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진태 기자] 대한항공이 비상하고 있다. 고환율·고금리·고유가 등 3중고에도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쌓아올리고 있다. 8000억원이 넘는 환손실에도 당기순이익은 4배 이상 늘었고 부채비율은 감소세다. 레고랜드 사태로 발생한 유동성 한파에도 보유 현금이 많아 문제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올해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3조7472억원, 영업이익 7781억원, 당기순이익 431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62.6%, 영업이익 85.2%, 당기순이익 305.4% 증가한 수치로 3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긴 터널을 지났던 대한항공이 다시 빛을 보는 모양새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대한항공의 이 같은 실적 상승세가 고환율과 고금리, 고유가 등 악조건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이다. 항공업계는 항공기의 리스료와 항공유 등을 달러로 결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원·달러 환율이 오를수록 수익성이 줄어드는 특성이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수록 대한항공은 350억원 가량의 환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에 따르면 7일 기준 원·달러환율은 1406원이다. 1년 전인 11월 9일 원·달러 환율이 1176원인 것을 감안하면 1년 새 230원이 오른 셈이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대한항공은 환율 차이로만 805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이다.
놀라운 점은 대한항공이 급등한 원·달러 환율로 인해 8000억원이 넘는 환손실에도 당기순이익을 4배 넘게 증대시켰다는 점이다. 지난해 코로나19 영향으로 당기순이익이 줄어든 상태였다는 것을 감안해도 눈부신 성장이다.
대한항공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면서 약점으로 꼽혔던 재무구조도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300%대를 넘겼던 부채비율은 올해 2분기 200%대 중반으로 낮아졌다. 양호한 당기순이익에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확충이 더해지면서 재무구조가 점차 좋아지는 모양새다.
대한항공의 도약은 4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4분기 4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리면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양호한 성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에 대한항공의 부채비율도 200%대 초반을 나타낼 것으로 분석된다.
레고랜드 사태로 인한 유동성 위기론도 대한항공과는 무관할 전망이다. 대한항공이 보유한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등 포함)만 5조3425억원에 달하고 있어서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3분기 이후 단기금융 자산을 대폭 늘렸는데 혹시 모를 유동성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대한항공의 단기금융자산은 지난해 3분기 2조2121억원에서 올해 2분기 4조2583억원으로 2조원 넘게 올랐다. 최근 항공업종이 신종 코로나19 팬데믹 확산 이후 실적이 크게 악화되며 유동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과정에서 자본잠식 우려가 확산하는 것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특정 분기에 벌어들인 이익의 절대 규모보다 지금까지 누적된 재무구조 개선 효과에 주목해야 한다”며 “최근 항공업종은 과도한 자본잠식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대한항공은 재무구조 개선으로 과거와 달리 금리와 환율 상승 등 대외 불확실성을 극복할 체력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