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김현호 기자] LG디스플레이의 4분기 성적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19 효과가 잠잠한 탓에 대형 LCD(액정표시장치) 가격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LG디스플레이는 수익성에 따라 국내에서 생산하는 TV용 LCD 사업 철수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의 의존도가 더욱 높아질 예정이다. TV 시장의 패널은 아직 LCD가 지배하고 있지만 삼성전자가 QD(퀸텀닷)을 활용한 OELD TV 시장에 진출하는 만큼 OLED 사업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LCD 가격 떨어지자...“2분기 저점”=이달 26일,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LG디스플레이가 기대 이하의 성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4분기 흑자를 전년 대비 7.74% 감소한 6324억원으로 내다봤다. 전통적으로 4분기는 크리스마스, 블랙프라이데이 등 연말 이벤트로 세트업체의 성수기 시즌이다. 하지만 그동안 이어지던 언택트(비대면)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자 패널 가격이 떨어지면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조사업체 위츠뷰에 따르면 지난 12월 상반기, 노트북에 주로 사용되는 13.3인치와 15.6인치 LCD 패널 가격은 각각 67.6달러. 80.2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7월 상반기 대비 4.3달러, 5달러 늘어난 수치다. 또 주로 모니터에 탑재되는 18.5인치 패널은 0.2달러 오른 51.7달러, 21,5인치는 73.7달러를 나타내 1.2달러 증가했다. 전체 실적에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IT 패널 가격이 올랐지만 4분기 실적은 TV 패널에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전체 TV 패널 가운데 출하량이 가장 많은 55인치 4K LCD TV 패널 가격은 지난 12월 상반기, 평균 136달러를 기록했다. 237달러에 달했던 지난해 7월 상반기와 비교하면 42% 이상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88달러를 나타냈던 32인치 LCD TV 패널은 절반 수준에 그친 42달러에 그쳤다. 또 43인치 가격은 86달러, 65인치는 212달러로 모두 42%, 30% 감소했다.
LG디스플레이는 OLED로 사업을 전환했지만 아직 LCD의 비중이 높은 상태다. LCD를 사용하는 TV, IT 제품의 출하량이 적을수록 패널 가격도 떨어져 회사 실적이 하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따라 올해 실적도 부정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남대종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IT 패널은 공급량이 늘고 비수기로 인해 2분기는 분기 실적 저점을 형성할 것”이라며 “올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46% 감소한 1조2000억원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LCD 철수해야하는데...삼성, OLED TV 진출 초읽기=당초 LG디스플레이는 중국 기업의 저가공세로 국내에서 생산하는 TV용 LCD 생산을 중단하기로 했다. 코로나19 효과로 패널 가격이 오르면서 계획에 차질이 생겼지만 수익성이 없다면 철수 시점을 앞당길 예정이다. 아직 실적에 큰 보탬이 되지 않는 OLED 사업의 중요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의 OLED TV 진출에 따라 LG디스플레이의 OLED 사업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OLED는 LCD와 달리 백라이트가 없어 가볍고 얇게 제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문제는 가격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55인치 4K 기준, OLED 패널 가격은 평균 507달러를 기록했다. 이전보다 크게 줄었지만 LCD 대비 300달러 이상 높았다. LCD 기반으로 TV를 제조하는 삼성전자가 굳이 LG의 OLED를 사용할 필요가 있냐는 의문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도 LCD 사업을 조만간 철수할 예정이다. 삼성전자 입장에선 중국 업체의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어 가격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대형 OLED 사용량을 늘리게 되면 중국 기업과의 LCD 가격 협상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어 대형 OLED 패널 도입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fetv.co.kr/data/photos/20220102/art_16418598655474_0a03c9.jpg)
또 OLED TV 점유율 확대 측면에서도 LG와의 ‘OLED 동맹’에 힘이 실리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QD디스플레이 생산량은 월 3만장으로 이는 삼성전자의 전체 TV 생산량 가운데 2~3%에 불과하다. OLED TV 점유율 확대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수율(생산품 중 합격품 비율)도 50% 안팎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돼 QD-OLED TV의 공급량을 늘리기도 어렵다.
삼성전자의 OLED TV 생산량이 늘어날수록 LG디스플레이로서는 아쉬울 게 없다. 현재 LG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패널 연간 생산량은 약 1000만대다. 글로벌 OLED TV 출하량은 700만대 수준이라 공급 능력은 충분한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미 삼성전자가 LG의 OLED 패널을 공급받아 제품개발과 상품기획을 완료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삼성과 LG의 OLED TV 합작품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모바일에서 LCD를 사용할 때 LG디스플레이가 공급을 담당했지만 OLED 사용량을 늘리자 공급사가 삼성디스플레이로 바뀌었다”며 “세트업체 입장에선 공급 물량이 줄어들면 수입처를 교체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삼성이 올해 CES 2022에서 QD-OLED TV를 공개했다면 LG디스플레이의 OLED 패널 공급은 1분기에 결정됐을 것”이라며 “삼성디스플레이의 수율과 공급량에 문제가 있어 LG의 OLED 패널 도입은 결국 시기의 차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