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성우창 기자] 대형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이 올해 1분기(1~3월) 나란히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미국발 금리 인상 및 재정 긴축 우려, 우크라이나-러시아 분쟁 등으로 국내외 증시 약세가 계속되며 거래대금이 하락세인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KB증권·하나금융투자·신한금융투자 등 대형 금융지주 계열 4개 증권사 중 올 1분기 가장 많은 순이익을 달성한 곳은 하나금투로, 전년 동기 대비 13.12% 줄어든 1193억원을 벌어들였다. 뒤이어 KB증권이 동기간 47.8% 줄어든 1159억원, 신한금투는 37.8% 줄어든 1045억원을 기록했다. NH투자증권이 지난해 대비 무려 60.3% 감소한 1023억원에 그쳤다. 지난해에 비해 악화된 국내외 투자환경이 발목을 잡은 것으로 분석된다.
금투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가 유례없는 역대급 호황이었을 뿐, 그 이전 사업년도 실적들과 비교하면 그렇게 나쁜 성적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성과도 있었다. NH투자증권은 5분기 연속 당기순이익 1000억원 이상을 달성했다. 자산관리(WM) 부문에서는 펀드 중심으로 자금이 유입돼 실적을 견인했다. 디지털 플랫폼 경쟁력을 높여 디지털 채널 고객자산·시장점유율도 상승했다. 국내주식은 부진했지만, 해외주식 부문 자산 규모와 수익률이 상승했다. 투자금융(IB) 부문은 인수금융, 다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딜 등을 수행하며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앞으로 고객 관점의 완성형 플랫폼 구축을 통해 차별적 상품 및 서비스 공급체계를 강화하고, IB 부문 수익 다각화를 지속 추진해 안정적이고 균형 잡힌 사업 포트폴리오를 유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KB증권도 WM 부문에서 자산규모·시장점유율이 성장했다. 특히 IB 부문 성과가 눈부셨다. 채권자본시장(DCM) 부문 리그테이블 1위를 유지했으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 발행시장에서도 1위였다. 주식자본시장(ECM)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 대표주관과 유상증자 1위에 힘입어 선두권을 차지했다. 인수합병(M&A) 주관 순위는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높았으며, 인수금융 부문에서는 대우건설, 두산공작기계 등 국내외 대형 딜을 수행했다. 프로젝트금융에서도 대형 PF, ESG, 국내외 인프라 딜을 확대하고 해외 비즈니스를 재개하는 등 수익원을 다변화했다.
KB증권 관계자는 “세일즈앤트레이딩(S&T) 부문에서는 견조한 영업 수익을 유지했으며, 주가연계증권(ELS) 발행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며 “기관영업 부문도 국내 주식위탁 및 글로벌 비즈니스를 강화하고, 기관 커버리지 강화를 통해 금융상품 순자산총액(AUM)이 커졌다”고 전했다.
하나금투는 4개사 가운데 지난해 동기 대비 순이익 하락폭이 가장 적었으며, 영업이익은 1230억원으로 오히려 5.71% 증가했다. 어려운 증시 환경에도 불구하고 IB 관련 인수주선·자문 수수료 수익이 증가했으며, 국내외 대체투자 수익이 꾸준히 늘어 큰 폭으로 성장한 것이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하나금투 관계자는 “급변하는 시장 환경과 정체기에도 '증여플랜' 등 다양한 서비스와 제휴 마케팅을 통해 적극적인 손님 유치를 실시, 기반을 공고히 했다며 "금리 상승을 고려한 다변화된 전략과 비즈니스 확장이 실적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신한금투 역시 거래대금 감소에 따른 증권수탁 수수료 감소 영향이 컸지만, IPO·M&A·채권인수 수수료 등 IB 관련 수익이 증가해 증권수탁 수수료 감소분을 상쇄했다. 또한 판관비 및 수수료 비용 관리를 통해 영업비용이 전년 동기 대비 4.1% 감소, 영업이익 감소분을 보충했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유가증권 손익은 금리 상승에 따른 매매이익 감소 영향으로 전년보다 11.7% 줄었으며, 증권수탁 수수료도 주식거래 대금이 감소해 47% 줄어든 770억원에 그쳤다"며 "단 현재 거래량 정도라면 증권수탁 수수료는 이익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설명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반적인 증시 및 주변 자금 흐름은 지난 2월 이후 더 악화되지는 않고 있다"며 "최근 비우호적 환경이 이어지고 있으나, 하반기부터 단기금리 불안이 진정될 경우 업황 회복 가능성은 높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