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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새 5배"...금리 파괴 나선 케이뱅크, 왜 지금일까

파킹통장 금리, 작년 10월 0.5→올해 2.5%...은행권 최고 수준
IPO 앞두고 승부수 던져...여수신 확대로 기업가치 증대 '올인'

 

[FETV=권지현 기자] '진격의 케이뱅크'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의 파격적인 금리 행보가 금융권의 이목을 끌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에선 0%대인 파킹통장(수시입출금통장)의 금리를 대폭 끌어올리는 모습은 은행권에서 전례를 찾기 힘들다는 평가다. 기업공개(IPO)를 앞둔 복잡한 속내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파킹통장인 '플러스박스'의 금리를 최근 2.3%에서 2.5%로 0.2%포인트(p) 인상했다. '파킹통장'은 주차장에 차를 수시로 넣고 빼듯, 자유롭게 입출금할 수 있는 수시 입출금 통장 상품이다. 하루만 맡겨놔도 이자를 주기 때문에 은행으로선 소비자의 여유 자금을 끌어모으기에 좋다.

 

주목할 점은 케이뱅크 파킹통장의 금리 추이다. 지난해 10월 0.5% 수준이던 금리는 2개월 만에 1.0%로 0.5%p 오르더니, 이후 7개월 만에 다시 2%대(2.1%)로 올라섰다. 지난달 2.3%로 인상된 금리는 이달 2.5%로 다시 높아졌다. 벌써 올해 네 번째 인상으로, 1년 전과 비교하면 '5배 금리'다. 수시 입출금 통장에 2.5% 금리를 주는 은행은 케이뱅크가 유일하다. 이전 같으면 예·적금 금리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케이뱅크가 가장 낮은 금리를 주던 파킹통장에 '금리 실험'을 한 것은 고객수와 인지도를 끌어올리려는 계산이 깔려있다. 금리 인상기에도 대형 시중은행이 수시 입출금 통장의 기본금리로 0%대를 제시하고 있는 것에 착안, 틈새를 파고들어 고객 투자대금 수요를 빨아들이면서 같은 인터넷은행이지만 상대적으로 카카오뱅크, 토스뱅크에 밀렸던 인지도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이는 기업공개(IPO)를 위해 기업가치를 단기간에 끌어올려야 하는 필요와 맞물려 있다.

 

케이뱅크는 현재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추진 중이다. 지난 6월 30일 예비심사를 청구했으며, 지난달 20일 적격 통보를 받았다. 케이뱅크는 예비심사 유효기간(6개월)에 따라 내년 3월 20일까지 코스피 상장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

 

투자자들의 마음을 잡는 '순익개선'에는 자신감이 붙은 상태다. 케이뱅크는 올해 상반기 45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전년의 적자를 씻어낸 동시에 최대 이익을 달성했다. 다만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최근 투자심리가 얼어붙었다는 점이 악재다. 일단 케이뱅크는 예비심사 유효기간과 해외 공모 시 지켜야 하는 '135일 룰'을 동시에 고려하면서 무리하게 일정을 내몰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135일 룰은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공모를 진행할 경우 OC(Offering Circular·해외투자설명서)에 포함되는 결산자료의 기준일로부터 135일 내에 상장 일정을 마쳐야 하는 규정을 말한다. 케이뱅크가 최대 기록을 세운 올해 상반기 실적을 기준으로 상장을 추진한다면 이 룰에 따라 늦어도 11월 15일까지 청약대금 납입 등 상장 절차를 마쳐야 한다. 하지만 이는 코스피 무대에 데뷔하려는 케이뱅크가 '증시 침체'를 직격탄으로 맞는다는 위험부담이 있다. 

 

케이뱅크로서는 135일 룰을 성급하게 활용하지 않으면서 내년 3월 20일까지 상장을 잘 마무리 짓기 위해 상반기보다는 하반기 순익, 그리고 과거의 성장보다 인지도를 바탕으로 한 향후 성장 가능성이 투자자들에게 어필하는 데 더 중요해진 셈이다. 최근 잇달아 파킹통장 금리를 올리면서 기업가치 증대에 적극 나선 이유다. 

 

일단 파킹통장에 전례 없는 금리를 준 것은 고객수를 늘리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했다. 지난 2019년 4월 100만명이던 케이뱅크 고객수는 작년 12월, 케이뱅크가 1%대 금리를 선언한 때와 맞물리며 700만명으로 올라섰다. 올해 7월부터 2%대 금리를 제공하자 입소문을 타며 9월 말 801만명을 기록했다. 이에 올 6월 말 12조1800억원이었던 수신잔액은 9월 말 13조4900억원으로 1조3000억원 이상 늘었다.  

 

요즘과 같은 증시 변동기, 파킹통장 고객이 늘어 이들의 투자대금 수요를 잡아둘 수만 있다면 대출 영업 등도 더 활발해 질 수 있다. '대출 확대'는 은행 순익 개선과 성장성의 핵심이다. 실제 케이뱅크의 여신잔액은 금리 인상 여파를 타고 고객이 늘며 올 9월 말 9조7800억원을 기록, 3개월 만에 1조원 이상 증가했다. 

 

케이뱅크 관계자는 "3월 20일 이전에 상장이 잘 마무리될 수 있도록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파킹통장 금리 인상에 대해 "파킹통장이 다른 상품보다 고객 접근성이 높고, 이 상품 고객들이 대출 등 다른 대외상품 고객으로 이어지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