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카카오가 전날 9만원까지 떨어지며 종가 기준,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따른 정치권 압박과 경영진의 일탈 등이 겹치자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다. 카카오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참여연대와 노조 등 시민단체는 국민연금이 카카오에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민연금은 카카오 지분 7.43%를 보유한 대주주다.
주가 회복이 요원한 가운데 자회사의 기업공개(IPO)는 또 다른 악재를 예고한 상태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하면 중복 계산으로 기업가치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정치권에서 이른바 ‘카카오 방지법’까지 준비하고 있어 투자 심리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 폭락한 카카오, 국민연금이 나설까=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수탁위)를 거치게 된다. 수탁위는 국민연금이 보유한 상장주식 주주권 행사 등에 관해 관련 사항을 검토하거나 결정하고 그 결과를 기금운용위원회에 보고하는 역할을 한다. 9인으로 구성된 전문위원 가운데 3명 이상이 장기적인 주주가치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할 경우 수탁위에 안건을 상정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 2018년 기업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로 수탁위를 도입했다. 이후 수탁위는 주주가치 제고에 반(反)하는 기업에 대해 주주권 행사를 촉구하며 국민연금의 반대표를 이끌기도 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을 분할안에 반대표를 행사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시민단체와 노조 측이 수탁위가 카카오에게도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도 최근 경영진들의 일탈로 기업가치가 폭락했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주당 가격을 500원에서 100원으로 쪼개는 5대 1 액면분할을 하고 지난해 4월15일, 거래를 재개했다. 주가는 12만500원에서 시작됐고 6월23일에는 16만9500원까지 오르며 액면분할 이후 신고가를 세웠다. 시가총액도 3위까지 뛰어오르면서 주주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지만 ‘문어발’식 사업 확장 논란이 발생한 9월9일에는 2거래일 만에 17% 하락한 12만85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또 경영진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논란이 터지자 9만원대 붕괴가 현실화 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카카오 대표로 내정됐던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와 경영진들은 카카오페이의 코스피200 지수 편입 첫날 보유 지분 44만여주를 매각하며 먹튀 논란을 일으켰다. 여기에 류 대표는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물량까지 처분하며 기름을 부었다. 대개 시장에서는 경영진들의 대량 매도를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으로 해석한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은 카카오의 주요주주로서 김범수 의장 등 충실의무를 위반한 이사회에 대한 주주권 행사에 나서야 한다”며 “그 예로 문제 임원에 대한 해임안 제출 및 스톡옵션의 사용기한 제한을 위한 정관변경, 공익이사의 추천 등의 주주제안이 필요하며 회사가치 추락으로 국민 노후자금에 심각한 손해를 끼친 것에 대한 대표소송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가 회복 갈길 먼데...계열사 상장에 정치권 압박까지=시민단체는 또 상장을 계획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로 모회사의 지분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며 국민연금을 압박했다. 일반적으로 모회사의 자회사 상장은 더블카운팅(중복 계산) 효과가 발생해 기업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을 자회사로 두게 되자 100만원대에 달하던 주가는 60만원대까지 떨어진 상태다.
카카오는 플랫폼과 콘텐츠 부문에서 약 5대 5 비율로 매출이 발생한다. 각 사업의 핵심은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며 연결재무제표 형식으로 관련 실적이 카카오에 반영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017년 카카오에서 분할되어 설립된 회사이며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M과 카카오페이가 합병해서 만들어진 회사다. 오동환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상장을 통해 주요 사업부의 기업가치가 재평가될 수 있는 점은 긍정적이나 핵심 자회사 상장에 따른 투자자 분산은 해결해야할 과제”라고 분석했다.
정치권의 압력도 주가 회복의 걸림돌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카카오는 대기업으로 편입된 지난 2016년, 45개의 계열사를 보유했지만 지난해에는 118개로 폭증했다. 전체 평균을 3배 넘은 것으로 이는 71개 대기업집단 중 최대 증가율이다. 대리운전, 미용실, 퀵서비스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 탓이다. 이에 국회에서는 ‘카카오 방지법’이라 평가되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강화하는 방침까지 세웠다. 규제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투자 심리는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그동안 카카오는 자사주 매입, 대표이사 내정 철회, 경영진 일괄 사임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여러 가지를 시행했고 이외에도 다양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준비하고 발표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카카오모빌리티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상장은 준비하고 있으나 아직 결정된 사항은 없다”면서 “카카오가 지분을 보유한 회사가 기업가치를 인정받게 되면 지분가치가 늘어나게 돼 다른 효과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