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진태 기자] 8년째 공염불에 그쳤던 한국조선해양의 배당 약속이 올해도 지켜지지 않을 것 같다. 실적이 반등세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적자를 기록한 데다 사모펀드의 투자 철수로 4000억원대의 지분을 매입하는 등 현금 여력이 줄어든 탓이다.
다만 이번 지분 매입으로 오버행(잠재 매도 물량) 우려를 털어 낸 만큼 업계에서는 이를 긍정적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연초부터 4조원이 웃도는 수주를 달성한 것도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이유다. 한국조선해양이 지금의 상승 기조를 유지하면서 적자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조선해양은 최근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 PE에 현대삼호중공업 주식 매매 대금 4097억원을 전액 현금으로 지급했다. IMM PE가 보유한 현대삼호중공업 주식을 현금과 현대중공업 주식으로 교환하는 방법을 두고 협의하다 끝내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전액 현금 지불로 계약 관계가 종결됐기 때문이다.
한국조선해양은 IMM PE의 지분 매각 대금중 일부인 2667억원은 현금으로, 나머지 1430억원(124만8908주)은 현대중공업 주식으로 지불하는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IMM PE는 국내 증시가 가라앉는 상황인 데다 개선의 기미가 보이지 않아 이를 거절하고 전액 현금 지불하는 방안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조선해양의 현금이 4000억원 넘게 빠져나가면서 올해 배당에 대한 가능성도 낮아지는 모양새다.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12월 9일 현금·현물배당을 위한 주주명부폐쇄를 결정하면서 배당에 대한 기대감을 모은 바 있다. 주주명부폐쇄란 배당금을 받을 주주를 확정하기 위해 실시하는 사전 절차다. 하지만 4000억원이 넘는 현금이 빠져나간 데다 사용해야 할 돈도 많아져 배당금 지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업계의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광폭 수주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연초에만 37억7000만 달러(한화 4조6303억원 가량)를 수주하며 연간 수주 목표(157억4000만달러)치의 4분의 1를 채웠기 때문이다. 문제는 조선업계가 통상 헤비테일 방식으로 수주하기 때문에 사용해야 할 돈이 많다는 점이다.
헤비테일 방식은 인도하는 시점에 공사대금 60~80%를 받는 것을 말한다. 수주가 늘수록 보유하는 현금이 많아야 사업이 원활히 이뤄지는 셈이다. 최근 빠져나간 4000억원을 감안해도 2조원 넘게 현금을 쌓아둔 것으로 알려진 한국조선해양이 올해 배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업계가 내다보는 이유다.
한국조선해양의 실적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반등세에 접어들었지만 적자 행보는 여전하다는 점도 배당이 어렵다는 견해에 힘을 싣는다. 한국조선해양은 아직 2022년 연간 실적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의 성적을 보면 총 472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분기별로 보면 3분기 1800억원대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앞서 1·2분기 적자가 커 영업손실을 피할 수 없었다.
다만 이번 지분 매입 등을 통해 한국조선해양의 주식 반등이 시작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현대삼호중공업 주식의 오버행 이슈가 해소했다는 인식에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지분 매입으로 현금은 빠져나갔지만 한국조선해양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 상장 의무가 사라진 셈"이라며 "사업자회사의 상장이 지주사 주가에는 부정적인 것을 비춰볼 때 주식 시장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