망”이라며 ‘공매도 재개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이 원장은 대통령실과의 정책 혼선 논란을 해명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23일 KBS2 ‘경제콘서트’에 출연해 “6월 중 재개 여부와 시점, 재개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떤 기준으로 공매도를 재개하게 될지 등을 설명해야 할 것”이라며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시 불거진 정부 정책 혼선에 개인투자자 등 주식시장 참여자들의 불신감이 커지고 있다. 공매도 금지 해제 여부는 투자자들의 ‘뜨거운 감자’다. 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은 폭락장에서 공매도를 허용하면 큰 피해를 입는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 유치를 위해서는 공매도가 ‘필요악’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공매도(空賣渡)는 주가 하락을 전망하고 주식을 빌려서 판 다음 주가가 떨어지면 시장에서 사서 갚는 식으로 차익을 얻는 매매 기법으로 지난 1996년 도입됐다. 주식시장이 외국인에게 완전 개방됨에 따른 조치였다. 예를 들어 A종목의 주가가 10만원일 때 팔았다가 3일 후 8만원으로 하락했을 때 8만원에 A종목의 주식을 다시 사서 돌려주면 2만원의 시세차익이 생기는 것이다.

 

국내에선 코스피200, 코스닥150지수 종목에 대해서만 공매도가 허용되는데, 외국과 달리 차입(借入)한 주식 매도만 가능하며,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리 파는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이다. 

 

우리나라에서 기관투자자의 차입 공매도는 1996년 9월, 외국인 투자자의 차입 공매도는 1998년 7월부터 각각 허용됐다. 무차입 공매도는 2000년 4월 우풍상호신용금고 공매도 사건을 계기로 금지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흔히 공매도라고 하면 차입 공매도를 의미한다.

 

공매도는 지나치게 고평가된 주식시장을 안정시키는 기능이 있지만, 반대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공매도를 악용해 주가를 과도하게 떨어뜨려 개미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공매도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반감이 매우 크다. 개인투자자들은 “사실상 외국인, 기관투자자만 접급할 수 있는 공매도 때문에 개미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같은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은 국내 증시 이탈로 나타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코스피(유가증권) 시장에서 2조750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산 것보다 판 것이 많다는 뜻)했다. 이들은 같은 기간 미국 주식을 대거 순매수했다. 한국 증시에서 빠져나간 개인 자금의 상당액은 미국 시장으로 흘러 들어간 셈이다. 지난해 시작된 개미들의 한국 증시 이탈이 올해에도 수그러들기는커녕 더 거세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공매도가 시장에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주가 거품을 막고 시장 정보를 주가에 보다 효율적으로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닌다. 외국인이나 대형 법인은 공매도는 투자 수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위험을 헤지하는 수단이라고 말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공매도가 주식시장 전체로는 안전판이 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공매도를 허용하는 이유다. 공매도 금지 조치는 한국 증시의 글로벌 주가지수 산출 기관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공매도 금지는 국내 증시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대주주 양도세 완화, 기업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과 맥을 같이 한다. 공매도 금지로 주식시장이 되살아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공매도 금지 이후에도 외국과 달리 국내 증시는 여전히 옆걸음질만 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증시는 박스권에 갇혀 좀처럼 맥을 못 추고 있다. 올 들어 코스피 상승률은 2.05%로 미국, 일본 등 주요 7개국(G7)과 중국, 인도 등 10개국 중 꼴찌다. 정부가 쏟아낸 처방들이 근본 해법이 아니라는 반증이다. 여기에 무차입 공매도 중앙차단시스템(NSDS) 구축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관련 법안 통과까지 갈 길이 멀다.

 

이 원장의 발언을 두고 ‘해외직구 금지’ 소동처럼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는 정책을 면밀한 검토 없이 던졌다가 논란이 일면 다시 주워 담는 실수가 될까 우려가 나온다.

 

쌀을 씻어 밥을 지을 때 적당한 시간이 지나지 않으면 설익은 밥이 된다. 준비되지 않은 공매도 재개가 설익은 밥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정책이 신뢰를 잃으면 그 폐해는 길고 무섭게 나타난다.  

 

온라인 주식 정보 카페나 투자 동호회 같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여론이 빠르게 확산하는 시대 흐름 속에서 ‘정책 신뢰’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 원장의 발언이 총선 패배 등으로 코너에 몰린 정부를 도와야 한다는 조급증에서 나온 게 아니길 바란다. 
 
정부는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립서비스가 아니라 힘들더라도 난제를 극복하겠다는 결연한 의지와 정교한 시행을 다져야 한다. 그래야 정부 정책에 신뢰가 생기고, 국민은 믿고 받아들인다.

 

 

정해균 편집국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