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김진태 기자] HD현대가 시원치 않은 영업실적에도 불구하고 작년과 동일한 수준의 높은 중간 배당을 결정해 주목된다. 배당 성향도 무려 5배 가까이 늘려 잡았다고 한다.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한 HD현대 경영진의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이번 배당을 계기로 하락세에 접어든 HD현대의 기업 가치가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HD현대는 지난달 27일 보통주 1주당 900원을 중간 배당했다. 배당 기준일은 6월 30일, 배당금 지급 예정일은 오는 11일이다. 이는 작년에 시행했던 중간배당과 동일한 수준인데 업계 일각에선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 팽배하다. 지난해 초 이후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사내 유보금의 중요성이 커지는 데다 HD현대의 수익성도 전년과 비교해 급감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HD현대는 올해 2분기 4726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문제는 이같은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1조2358억원)과 비교하면 61.8%나 줄어든 금액이라는 점이다. HD현대가 벌어들인 돈이 전년보다 절반 가까이 감소했음에도 주주들에게 동일한 수준의 배당을 한 것인데, 이는 주주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다.
HD현대가 반토막난 수익성에도 전년과 같은 수준의 배당을 결정하면서 배당 성향은 5배 가까이 뛰었다. HD현대는 2022년 중간배당에서 4.2%의 배당 성향을 보였는데, 올핸 20.6%를 기록했다. 이 기간 HD현대가 결정한 주당 배당액은 같지만, 배당성향을 계산할 때 분모가 되는 당기순이익이 큰 차이를 보이면서 배당성향이 급등한 셈이다.
HD현대가 주주가치 제고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21년부터다. 이전까지 연말결산 1회배당했던 HD현대가 중간배당을 추가하면서 총 2회의 배당을 지급키로 한 것. 중간배당을 결정하면서 연말결산에서 지급하는 배당액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HD현대는 중간배당을 결정하기 전인 2020년 연말결산에서 주당 1만8500원, 총 2705억원을 주주에게 돌려줬다. 첫 중간배당한 2021년 연말결산에도 주당 1만8500원을 배당하면서 전년과 같은 금액을 배당했다. 이어 2022년과 2023년 연말결산엔 주당 3700원의 배당을 결정했다.
얼핏 봐선 배당액이 줄어든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HD현대가 지난해 5:1 비율로 액면분할을 결정한 탓이다. 실제로 주주들에게 지급한 총 배당액은 2000억대 중후반으로 비슷한 수준이다. 여기에 중간배당을 더하면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총 배당액은 600억원 가까이 늘어난다.
HD현대가 낮은 수익성을 거둔 가운데서도 기업가치 상승에 힘을 쏟고 있지만, 시장에서의 반응은 미지근한 것으로 보인다. 첫 중간배당을 결정했던 당시와 현재 회사의 기업 가치를 비교했을 때 오히려 더 떨어진 상태다. HD현대의 주식은 2021년 7월 30일 종가 기준 6만8500원에서 지난 1일 종가 기준 6만2400원으로 6000원 넘게 줄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HD현대가 올 2분기 기대보다 낮은 성적을 거뒀음에도 전년과 동일한 수준의 배당을 결정했지만 기대했던 만큼의 성과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중간배당을 결정하면서 밝혔던 자사주 소각까지 이뤄진다면 주가는 상승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