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진태 기자] 강성부 펀드로 유명한 사모펀드 KCGI자산운용(이하 KCGI)이 최근 현대엘리베이터에 주주서한을 보내면서 재계가 시끌시끌하다. 과도한 겸임으로 인한 이해관계충돌을 이유로 현정은 현대엘리베이터 회장의 사내이사 사임과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KCGI가 본격적인 주주행동에 나서면서 향후 경영권 분쟁으로 확대될지 관심이 쏠린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CGI는 지난 22일 현대엘리베이터 측에 주주서한을 보냈다. KCGI운용은 주주서한에서 현 회장의 사내이사직 사임을 비롯해 지배구조 개선과 중장기 수익성 개선 전략을 요구했다. 구체적으로 현 회장의 과다 연봉과 과도한 겸직, 이해관계 상충 등을 문제 삼았다.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에서 작년 29억8100만원, 올해 상반기 16억3200만원을 받았다. 현대아산, 현대무벡스, 에이블현대호텔앤리조트 등 계열사 다수의 사내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무벡스의 경우 이사회의장까지 겸임하고 있다.
이사회 출석률이 저조한 것도 KCGI가 현 회장의 사내이사 사임을 요구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KCGI 공개한 주주서한에 따르면 현 회장은 올해 5월 15일까지 총 9차례 열린 이사회 중 5번을 불참했다. 비율로 보면 현 회장의 이사회 출석률은 50%도 채 안되는 수치다.
KCGI가 주주행동에 나서면서 현대엘리베이터는 다시 한번 경영권 분쟁을 겪을 수 있단 전망이 나온다. 앞서 현대엘리베이터는 2대 주주인 쉰들러홀딩스가 주주대표 소송을 제기해 한 차례 경영권 분쟁을 겪은 바 있다.
현 회장은 해당 소송에서 일부 패소해 3000억원에 가까운 배상금을 물어줬지만 경영권은 지켰다. 하지만 분쟁의 불씨가 여전히 살아있는 가운데 KCGI가 주주행동에 나서면서 재계 일각에선 다시 한번 현대엘리베이터가 경영권 분쟁에 휩싸일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이같은 관측이 흘러나오면서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도 출렁이고 있다. 22일 종가 기준 4만600원대에 머물렀던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장 중 5만원대를 돌파하는 기염을 토하며 52주 신고가를 갱신하기도 했다. 잠시 조정을 거친 현대엘리베이터 주가는 23일 4만93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일과 비교하면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 등락률은 5.12%에 이른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주가 급등세는 KCGI의 주주서한 발송 소식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주식시장에서 경영권이나 지배구조 관련 분쟁은 호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경영권 다툼을 하는 이들이 공격적으로 주식을 매수할 거란 기대감이 증폭되기 때문이다.
다만 실제로 현대엘리베이터의 경영권 분쟁이 이뤄질 것인지는 미지수다. KCGI는 이번 서한을 공개하며 빠른 시일 내 현대엘리베이터의 답변을 요청했다. 의미 있는 답변이 이뤄지지 않으면 추가활동도 예고했다.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에 나서겠단 의미로 읽히는 대목이다.
이에 KCGI 관계자는 “빠른 시일 내 답변을 기다리고 있지만 특정 시점을 정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2달이고 3달이고 계속 기다릴수 없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추가활동이 어떤 부분인지에 대해선 명확히 말할 수 없지만, 주주가 가지는 권리가 있다. 이를테면 임시주총 등이 그것이라며 의미있는 답변이 돌아오지 않을 경우 주주의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KCGI이 주주행동에 현대엘리베이터 측은 말을 아꼈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별도 입장이 없다”며 침묵했다. 재계 일각에선 KCGI의 주주서한 발송으로 다시 한번 현대엘리베이터가 경영권 분쟁에 휩싸일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본다. 현대엘리베이터가 KCGI의 제안을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다는 시각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KCGI 제안을 회사(현대엘리베이터)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며 “결국 임시주총을 열어 표 대결로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