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성우창 기자] KB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상장지수펀드(ETF) 시장 3위 싸움이 뜨거워지고 있다.
두 회사는 최근 조직 개편과 경쟁사 출신 조직 수장 영입으로 ETF 마케팅 역량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8일 기준 국내 ETF 시장은 1위 삼성자산운용(41%), 2위 미래에셋자산운용(38%)이 점유율 과반을 차지한 가운데, 3위 KB운용(8%)과 4위 한투운용(4%) 등이 뒤를 따르고 있다. 1·2위와의 차이가 워낙 크기 때문에 3위를 차지하기 위한 두 회사의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KB운용은 지난달 ETF 상품 운용을 전담하던 ETF&AI본부에 마케팅본부 등을 더해 ETF&AI부문으로 확대·개편했다. ETF&AI부문을 이끄는 홍융기 부문장은 미국 미네소타·예일대학교를 거친 후 케임브리지대학교 박사과정을 수료한 유학파다. 10여년간 삼성운용 퀀트전략팀·퀀트운용본부에서 근무한 '퀀트통'으로 불린다. KB운용에는 지난 2015년 입사해 멀티솔루션본부장을 맡았으며, ETF&AI부문에 이르기까지 ETF 부문 조직을 이끌고 있다.
KB운용 관계자는 "최근 홈페이지를 개편하고 옥외·온라인 광고를 진행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며 "이달부터는 유튜브 채널 '삼프로TV'가 진행하는 투자 아이디어 서바이벌도 후원 중"이라고 말했다.
한투운용은 이달 초 디지털ETF마케팅본부를 신설했다. 올해 새로 부임한 배재규 대표이사의 첫 조직개편이자 직속 조직으로 주목받고 있다.
디지털ETF마케팅본부를 맡게 된 김찬영 본부장은 연세대학교 경영학 학사·석사(MBA) 졸업 후, 씨티은행 및 미래에셋·삼성·피델리티자산운용 등에서 마케팅 경력을 쌓아왔다. 배 대표가 삼성운용에서 재임하던 시절 ETF 마케팅을 맡던 김 본부장을 불러들인 점도 흥미롭다.
한투운용 관계자는 "향후 한투운용 ETF 상품의 전반적인 마케팅을 총괄, 개인·기관·외국인 투자자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채널을 통해 회사와 상품을 알리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그 일환으로 하반기에는 기존 KINDEX ETF의 브랜드명 변경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자산운용사들의 ETF 출시 경쟁이 격화되고 차별화 요소도 적어지면서, 운용·개발만큼이나 마케팅 역량이 강조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KB·한투운용도 이를 의식한 조직개편을 실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ETF의 아버지' 배 대표는 지난 2월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자산운용업의 핵심역량이 상품개발·마케팅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각 조직 리더들 모두 삼성운용 출신인 점도 흥미롭다. ETF 업계 1위의 DNA를 이식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커리어 상으로는 각각 투자 운용 전문가, 마케팅 전문가라는 차이가 있다. 따라서 KB운용이 기존 운용 중심 조직에 마케팅을 더해 종합적인 역량을 강화한다면, 한투운용은 대표 직속으로 마케팅 조직을 독립시켜 별도 역량 강화를 꾀한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현재 양 사가 공통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퇴직연금 시장이다. 홍 부문장은 KB운용 ETF가 업계 최저보수로 퇴직연금에 적합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김 본부장도 고객의 노후 연금 자산을 잘 지킬 수 있도록 디지털 마케팅 채널을 통해 투자 관련 커뮤니케이션을 이어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