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김진태 기자] "실적이냐 기업가치냐"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의 계열사간 영업인 내부거래가 늘어나고 있어 주목된다. HDC현산 입장에선 광주 붕괴사고 여파로 건설수주가 어려운데 따른 반사적 현상인 셈이다. HDC현산의 경우 아직 내부거래 비중이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기업가치 제고 차원에선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HDC현산 최고경영진 입장에선 반드시 풀어야할 숙제인 셈이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HDC현산의 지난해 내부거래액은 3812억원으로 전년(1428억원)보다 166.9% 증가한 수치다. 이는 HDC현산이 설립된 2018년 5월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HDC현산은 2018년 현대산업개발이 지주회사(HDC)와 건설사업(HDC현대산업개발)으로 분할하면서 설립됐다. 분할 한 달 후인 2018년 6월 거래소에 상장했다.
HDC현산은 설립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내부거래가 꾸준히 증가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8년엔 543억원, 2019년 1327억원, 2020년 1428억원을 기록하며 매년 100억~800억원가량 오르다 지난해(3812억원) 들어 3배가량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HDC현산의 내부거래가 대폭 늘면서 기업가치에 악영향을 주는 게 아니냐는 시선도 힘을 얻고 있다. 내부거래는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대외적인 경쟁력이 약하다는 인식을 줄 수 있어서다. 특히 HDC현산의 경우 광주서 발생한 2건의 붕괴사고로 수주에 어려움을 겪는 만큼 부족한 실적을 내부거래로 충당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로 HDC현산은 붕괴사고 이후 이미 수주한 사업지에서 시공계약이 해지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공계약이 해지된 사업지는 ▲서울 광진구 광장상록타워 리모델링 ▲경기 안양 뉴타운맨션삼호아파트 재건축 ▲대전 도안아이파크시티2차 ▲경기 광명11구역 재개발 ▲부산 서금사재정비촉진A 재개발 ▲경기 광주 곤지암 역세권 아파트 신축공사 등 6곳이다.
실적에도 큰 타격을 받았다. HDC현산은 지난해 1분기 1000억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과 달리 올 1분기엔 941억원의 영업손실을, 같은 기간 915억원의 당기순이익은 755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HDC현산의 실적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이번 실적에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와 관련된 추가 손실비용이 반영돼서다.
다만 HDC현산이 서울 노른자 지역에서 시공권 방어에 성공한 점은 긍정적인 요인이다. HDC현산은 이문3구역 재개발, 서울 잠실진주 재건축, 노원구 상계1구역 재개발, 강북구 미아4구역 재건축 등 4개 사업지에서 시공계약을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내부거래 비중이 증가세를 보인 것은 맞지만 비중 자체는 크지 않아 당장 문제 될 게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건설사(삼성물산 제외) 가운데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SK에코플랜트다. 지난해 전체 매출의 50.8%가 내부거래에서 발생했다. 이어 롯데건설(22.2%), 포스코건설(15.3%), GS건설(15.2%), 현대엔지니어링(14.5%) 다음이 HDC현대산업개발(11.1%) 순으로 집계됐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부산컨테이너터미널(BTC), HDC리조트 등에서 대규모 공사가 시작됐고 서울춘천고속도로 등의 내부거래액이 신규로 잡힌 탓에 내부거래가 늘었다”며 “실적을 쌓기 위해 내부거래를 늘린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