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성우창 기자] 지난해 대어급 기업공개(IPO)로 주목받았던 크래프톤의 6개월 '보호예수' 물량이 10일 대거 풀린다.
보호예수는 상장사의 주식을 보유한 기관투자자가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기로 약속하는 것으로 록업·의무보유 확약이라고도 한다. 올해 들어 계속되고 있는 주가 하향 흐름에서 또 다른 부담이 되지 않을지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보호예수 해제가 꼭 악재만은 아니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의 주요 주주 및 외국인·기관투자자의 보호예수 물량 1275만주가 오는 10일 해제된다. 전체 상장 주식의 26%에 해당한다. 보호예수는 대규모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와 시장에 충격을 주는 것을 완화하기 위한 제도지만, 기간이 지나 거래가 가능해지면 결국 기관 보유 물량이 일시에 나와 주가가 하락하는 경향이 있어 악재로 분류된다.
지난 연말부터 올 1월까지 크래프톤의 주가 약세가 계속됐다. 지난 12월 8.55% 떨어진데 이어 1월에만 40.33% 급락했다. 지난 8일에는 전일 대비 1.80% 하락한 29만9500원으로 마감했다. 이미 공모가(49만8000원) 및 시초가(44만8500원)를 한창 밑돌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보호예수 해제라는 이벤트를 맞게 되자 개인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로 크래프톤의 1개월 보호예수 물량 223만주가 풀렸던 지난해 9월 10일에는 대규모 기관 물량이 쏟아지며 주가가 5.89% 하락한 바 있다. 다른 대어급 IPO도 비슷한 사례가 많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395만주 해제 당시 4.95%가 내렸다. 지난 연말 109만주가 풀린 카카오페이는 1.68% 하락했다.
금투업계에서도 오버행(잠재적 대량 매도 부담) 우려가 있는 크래프톤의 비중을 줄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최근 상장해 주요 지수 편입이 유력한 LG에너지솔루션 비중을 늘리려 기관투자자가 보호예수로 묶였던 보유 종목을 팔아치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관은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7일까지 LG에너지솔루션을 3조6505억원어치 사들였다. 같은 기간 국내 증시 전체에서 1조3165억원 순매수한 것을 고려하면 다른 종목은 대부분 매도한 셈이다.
반면 이번 보호예수 해제가 무조건 악재는 아니라는 의견도 나온다. 물량이 풀리면 크래프톤의 유동비율은 73%까지, 유동 시가총액도 커져 코스피200 내 비중이 0.89%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게 되면 기관은 코스피200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상품 내 크래프톤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 따라서 시중 패시브 자금의 추가 유입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만일 코스피200 지수 추종 패시브 자금을 40조원으로 가정하면, 약 920억원까지 들어올 수 있다.
또한 보호예수가 풀리더라도 많은 매물이 나오지 않아 주가가 오른 적도 많다. 지난해 11월 10일 크래프톤의 3개월 보호예수 물량 405만주가 풀렸을 당시 4.08%, 그다음 날은 11% 넘게 상승했다. 게임 업종에 P2E(Play to Earn)·대체불가능토큰(NFT) 등 신사업 이슈가 크게 일던 시기였다. 'BTS 관련주'로 유명했던 하이브도 전체 주식 3분의 1에 달하는 1286만주가 풀렸을 때 6.16% 오른 바 있다. 카카오뱅크는 무려 전체 상장 주식의 70%(3억3170만주)가 해제됐던 이달 7일 0.59% 올라 선방했고, 그다음 날 5% 넘게 상승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보호예수 해제가 무조건 주가를 내리게 하는 것은 아니다"며 "해당 기업의 실적이 개선되고 있거나 성장 모멘텀이 확실하다면 주가가 오히려 오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