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김진태 기자] 정기선 한국조선해양 사장이 어려운 경영환경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 부문 볼륨을 높이고 있다. 연구개발 확대가 미래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투자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조선해양은 올들어 속도를 내는 실적 회복에 발맞춰 연구기발 분야 투자를 늘리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로 어려워진 자금시장에 대비, 현금성 자산을 크게 늘린 것도 연구개발 투자에 힘을 보태고 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3분기 기준 한국조선해양의 연구개발비는 77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0억원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정 사장이 한국조선해양 지휘봉을 맡은 지 1년여만이다.
연구개발비 내역을 살펴보면 판매비와 관리비는 소폭 오른데 반해 무형자산 개발비는 4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조선해양의 무형자산 개발비는 같은 기간 57억원에서 220억원으로 160억원 넘게 증가했다. 불황 파고를 넘어 미래 수요에 대비하기 위해선 기술개발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조선해양이 무형자산 개발비를 늘리면서 무형자산의 증가세도 돋보인다. 같은 기간 1174억원에서 1362억원으로 16.1% 증가했다. 연구인력도 늘어난 것으로 관측된다. 연구개발비 가운데 인건비가 2배 가까이 커져서다. 한국조선해양의 인건비는 이 기간 199억원에서 303억원으로 52.2% 증가했다.
이뿐 아니다. 한국조선해양은 양호한 실적을 바탕으로 투자도 확대하는 모양새다. 한국조선해양은 이 기간 188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지난해 4분기 이후 지속됐던 적자고리를 끊었다. 매출은 4조26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8% 증가했다.
한국조선해양이 흑자 전환에 성공한 것은 수직 계열화를 통한 원가 경쟁력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이 독자 개발한 ‘힘센엔진’을 갖고 있다. 주요 부품인 엔진을 자체적으로 조달하면서 수직 계열화를 이뤘다.
여기에 조선사 3개사를 보유한 만큼 후판 등 주요 원재료 부분에서 원가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후판은 선박 제조원가의 20%를 차지하는데 3개사가 필요한 물량을 한꺼번에 대량으로 구매하기 때문에 가격 협상에서 타사보다 유리하다는 것이다.
한국조선해양이 양호한 성적을 거두면서 투자도 확대하는 모양새다. 한국조선해양의 투자활동 현금흐름을 보면 자산을 처분해 플러스였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엔 1조2587억원이 마이너스로 나타났다. 투자활동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자산을 처분한것보다 취득한 것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투자활동 현금흐름 내역을 보면 같은 기간 단기금융자산과 유형자산을 많이 취득했다. 지난해 1522억원의 단기금융자산을 처분한 것과 달리 3분기에만 7937억원을 더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조선해양이 단기금융자산 늘리기에 나서면서 총 보유한 단기금융자산은 1조원을 넘겼다.
단기금융자산이 1년 이내 즉시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뜻한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자금시장이 어려워진 것을 고려해 정 사장이 유동성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유형자산도 2714억원에서 4583억원으로 2배가량 증가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황이 개선되고 있지만 아직 갈길이 먼 상황에서 연구개발비를 늘리고 투자를 확대하는 것은 그 이후를 내다보는 것”이라며 “미래 수요를 대비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