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넥실리스의 동박 생산 모습 [사진=SKC]](http://www.fetv.co.kr/data/photos/20230727/art_1688543000636_18f9fd.jpg)
[FETV=장미란 기자] 이차전지 소재인 ‘동박’을 둘러싼 업계 주요 기업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중국 수요 둔화 등으로 공급 과잉 현상이 나타나는 데다 전력비 증가에 따른 비용 상승으로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들의 동박사업 실적 전망도 먹구름이 가득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동박 사업에 ‘통 큰’ 투자 의지를 드러내는 등 역발상 전략을 펼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과 함께 전기차 배터리 제작에 사용되는 동박 수요가 늘어나는 점도 기업들이 동박사업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주된 이유중 하나다.
업체별로는 SKC의 경우 이차전지·반도체·친환경 소재에 2027년까지 5~6조원 가량을 투자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이차전지 소재에 1조 8000억원, 반도체 소재에 2조원, 친환경 소재에 2000억원을 쏟아붓는다. 인수합병(M&A) 위한 실탄도 1~2조 가량 챙겼다. 특히 이차전지 소재의 경우 주력제품인 동박에 무게를 싣는다. 증설을 통해 글로벌 시장점유율(M/S)을 확대하고, 기술 경쟁력 강화로 차별화된 고객 가치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SKC 측은 “고성장이 가능한 이차전지, 반도체 소재 영역에 집중해 모빌리티 소재 중심의 사업구조로 전환, 글로벌 No.1 모빌리티 소재 회사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그룹의 이차전지 소재 사업 진출의 선봉에 선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하이엔드 동박 제품에 ‘승부수’를 걸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지난해 롯데케미칼이 2조 6000억원을 들여 인수한 일진머티리얼즈가 이름을 바꾼 곳으로, 국내 최초로 동박 국산화에 성공하며 쌓은 제조 핵심기술 노하우를 갖고 있다. 이러한 차별화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하이엔드(High-End) 동박’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창출해 판을 뒤엎겠다고 나선 것.
하이엔드 동박은 두께 6마이크로미터(㎛) 이하의 고강도·고연신 제품이다. 동박은 배터리 제작에 포함되는 금속 가운데 가장 무거운 편이라 두께가 얇고 강도가 강한 하이엔드 동박이 경쟁력을 갖는다. 김연섭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대표는 4일 잠실 롯데호텔월드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여러 차례 ‘초격차 기술력’을 언급했다. 단기 실적 악화와 비우호적인 시장 환경 속에 기업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본질’이며, 기술력이 그 기반이 될 것이라는 ‘뚝심’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세계 최고의 초격차 기술력으로 2030년까지 글로벌 하이엔드 동박시장 선점을 통해 업계 선두주자로 우뚝 서겠다”며 ‘반전’을 예고했다. 하이엔드 동박 시장 선점과 공급망 안정을 위해 한국은 물론 말레이시아, 유럽, 북미 등 글로벌 거점도 확대하기로 했다. 동박 생산을 위한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2028년 24t까지 증설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를 통해 올해 수주잔고 15조원, 2025년까지 20조원을 목표로 전세계 최고의 하이엔드 동박 기업이 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김연섭 대표는 “업계 최초 초고강도, 고연신 동박을 개발한 초격차 기술력과 한국, 말레이시아, 유럽, 북미 등 주요 거점 지역 확대를 추진해 하이엔드 동박 시장의 글로벌 No.1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용 이차전지 시장 규모는 올해 1210억 달러에서 2030년 4001억 달러, 2035년 6160억 달러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배터리 수요 증가에 따라 핵심 소재인 동박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글로벌 동박 시장은 올해 50만t에서 2030년에는 223만t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관측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