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홍의현 기자] 손해보험사를 위협하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 기반 카카오페이손해보험(가칭) 출범이 눈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손보사들은 지난해 준비했던 디지털 전략들을 올해 안에 구체적으로 풀어내며 다양한 방식의 방어 태세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3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지난달 1일 금융위원회에 디지털 손해보험사 본인가를 위한 심사서류를 제출했다. 본인가 심사는 통상 1~2개월이 소요된다. 카카오페이는 ‘카카오’ 계열 플랫폼들과 연계한 서비스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모빌리티와 연계한 택시, 바이크, 대리기사 보험이나 카카오커머스와 연계한 반송 보험 등이 거론된다. 출범 초기에는 이 같은 생활밀착형 소액 단기보험(미니보험)에 집중하고 향후 자동차보험이나 건강보험 등 장기보험 상품에도 관심을 가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기존 보험사들은 디지털 시장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생존'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말 자사의 디지털 채널 ‘삼성화재 다이렉트’를 전면 개편한 새로운 브랜드 ‘착’을 론칭했다. 브랜드명은 ‘고객에게 착 맞는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착착 제공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다이렉트 채널을 단순히 보험에 가입하는 곳이 아닌 보험을 매개로 한 서비스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방안이다. 데이터 분석 및 인공지능(AI)을 활용, 보험 피팅 서비스와 건강관리 서비스 등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상품들을 지속해서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롯데손해보험과 캐롯손해보험은 각각 ‘질병 인수심사 자동화 시스템’, ‘AI(인공지능) 사고케어 서비스’를 선보였다. 가입 편의성을 높이고, 중대 사고 시 긴급 구조가 가능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낸 것이다.
메타버스 및 유튜브 등 젊은 층에 친숙한 플랫폼을 활용, MZ세대(20~30대)를 공략하는 마케팅도 활발하게 전개됐다. DB손해보험은 손보업계 최초로 메타버스에서 ‘캠핑 시 일어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소개하는 ‘프로미 캠핑 월드’를 오픈했다.
고객들이 관심 가질만한 정보를 제공하면서 자연스럽게 DB손보 브랜드를 노출하는 것이다. 흥국화재는 메타버스에 올라타 공식 캐릭터 ‘흥국 히어로즈’ 론칭쇼를 진행했다. 보수적이고 딱딱한 보험사의 이미지를 젊고 친근하게 바꾸겠다는 것이다. 또 하나손해보험은 자사의 원데이보험 상품을 ‘랩’ 형식으로 풀어 소개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하며 MZ세대와 소통하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빅테크 기업 카카오페이와의 협업을 선택했다. 그동안 보험사들이 빅테크와 단순 광고 형식으로 협업했던 것을 넘어 신상품 및 신규 사업 모델 개발을 비롯해 보험소비 과정에서 디지털 경험 확산을 위한 전방위적인 협업을 시행한다.
한편 생명보험사들의 움직임도 시작됐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각각 금융 플랫폼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 카카오 계열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와 업무협약을 맺었다. 두 회사는 업무협약을 통해 새로운 상품 판매 채널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화생명은 지난달 ‘AI 변액보험 펀드 디지털 관리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 서비스는 AI 알고리즘을 활용해 고객의 투자성향 및 글로벌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분석, 적합한 포트폴리오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한화생명은 이 서비스를 변액보험 외 다른 상품에도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농협생명은 자사 업무에 RPA 시스템을 적용해 연간 8150시간에 해당하는 업무량을 절감하기도 했다. 미래에셋생명은 카카오톡으로 언더라이팅(보험가입심사)을 지원하는 서비스를 지난주부터 개시했으며, 흥국생명은 보험 환경을 디지털화하는 등 업무 전반을 개편하는 ‘차세대 시스템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꼭 빅테크에 대응하는 차원이 아니더라도 디지털은 보험업계를 넘어 금융권 전반의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됐다”며 “보험사들은 지난해 준비한 디지털 전략들을 올해 구체적으로 풀어내면서 시장 선점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