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성우창 기자] 증권사의 분기 보고서에서 '소액 주주 수' 항목이 사라지고 있다.
바뀐 공시 규정 때문이라는 분석과 함께 늘어난 개인 소액주주들에 대한 권리 침해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시가총액 상위 10개 상장 증권사(미래에셋·메리츠·한국금융지주·NH투자·삼성·키움·한화투자·대신·유안타·신영증권) 중 미래에셋증권과 메리츠증권의 올해 1분기(1~3월) 분기 보고서에 '소액주주 현황' 항목이 없어졌다. 작년까지 연간 사업보고서는 물론 분·반기 보고서 등에도 꾸준히 공개됐지만, 이번 보고서에서 갑자기 빠진 것이다. 또 NH투자증권을 제외한 다른 7개사의 경우 분기 보고서에 소액주주 현황이 공개됐지만, 대부분 지난 연말 기준 이었다. 따라서 현시점의 정확한 현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이 같은 현상은 올해부터 바뀐 금융감독원 공시 규정 때문으로 보인다. 규정에 따르면 소액주주 수에 큰 변동이 없는 경우 분기나 반기보고서에는 생략할 수 있다. 다만 연간 단위로 작성하는 사업보고서에는 소액 주주 현황이 기재돼야 한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공시 보고서 내용이 방대하고 기업에 부담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모든 항목을 일일이 공개하기에는 효용성이 적기 때문"이라며 "변동사항이 없으면 기재하지 않아도 되는 항목, 변동사항이 있어도 기재를 하지 않아도 되는 항목 등을 정해 공시 사항을 간소화했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10대 증권사 중 유일하게 1분기 말 기준 소액주주 수를 공시했다. 올 들어 주가가 1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지며 소액주주 보유주식 비율도 37.41%로 3%포인트가량 떨어졌다. 반면 소액주주 수는 약 9만3000명으로 8000명가량 많아졌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분기마다 소액주주 현황을 구하는 게 어려웠다면 생략했겠지만, 그렇게 번거롭지도 않고 특별히 뺄 이유도 없어 분기 보고서에 기재했다"고 전했다.
미래에셋증권은 그동안 분기 보고서를 통해 공개했던 소액주주 수를 올 1분기부터 없앴다. 작년 말 기준 전체 주식 중 36%를 보유한 소액주주에 대한 부담 때문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작년 증시 활황 및 역대 최대 실적에 힘입어 소액주주 수가 역대 최고 수준인 13만7444명까지 늘었다. 그러나 올해 약세장이 거듭되며 증권사들의 이익 감소가 예상되고, 주가가 7000원 후반대까지 떨어지자 손실을 본 투자자가 많아졌을 것으로 풀이된다. 메리츠증권도 보고서에서 소액주주 현황 항목을 삭제했다.
이에 대해 업계 일각에서는 소액 주주에 대한 권리 침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