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31 (수)

  • 맑음동두천 -8.2℃
  • 맑음강릉 -3.8℃
  • 맑음서울 -6.3℃
  • 맑음대전 -3.9℃
  • 구름조금대구 -0.9℃
  • 구름많음울산 -1.2℃
  • 흐림광주 0.2℃
  • 구름많음부산 0.4℃
  • 흐림고창 -0.9℃
  • 구름많음제주 6.4℃
  • 맑음강화 -7.6℃
  • 맑음보은 -4.1℃
  • 맑음금산 -3.3℃
  • 구름많음강진군 1.1℃
  • 구름많음경주시 -0.9℃
  • 구름많음거제 2.6℃
기상청 제공



"변해야 산다"...속도내는 증권사 '다각화' 왜?

위탁매매·부동산PF·IPO악화 따른 이익감소 가능성 높아져
DCM·법인영업·해외사업·리테일·OCIO 강화 통한 '돌파구' 모색

 

[FETV=성우창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수익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올해 업황 악화가 예상되면서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증권사들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하거나 전년 실적을 뛰어넘는 등 호실적을 거뒀다. 특히 미래에셋증권·NH투자증권·삼성증권 등은 영업이익 1조원을 넘었으며, 한국투자증권·키움증권도 1조원대 달성이 유력해 '증권사 영업이익 1조원 시대'가 열렸다는 평가다.

 

하지만 올해는 다른 모습이 점쳐지고 있다. 대다수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작년 실적이 '반짝 호황'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사들은 지난해까지 이어진 국내 증시 강세로 커진 거래대금에 따른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수료로 큰 수익을 거뒀다. 그러나 올해는 미국발 금리 인상·재정 긴축 우려,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약세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3000포인트를 돌파한 코스피는 올해 들어 2600선까지 주저앉았으며, 1월 한 달간 코스피와 코스닥 시가총액은 175조원 가량 줄었다. 거래대금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었으며, 7일 기준 2월 코스피 일평균 거래대금(7조9552억원)도 지난달(11조2827억원)에 비해 약 3조원 가량 감소했다.


증시가 좋지 않을 경우 돌파구 역할을 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역시 수년간 계속되는 규제·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수익성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최근 금융감독원은 비은행권 PF 대출, 부동산 채무보증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에 나섰다. 증권사 등의 자본 및 재무 건전성을 확인하겠다는 의도며, 금융당국이 재무 건전성을 강조한 이상 쉽사리 부동산 PF 비중을 늘릴 수 없고 오히려 축소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여기에 기업공개(IPO) 시장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최근 IPO 대어로 꼽혔던 현대엔지니어링이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흥행 실패로 상장계획을 철회했다. 인카금융서비스·바이오에프디엔씨 등 중소규모 업체도 잇따라 흥행에 실패했다. 또 다른 대어급이던 카카오 계열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모빌리티는 상장을 무기한 연기했다. 증시 부진도 기관투자자 사이에서 공모주 주문을 꺼리게 만들고 있다.


이에 따라 위탁매매·부동산 PF·IPO의 비중이 높은 증권사들의 큰 폭의 이익감소가 예상되고 있다. 이에 증권사들이 선택한 생존 전략이 '수익 다각화'다.

 

먼저 채권자본시장(DCM) 역량 강화에 나섰다. 한국투자증권은 KB증권과 NH투자증권의 양강구도를 깨기 위해 경쟁사 출신 10년 경력 베테랑을 영입했으며, IB2본부 산하에 인수영업 3부를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을 진행했다. 지난해 대표주관 1위를 차지한 KB증권 역시 DCM본부 조직개편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법인영업 부문을 더욱 체계화하는 곳도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기업금융본부와 종합금융본부를 통합했다. 채권·주식·구조화 등 상품으로 업무 영역을 구분하기보다 개별 기업에 필요한 조달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신한금융투자는 법인영업센터를 신설, 법인영업·투자금융(IB) 전문가를 영업 현장에 전진 배치했다. 이로써 법인·오너를 위한 IPO·인수합병(M&A)·유상증자·메자닌·회사채 등 자본시장 솔루션을 제공한다.

 

부동산 PF 강자 메리츠증권은 리테일 경쟁력을 강화해 수익 다각화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지난해 7월 국내 주식 차액결제거래(CFD) 시장에 뛰어들어 업계 최저 수수료 등을 내세워 고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섰으며, 최근 해외 CFD도 출시했다. 중개형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는 물론 국내 유일 농산물 전체 지수 상장지수증권(ETN) 등 차별화된 상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또 조직개편으로 리테일본부 산하 디지털 전담 디지털비즈팀을 신설하고 인력을 배치, 자체 유튜브 채널 `메리츠온`을 개설해 CFD 관련 콘텐츠를 선보이는 등 이전보다 적극적인 리테일 마케팅 행보를 보인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와 달라진 업계 환경은 기존 증권사들도 충분히 인지를 하는 상황"이라며 "각자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기에 내부적으로는 어느 부분이 약하다고 말하기 어렵지만, 다각화를 위해 특정 분야에 집중해야겠다는 움직임은 있다"고 말했다.

 

새 시장 개척에 나서는 곳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정일문 대표 직속 글로벌 사업본부를 신설해 해외 IB 사업 경쟁력을 개선하고 있으며, KB증권은 인도네시아 현지 증권사를 인수했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국내 시장 포화에 따른 새로운 시장 개척 및 글로벌 기관 협업을 통한 빅딜 수주 필요성이 증가했다"며 "신남방 채널 중심의 아시아벨트구축, 글로벌 기관과의 협업 및 그룹 차원 채널 활용 확대 등 글로벌 딜 파이프라인 강화로 세계화를 이루겠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하나금융투자·신한금융투자 등은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시장을 위한 조직개편을 시행했다. 현재 약 100조원 규모 OCIO 시장은 오는 4월 시행 예정인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 제도'가 시장에 잘 안착할 경우 1000조원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기존 자리 잡던 자산운용사까지 있어 금투업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사업 분야가 됐다.

 

'디지털 시장' 선점에도 나서고 있다. 주요 증권사 대표들은 신년사에 새로운 환경 변화에 대응하는 '디지털 전환'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대형사들이 올해부터 정식 운영을 시작한 마이데이터 산업에 뛰어들었으며, 그간 자본 문제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어려웠던 중소형사들도 서비스를 시작하고 있다. 각종 서비스에 인공지능(AI)을 접목·강화하는 곳도 있다. 핀테크 증권사 토스증권·카카오페이증권의 등장도 증권업계 디지털 전환을 부추기고 있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디지털 금융으로의 변화에 발맞춰 고객 중심 금융플랫폼 재편을 통한 디지털 혁신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