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김진태 기자] 반도체난에 판매 부진을 겪은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2분기 실적이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고가의 차량을 더 많이 판매한 것이 매출과 영업이익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기간 원달러 평균 환율이 오른 것도 물량 감소 영향을 상쇄한 것으로 해석된다.
22일 완성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2분기 실적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먼저 현대차는 올해 2분기 매출 35조9999억원, 영업이익 2조9798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대 매출액과 영업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8.7%, 영업이익은 58.0% 증가한 수치다.
특히 매출은 지난해 4분기의 역대 최고 기록인 31조265억원을 경신했다. 영업이익은 2012년 2분기에 달성한 기존 최고 영업이익 2조5372억원을 10년 만에 넘어서는 기록이다. 또 분기 영업이익이 2조원을 넘어선 것은 2014년 2분기(2조872억원) 이후 8년 만이다.
기아차의 성과도 뚜렷하다. 기아차의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18조3395억원보다 19.3% 증가해 처음으로 20조원대를 넘어섰다.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1조4872억원) 대비 50.2% 증가하면서 사상 첫 2조원대를 기록했다.
반도체난에도 현대차와 기아차의 실적이 역대급을 기록한 것은 고가 중심의 차량을 많이 판매해서다. 실제로 현대차와 기아차의 판매량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는 올해 2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97만6350대를 판매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3% 감소한 수치다. 반도체 공급 부족과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중국 봉쇄에 따른 부품 부족 영향으로 국내 시장에서 전년 동기 대비 9.2% 감소한 18만2298대가 판매됐다. 해외 시장에서도 전년 동기보다 4.4% 줄어든 79만4052대가 판매됐다.
전체적인 판매고는 줄었지만 투싼 하이브리드 등 고가의 차량 판매는 늘었다. 현대차에 따르면 투싼 하이브리드, 아이오닉5, 팰리세이드 등 판매 호조로 글로벌 시장에서 SUV 판매 비중은 작년 2분기 47%에서 올해 2분기 52%로 상승했다. 또 제네시스 G90이 올해 2분기 글로벌 시장에서 7000대 가량 판매됐다.
기아차도 사정은 비슷하다. 기아차의 국내·외를 합친 글로벌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줄어든 73만3749대를 기록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신형 스포티지와 EV6가 잘 팔렸지만, 반도체 등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 영향으로 작년 동기 대비 5.0% 줄었다.
해외에서는 2.1% 감소한 59만2881대를 팔았다. 러시아 권역의 판매 중단 영향이 가시화됐지만 수익성이 더 높은 다른 권역으로의 물량 전환, 북미와 유럽에서 공급 확대, 인도 공장 3교대 전환, 카렌스(인도)·신형 스포티지 등 신차 효과 등으로 판매 차질을 최소화했다는 게 기아의 설명이다.
기아 관계자는 "일부 부품 수급 차질과 재고부족이 지속돼 도매 판매가 감소했지만 높은 상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고수익 차량 중심의 판매 구조와 인센티브 축소를 통한 제값 받기 가격 정책, 우호적 환율 효과가 더해져 매출과 수익성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환율 효과도 현대차와 기아차의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2022년 2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전년 동기 대비 12.3% 상승한 1,260원을 기록했다. 현대차는 "올해 2분기 원달러 평균 환율은 전년 동기 대비 12.3% 상승해, 전체 물량 감소 영향을 환율 효과로 상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