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홍의현 기자] “헬스케어 등 보험사의 자회사 소유 및 부수 업무 영위를 폭넓게 허용하겠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11월 보험사 CEO(최고경영자) 간담회에서).
보험업계의 차세대 격전지로 꼽히는 헬스케어(건강관리) 분야에서 보험사들의 주도권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KB손해보험과 신한라이프를 앞세운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 간 선두 경쟁이 뜨겁다.
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신한라이프는 본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헬스케어 자회사의 사명을 ‘신한큐브온’으로 확정했다. 신한큐브온은 기존 신한라이프의 인공지능(AI) 홈트레이닝 서비스인 ‘하우핏(Howfit)’을 기반으로 헬스케어 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하우핏은 별도의 장비 없이 스마트폰만으로도 운동 횟수와 정확도 등을 알 수 있고 운동 자세를 정확하게 따라 할 때마다 다양한 소리와 애니메이션 효과를 보여주며 홈트레이닝의 단점을 보완했다. 이에 따라 구글플레이가 선정한 ‘2021 올해를 빛낸 자기 계발 앱’ 부문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올 초에는 서비스명 하우핏의 상표권 등록을 마쳤으며, 운동법 및 영양제 처방 등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할 예정이다.
신한라이프는 지난 7월 1일 합병 출범 이후 헬스케어 사업을 꾸준히 추진해왔다. 먼저 지난 9월에는 헬스케어 서비스 기업인 창헬스케어와 업무협약을 맺고 사업 연계 및 신규사업 공동개발, 데이터 확보 및 분석 등에서 협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10월에는 고려대학교의료원과 업무협약을 맺고 데이터 활용, 분석, 기술 교류, 헬스케어 솔루션 개발 등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같은 달 국민체육진흥공단과도 협약을 체결했다. 건강증진 보험상품 개발 및 캠페인, 체력 관리 사업 등 여러 방면에서 협력할 방침이다.
신한라이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보험사들의 자회사 설립 등에 관한 부분을 폭넓게 허용하겠다고 밝힌 만큼, 본인가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고객들이 건강과 체력을 관리하며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돕는 일에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0월 금융당국으로부터 헬스케어 자회사 설립 승인을 받은 KB손해보험도 KB헬스케어를 통해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KB손보의 7번째 자회사로 설립된 KB헬스케어는 자본금 400억원을 기반으로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가장 먼저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인 휴레이포지티브와 ‘직장인 특화 건강관리 서비스’ 공동 사업 추진 등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를 통해 ▲기업 특화 건강관리 서비스 사업 공동개발 추진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서비스 공동 기획 및 개발 ▲의료 데이터 처리 및 분석 가공에 필요한 기술 지원 및 업무 공유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사용자 경험 데이터 분석 기술 공유 ▲건강관리 콘텐츠 등을 공동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알고케어, 비트컴퓨터, 테라젠바이오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이른바 ‘헬스케어 서비스 공급자 연합 체계’도 구축하고 있다. 이 같은 연합 체계를 통해 맞춤형 영양 관리 및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DTC(소비자 직접 의뢰) 유전체 검사 서비스 추진 및 유전자 분석 서비스 공동개발을 예고했다.
이처럼 금융권의 대표적 라이벌인 KB금융과 신한금융이 보험 자회사 헬스케어 영역에서도 경쟁을 이어가자 다른 보험사들도 속속 헬스케어 서비스를 강화하며 대응에 나서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라이나생명이 ‘TUNE(튠)H’를 출시했다. 튠H는 AI 기반의 생체 인식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의 건강 상태를 측정하고 맞춤형 건강 분석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은 각각 ‘S헬스케어’와 ‘헬로’, ‘교보케어’ 모바일 앱으로 헬스케어 사업에 진출해 있다. 대형 손보사인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현대해상도 헬스케어 전문회사들과 협업하거나 자체적으로 서비스를 강화하면서 각각 ‘애니핏’, ‘프로미 건강지킴이’, ‘하이헬스챌린지’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자회사 설립이 추진되고 있지만, 의료법 등 아직 규제 완화가 부족해 헬스케어 분야에서 영위할 수 있는 사업의 폭이 좁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헬스케어 사업이 미래 유망 분야라는 목소리에는 이견이 없지만, 자회사까지 설립하는 것이 효과적일지는 두고 볼 일“이라며 “이 때문에 지주 계열 보험사 외 다른 대형사들이 아직 자체 서비스로만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