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김진태 기자] 올해 HDC현대산업개발의 남다른 원가관리 능력이 건설업계의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으로 건자재 가격이 연일 치솟으면서 일부 건설사의 매출이 늘어남에도 수익이 줄어드는 외화내빈 현상과는 대조적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한때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수익률이 두자릿수대 상승곡선을 그린다는 점도 경쟁 건설사들이 부러워하는 대목이다. 올해 초 광주서 발생한 붕괴사고 이후 고난의 터널을 지나는 HDC현산이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설지 귀추가 주목된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C현산은 3분기 영업이익 69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 늘었다. 주목할 대목은 HDC현산의 늘어난 영업이익이 매출이 줄어든 상황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HDC현산은 이 기간 매출이 8594억원에서 7378억원으로 14.1% 줄었다. 올 초 발생한 광주 붕괴사고 여파로 기수주했던 사업지에서 시공계약을 취소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HDC현산이 매출 감소에도 영업이익을 높이면서 마이너스를 보였던 영업이익률은 다시 우상향하고 있다. 이 기간 HDC현산의 영업이익률은 9.43%로 10%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올 초 HDC현산의 영업이익률이 마이너스 13.73%인 것을 감안하면 반년 만에 영업이익률이 20%포인트(p) 넘게 증가한 셈이다.
HDC현산이 어려웠던 대내·외 경영 여건에도 수익성을 높일 수 있었던 것은 효율적인 원가관리 덕분이다. HDC현산은 러시아發 원가 쇼크에도 원가율을 낮추는데 성공해서다. HDC현산의 원가율은 같은 기간 86.3%에서 84.8로 1.5%p 줄였다. 일부 타 경쟁사는 치솟는 건자재 가격에 원가율도 동반 상승하면서 매출 증가에도 수익성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이 줄었지만 수익성이 늘어난 HDC현산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실제로 HDC현산이 이 기간 사들인 건자재 가격을 살펴보면 철근은 톤(t)당 96만3950원에서 101만2286원으로 증가했다. 레미콘은 ㎥당 7만1000원에서 8만300원으로 늘었다. 비율로 보면 철근은 5.1%, 레미콘은 13.1% 증가했다. 반년 만에 최대 10% 넘게 오른 셈이다. 2년 전과 비교하면 극명한 차이다. 지난 2020년 3분기 HDC현산이 사들인 철근 가격은 60만9667원이다. 2년 만에 철근 가격이 66.1% 증가한 셈이다. 2년 전 레미콘 가격은 공시되지 않았다.
2년 전 건자재 가격이 중요한 것은 수주 이후 착공까지 통상 2년 안팎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공사비를 산정할 때 당시 건자재 가격에 물가인상률을 반영하는데 물가인상률이 통상 3~5% 내외인 것을 고려하면 지금의 건자재 가격 인상 폭은 예상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에 일부 경쟁사들이 늘어난 매출에도 수익성이 줄어든 것이다. 하지만 HDC현산은 붕괴사고 이후 줄어든 매출에도 원가관리에 성공하면서 수익성을 높일 수 있었다. HDC현산의 원가관리가 돋보이는 이유다.
다만 악화된 현금흐름은 주의해야 할 점으로 보인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유동성 위기론이 불거지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문이 좁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HDC현산의 최근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살펴보면 최근 5분기중 올해 2분기에만 현금이 순유입됐다. 나머지 분기에는 모두 현금이 유출됐는데 광주 붕괴사고가 발생한 1분기에는 무려 1조원이 넘는 돈이 빠져나갔다. 9월 말 발생한 레고랜드 사태 이후 현금 유동성의 중요성이 부각된 것을 고려하면 현금흐름을 개선할 필요성이 있다.
HDC현산 관계자는 “최근 분양을 시작하면서 현금흐름이 개선될 여지가 생겼다”며 “유동성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HDC현산은 최근 수원아이파크시티 인근의 수원아이파크타운 1단지를 기존 2·3·4단지에 이어 추가로 개별분양을 진행했다. 1단지의 24개 필지에 2·3·4단지까지 총 168개 필지를 분양하고 있다. 완판 시 4분기 인식할 분양대금은 2000억원 이상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