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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매각, 속도보다는 절차와 방향 우선해야

 

 

[FETV=박제성 기자] HMM 매각이 결국 실패로 막을 내렸다. 이번 매각 실패를 놓고 기자가 지적하고 싶은 대목은 “속도보다는 방향이 먼저”라는 것이다. 흔히 인생 가치관이나, 경영철학 등을 말할 때 많은 사람들은 흔히 “속도보단 방향이 먼저”라고 한다. 

 

이같은 멘트는 이번 HMM의 매각 불발 사례에도 잘 어울리는 말인듯 싶다. 작년부터 올해 2월 중순까지 재계를 뜨겁게 달군 HMM 매각 이슈는 모든 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 이유는 매각주체인 KDB산업은행(산은)이 매각 작업의 가속패달을 힘차게 밟았지만 매각을 위한 절차나 방향 설정 등에 다소 미흡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HMM 매각 불발과 관련 지적 사항은 많다. 우선 예비 입찰 단계부터 우선협상 예비기업의 HMM 인수 능력 여부를 가늠하는 자금력 부터 철저한 검증이 필요했다. 여기에 덧붙여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HMM 노조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최적의 인수후보군을 찾는 노력이 아쉽다는 생각을 지을 수 없다.  

 

돌이켜 보면 아쉬운 대목이 많다. 당시 매각 주체인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는 필요 이상으로 HMM 매각에 속도를 낸듯하다. 당시 예비입찰 단계서는 국내 굴지의 포스코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등이 나설 것이라는 근거없는 루머도 팽배했던 상황이다. 이같은 과정에서 동원과 하림간의 2파전으로 압축된 가운데 최종 우선협상자대상자로 하림이 선정됐다.

 

물론 산은은 예비 입찰단계에서 인수 희망기업들로부터 접수를 받고 필터링(후보군 압축)을 한 뒤 적합 후보군을 선정했다. 하지만 자금력 확보 및 검증 기업보다는 나중에 자금력을 확보하겠다는 플랜을 내비친 하림그룹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했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이 과정에서 개운치 않은 대목이 일부 있다. 

 

당시 하림이 꺼내든 카드는 최대주주로 있던 팬오션의 유상증자를 통한 3조원 규모 자금조달 ▲JKL파트너스를 통한 7500억원 자금조달 ▲하림그룹 계열사를 동원한 현금확보 ▲금융권을 통한 인수자금 2조원 조달 등이다. 

 

물론 이 부문도 절차상 잘못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하림그룹이 우선협상자로 선정되자 HMM노조 측은 인수 자금력이 명확히 검증되지 않은 하림을 향해 강하게 반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HMM 노조는 하림측을 향해 인수자금 플랜이 구체적이지 않다며 자금 조달 계획을 명확히 공개하라고 주장했다.

 

M&A를 시작도 하기전에 인수기업인 하림과 HMM노조간 대립각을 세운 셈이다. 이같은 노조의 불신 때문인지 하림의 HMM 인수는 최종 불발됐다. 당시 노조는 하림 측을 향해 자금조달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다며 이에 대한 명확한 계획 공개를 요구한 바 있다.

 

이같은 반발 때문인지 하림 측의 자금 조달 노력에도 산은과 하림간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고 원하지 않는 결과를 낳았다. 시간이 다소 소요되더라도 자금력이 검증된 기업을 우선협상자를 선정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HMM 민영화 명분아래 매각을 성급히 매듭지으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인수 희망 기업도 충분한 자금력과 올바른 경영철학, 장단기 비전 등이 필요하다.


결론적으로 하림의 HMM 인수는 실패로 끝났다. 하림 측이 HMM 인수 무산을 선언한지 벌써 20일이 흘렀다. 이제 HMM의 매각 작업은 원점에서 다시 출발해야한다. HMM 매각 실패가 재연되지 않기 위해선 이번 하림의 인수 불발 사태를 교훈 삼아야한다. HMM 매각 실패는 한번으로 족하다. 속도보다 절차와 방향을 강조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