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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아듀 2021] 해넘기는 조선·항공 ‘빅딜’

3년동안 합병승인 못 이룬 현대重·대우조선…EU 발목 잡아
‘세계 7위’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승인도 미뤄져
공정위, 슬롯·운수권 반납/재배분으로 ‘조건부 승인 초읽기’

[FETV=김현호 기자] 올해 기대를 모았던 조선과 항공산업의 대규모 기업 인수합병(M&A)은 결국 마무리되지 못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은 ‘생존’을 이유로 ‘메가딜’을 추진하고 있지만 공정당국이 시장을 독점할 수 있다는 문제로 제동을 걸었다. 세계 각국의 심사결과가 오리무중인 가운데 내년에는 기간산업의 구조재편이 현실화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3년 됐는데...메머드 조선사 출범 ‘감감무소식’=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각국의 공정당국으로부터 합병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다. 인수 본계약을 체결한 지난 2019년 3월 이후 3년 가까이 지지부진한 것이다. 특히 EU가 발목을 잡고 있다. 최근 로이터통신은 EU 집행위원회가 양사의 기업결합 심사를 불허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문제로 거론되는 부문은 LNG선이다.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이 합병할 경우 글로벌 LNG선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시장을 독점할 수 있어 선주들 입장에선 가격 협상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EU 반(反)독점 당국은 크루즈선 점유율을 거론하며 이탈리아의 핀칸티에리와 프랑스 아틀란틱스조선소의 합병 승인을 거부하기도 했다. 합병 승인을 내더라도 점유율을 낮추라는 ‘조건부 승인’ 가능성이 커 양사 모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해 LNG선은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잔고를 두둑이 채워주는 ‘효자’ 역할을 했다. 지난달까지 발주된 LNG선은 63척으로 전년 동기 대비 34척 늘어났다. 삼성중공업을 포함한 국내 조선 빅3의 점유율은 90%를 상회했다. 건조 가격은 5년 만에 2억 달러를 넘긴 상태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로 전 세계 선박들은 탄소 배출량을 감축해야 해 내년에도 LNG선 발주량은 늘어날 전망이다.

 

EU의 합병 조건을 맞추기 위해선 양사의 LNG선 점유율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를 의도적으로 포기하는 것으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중공업 측은 합병 심사를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조선시장은 주문자 생산 방식의 입찰 구조 형식이라 선사에 맞는 옵션을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독점이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슬롯·운수권 반납해라” 항공산업 빅딜 어디로?=주주연합으로부터 경영권을 위협받던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산업은행을 등에 업고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운송량 기준 세계 7위 수준의 항공사를 출범시키기 위해 올해 1월14일, 9개 필수신고국가 경쟁당국에 기업결합신고를 했다. 현재까지 터키, 대만, 베트남에서 합병 승인을 받았고 한국과 미국, EU, 중국, 일본 등의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대한항공은 조속한 시일 내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제동을 걸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연내 심사 마무리’ 방침을 밝힌 바 있던 공정위는 최근 조건부 승인을 내걸었다. 양사가 보유하고 있는 국내 공항 슬롯(시간당 공항의 이용 가능한 비행기 이착륙 횟수) 및 운수권 일부를 반납·재배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양사가 합병하면 일부 노선의 여객 점유율이 독점될 수 있는 점을 우려했다. 합병시 '인천-LA·뉴욕 등의 점유율이 100%라 경쟁 제한성이 발생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각 자회사인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 등 5개 항공사의 운항 노선은 250개에 달한다. 이에 공정위는 경쟁 항공사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슬롯을 일부 반납하고 해외노선의 운수권도 일부 넘겨받아 국내 항공사에 재배분하는 방침을 세웠다.

 

공정위 방침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운항 횟수를 조절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면, 국내 LCC(저비용항공사)에는 호재다. 관련법상 운수권은 국내 항공사에만 재배분되기 때문이다. 강성진 KB증권 애널리스트는 “운수권 재배분은 항공자유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노선에서만 의미가 있다”며 “다수의 유럽, 중국노선, 일부 동남아 및 일본 노선이 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중 중국, 동남아, 일본 노선은 국내 경쟁 항공사들의 수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한편, 공정위는 기업 측의 심사보고서 의견서를 접수한 이후 내년 1월 말경 전원회의를 열어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심의 결과에 따라 조치는 일부 바뀔 수 있다. 대한항공 측은 노선별 내용을 면밀하게 검토한 뒤 공정위에 의견을 제출하겠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