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김진태 기자] 한화오션이 1000만원 수준의 평균 연봉을 인상했음에도 내부에서 잡음이 일고 있다. 급여를 올리는 과정에서 월차가 기본급에 포함됐기 때문에 실질적인 체감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직원들 사이에선 보여주기식 '꼼수 인상'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최근 직원들의 평균 연봉을 1000만원 안팎으로 올렸다. 조선업계가 슈퍼사이클을 맞이해 일감이 늘어나면서 어느 때보다 인재가 중요해진 만큼 핵심 인재가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새로운 인재를 모시기 위해서다. 이에 한화오션은 연봉 인상 전 인사제도 설명회를 개최하면서 직원들에게 평균 연봉 1000만원 가량을 올리고 경쟁사 수준으로 급여를 맞춘다고 알린 바 있다.
한화오션이 1000만원 안팎의 평균 연봉을 올렸지만 한화오션 내부에선 달갑잖다는 반응이 나온다. 한화오션이 알린 1000만원 수준의 평균 연봉 인상엔 연·월차 등 휴가를 기본급으로 전환해 산정했기에 이를 제외하면 실제 올라간 평균 연봉의 폭이 기대만큼 크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기존 12일이던 월차휴가는 폐지하고 기본급으로 돌린 데다 연차휴가도 기본급에 포함됐다. 여기에 휴일중복수당 12만원도 기본급으로 들어갔다. 사실상 직원들이 체감하는 연봉 인상분이 적을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한화오션에 근무하는 30대 연구원 A씨는 “원래 있던 휴가를 기본급으로 산정해서 평균 연봉을 뻥튀기한 것인데 사실상 기본급에 포함된 휴가를 제외하면 실제 연봉 인상은 400만원 수준”이라며 “타 경쟁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준다고 해 기대가 컸었는데 지금은 이직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에 따르면 연봉 인상 전 한화오션 책임1급의 연봉은 5300만원이다. 하지만 이번 연봉 인상으로 6000만원을 기록했는데 기본급에 포함된 돈이 300만원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를 제외하면 실제 평균 연봉 인상은 400만원 가량이 되는 셈이다.
또 다른 연구원 B씨도 이번 평균 연봉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그는 “한화그룹이 인수하기 전부터 연봉 인상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서 기대가 컸었는데 막상 선물을 받아보니 너무 실망이 크다”며 “(이번 연봉 인상이)보여주기식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고 피력했다.
이에 한화오션 측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임금개편의 골자는 휴가제도를 변경하여 고정급으로 산입하고 이 외에도 별도 Base-up을 통한 순수 임금인상을 병행한 것”이라며 “기본급이 커질수록 시간외근무(OT) 등 각종 수당 급여가 오르기 때문에 평균 연봉이 1000만원 가량 오른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업계에선 한화오션과 같은 형식의 임금개편은 있어왔다. 지난 2022년 HD현대중공업도 동일한 방식의 임금개편을 통해 직원의 임금을 높였기 때문이다. 한화오션은 해당 내용에 대해 임금개편 전 설명회 과정에서 동일하게 직원들에게 홍보하고 진행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번 평균 연봉 산정시 기본급에 휴가가 포함되면서 유급휴일이 줄어든 것은 맞다. 불만이 있을 순 있지만 쉬는 만큼 보수가 줄어들고 일하는 만큼 보수가 늘어나는 정산개념의 휴가제도에서 탈피하자는 것이 목표”라며 “회사는 실근무일수 확보로 부족한 인력수요를 확보하면서 직원들도 고정적인 보상수준을 높이는 등 상생 변환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