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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


존폐 위기 놓인 HDC현산, 영업정지 8개월

국토부 “광주 붕괴사고 책임…등록말소 처분” 요구
HDC현산 “사고 현장 수습·피해보상 책임 다할 것”

[FETV=김진태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존폐의 기로에 놓였다. 서울시가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철거현장 붕괴사고와 관련해 8개월 영업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린 데 이어 국토교통부가 광주 서구 화정아이파크 붕괴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 등록말소 처분을 요구하고 있어서다. HDC현산은 사고 현장 수습과 피해보상에 책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도 서울시의 중징계 처분에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4월 18일부터 8개월간 영업정지…추가 징계 가능성도=서울시는 30일 지난해 6월 발생한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와 관련해 원청사인 HDC현산에 건설산업기본법(이하 건산법) 위반으로 다음 달 18일부터 8개월간 영업을 정지시키는 행정처분을 내렸다. 

 

처분 사유로는 ‘해체계획서와 다르게 시공해 구조물 붕괴 원인을 제공한 점’, ‘현장 관리·감독위반’을 들었다. 현행 건산법 82조에 따르면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부실하게 시공함으로써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발생시켜 건설공사 참여자가 5명 이상 사망한 경우’ 최장 1년의 영업정지를 내릴 수 있다. 

 

하지만 학동 철거 사고는 건설 근로자가 아닌 주변의 버스 승객이 사망하면서 ‘일반 공중(公衆)에 인명 피해를 끼친 경우’에 속해 해당 기업에 내릴 수 있는 영업정지 기간은 최장 8개월이다. 받을 수 있는 가장 높은 형벌을 받은 셈이다.

 

HDC현산은 이날 서울시의 중징계 처분이 나오자 “우려가 현실이 됐다”며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그러면서도 “학동을 비롯해 사고 현장 수습과 피해 보상 등에는 책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초 서울시는 단순 철거가 부실시공의 범주에 들어가는지 여부를 놓고 징계 여부를 놓고 고민했으나 국토부가 ‘철거도 시공의 범주에 포함된다’고 해석하면서 최고 수위의 처벌이 내려졌다.

 

서울시는 이번 부실시공 관련 처분 외에도 학동 현장의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에 대해서도 영등포구가 철거 하도급업체인 한솔기업에 대해 공식 처분을 내린 뒤 징계 처분 내용을 결정할 계획이어서 HDC현산 입장에서는 추가 징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다만 HDC현산이 최악의 상황인 불법 재하도급에 관여(지시·공모)한 것으로 드러나도 영업정지(최장 8개월) 처벌 대신 과징금으로 대체할 수 있어 앞서 부실시공으로 받은 8개월 외에 추가 영업정지는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광주 화정 아이파크 외벽 붕괴 사고다. 국토부는 앞서 화정 아이파크 붕괴 사고를 낸 HDC현산에 대해 학동 사고 때와 다른 ‘건산법 83조’를 적용해 최소 수위인 등록말소 처분을 내려줄 것을 서울시에 요청했다.

 

건산법 83조는 고의나 과실로 건설공사를 부실하게 시공해 시설물의 구조상 주요 부분에 중대한 손괴를 일으켜 공중의 위험을 발생하게 한 경우 1년 이내 영업정지나 등록말소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울시는 앞으로 6개월 내에 화정 아이파크 사고에 대해서도 행정처분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HDC현산은 이에 따라 내달 학동 재개발로 인한 영업정지 상태에서 추가로 1년(합산 1년8개월)의 영업정지를 받거나 아예 건설업 면허가 취소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됐다.

 

◆8개월간 건설사업자로서 수주활동 전면 금지…착공한 건설현장은 그대로 진행=이번 학동 영업정지로 인해 HDC현산은 당장 입찰참가 등 건설사업자로의 수주활동이 전면 금지된다. 공공공사를 비롯해 민간사업 입찰에도 참여할 수 없다.

 

HDC현산은 이날 이사회에서 서울시의 행정처분에 대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 및 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통해 대응할 것을 결의했다”고 공시했다. 소송전으로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행정처분 발표일은 4월 18일부터다. 법원이 가처분을 받아들이면 그 즉시 영업정지 처분은 중지된다. 다만 영업정지가 되더라도 앞서 도급계약을 체결했거나 인허가 등을 받아 착공한 건설공사는 계속 시행할 수 있다.

 

HDC현산은 일단 현장이 개설된 전국 65개 아파트 등 공사현장에 대해 계획대로 공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광주 학동 재개발 현장도 현재 피해 보상 협의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면서 재착공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기존 공사를 계속 진행한다고 해도 영업정지에 따른 신용 경색으로 유동성 위기에 봉착하면 공사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를 위해 HDC현산은 앞서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기관으로부터 보유자산 토지 등을 담보해 이달에만 8100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하지만 기존에 수주한 사업에서 시공권 박탈 요구가 거세질 가능성도 있는 만큼 추가적인 손실이 예상된다. 이미 광주 운암, 경기 광명 11구역 등 일부 현산과 도급계약을 체결한 현장에서는 시공과 브랜드 사용 배제 결정이 내려진 상태다.

 

최근에 수주해 정식 도급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경기 안양시 관양 현대, 서울 노원구 월계 동신 재건축 단지 등도 이번 영업정지를 이유로 시공사 교체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

 

HDC현산이 화정 아이파크 사고로 등록말소 처분까지 받게 된다면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HDC현산에 따르면 현산의 임직원은 현재 1660명에 달하며, 협력업체는 1000여 곳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만약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로 현산에 ‘등록말소’ 결정이 내려지면 당장 1600명이 넘는 임직원들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은 물론 수만명에 달하는 협력업체 임직원들도 연쇄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건설업 등록 할 수 있어도 실적 없어 사세 위축 불가피=HDC현산이 앞으로 등록말소 처분을 받게 되더라도 현재 건설업은 인가제가 아닌 ‘신고제’여서 다시 새 이름으로 건설업 등록을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신뢰성 저하와 여론 악화로 당장은 사업 재개가 쉽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 본다. 또 새로운 이름으로 면허 등록을 하더라도 과거 HDC현산이 보유한 공사실적은 모두 사라진다. 공공공사 참여를 위해선 실적이 중요한 만큼 사세 위축은 불가피하다.

 

HDC현산이 이번 일을 계기로 건설업를 이어나가지 못하게 된다면 HDC그룹 전체에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HDC그룹은 현재 HDC현산을 비롯해 상장사 4곳, 비상장사 27곳 등 총 31개사에서 1만여명의 임직원이 종사하고 있지만 HDC현산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규모가 크지 않다.

 

실제 HDC그룹 전체의 지난해 매출액은 5조2000억원 가량인데 이 중 HDC현산의 매출이 0%(3조6500억원)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HDC는 ‘캐시카우’인 현산이 어려워지면 그룹 전체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몽규 회장 입장에서는 소송을 통해 징계 수위를 최대한 낮추는 방법 외에는 다른 대책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이번 현산 사태의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산업현장의 인명 사고는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며 “국토부가 앞으로 지자체에 위임한 행정처분권까지 회수해 직접 처벌에 나선다는 것인데 사고 발생의 근본 원인에 대한 대책 없이 건설사 처벌만 강화할 경우 산업 전반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