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전영묵 삼성생명 사장·최영무 삼성화재 사장·장석훈 삼성증권 사장·김대환 삼성카드 대표. [사진 FETV DB]](http://www.fetv.co.kr/data/photos/20211249/art_16389459078184_c96e38.jpg)
[FETV=홍의현 기자] 삼성전자가 지난 7일 반도체·가전·모바일 부문의 기존 대표이사 3명을 모두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이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뉴 삼성’ 기치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등 금융 계열사에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은 지난해 3월부터 회사를 이끌며 아직 1년여의 임기가 남아있다.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도 2018년 3월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뒤 지난 3월 연임에 성공하면서 임기에는 아직 여유가 있다. 또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은 올해 3월 연임해 오는 2024년 3월 임기가 만료된다. 김대환 삼성카드 대표의 임기는 2023년 3월로 마찬가지로 시간적 여유는 있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전격 교체된 삼성전자 대표이사 3인방 모두 28개월의 임기를 남기고 있었다.
전영묵 사장은 1986년 삼성생명에 입사한 뒤 20년 넘게 보험업에만 종사한 전문가다. 그러던 중 삼성증권으로 자리를 옮겨 경영지원실장과 부사장을 역임했고, 이후 삼성자산운용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 지난해 삼성생명 대표이사로 다시 돌아온 이유는 자산운용이익률 악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것이었다. 당시 삼성생명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보험시장 침체로 영업부의 매출이 둔화하고 저금리 지속 및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등으로 자산운용이 중요해져 전 사장을 적임자로 추천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전 사장이 취임한 지난해 1분기 3.9%의 자산운용이익률을 보인 삼성생명은 2분기 2.9%, 3분기 2.6%, 4분기 2.4%로 줄곧 내리막을 걸었다. 올해 1분기에는 삼성전자 배당 영향으로 4.4%로 급증하기도 했지만, 이내 이전 수준으로 돌아오면서 2~3분기 계속해서 2.6%의 이익률을 나타냈다. 3분기 이익률은 한화생명과 교보생명 등 '빅3' 생보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이 때문에 연말 교체 대상이 될 거란 관측도 나온다.
최영무 사장은 1987년 삼성화재의 전신인 안국화재 공채로 입사해 인사팀장, 전략영업본부장, 자동차보험본부장 등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보험맨'이다. 이후 대표이사 사장을 맡기까지 줄곧 삼성화재에서만 근무해왔다. 최 사장은 임기가 연장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교체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여기에 올해 코로나19 등 영향으로 호실적을 기록한 것도 긍정적이다. 삼성화재는 지난 3분기 당기순이익으로 2781억원을 벌어들였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42.2% 늘어난 기록이다. 3분기 누적으로 살펴보면 순이익은 1조22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62.5% 증가했다.
다만 삼성그룹의 인사 관행인 이른바 ‘60세 룰’은 리스크로 꼽힌다. 60세 룰은 만 60세가 넘는 사장급 고위 임원을 교체하는 것을 말한다. 1963년 2월생인 최 사장은 임기 중 만 60세를 넘기게 돼 세대교체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다. 또 올해 내내 이어지고 있는 노사 갈등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삼성화재는 현재 노사 갈등에 이어 복수 노조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계속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장석훈 사장은 임기 내내 삼성증권의 사상 최대 실적을 견인하면서 올해 연임에 성공한 바 있다. 삼성증권은 2018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으로 3340억원을 기록한 뒤 2019년 3918억원, 2020년 5077억원을 거둬들이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올해 실적도 꾸준히 개선돼 3분기 누적 8217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누적 영업이익도 1조183억원을 달성해 ‘1조 클럽’에 입성하기도 했다. 따라서 올 연말 인사에서는 교체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장 사장은 1963년 10월생으로, ‘60세 룰’도 수개월 차이로 비켜나가게 된다.
김대환 대표도 삼성카드의 호실적을 끌어내고 있어 오는 2023년 3월까지의 임기를 보장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대표는 임기 첫해인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으로 3987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삼성카드는 2017년(3867억원)부터 2019년(3441억원)까지 줄곧 순이익 악화를 경험하고 있었다. 올해 실적도 올랐다. 3분기 누적 순이익으로 4217억원을 기록해 세 분기 만에 지난 한 해 실적을 뛰어넘었다. 전년 동기 대비로는 710억원(20.2%) 오른 수치다. 파격적인 금융 계열사 인사가 이뤄지지 않는 한 김 대표의 임기도 유지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예상 밖의 파격 인사를 단행하면서 다른 계열사들의 인사도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만 다른 업계에 비해 금융사 CEO 교체는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만큼,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