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훈 삼성화재 노조위원장이 24일 서울 서초동 삼성화재 본사 앞에서 열린 '삼성화재 노동자 노동3권 쟁취 결의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홍의현 기자]](http://www.fetv.co.kr/data/photos/20211147/art_16377236625719_ce659c.jpg)
[FETV=홍의현 기자] "밀릴 수는 없다." 국내 손해보험업계 1위 삼성화재의 임금협상이 해를 넘길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삼성화재 노조와 사측의 힘겨루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사측은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고 있다. 양측은 노조 복수체제 전환 이후 협상 주도권을 잡기 위한 팽팽한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다.
삼성화재 노조는 24일 서울 서초구 삼성화재 본사 앞에서 ‘노동3권 쟁취 결의대회’를 열고 고용노동부에 ‘평협노조’ 설립인가를 직권 취소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최영무 삼성화재 사장이 교섭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또 삼성화재 보험설계사의 노동3권 인정을 촉구했다.
오상훈 삼성화재 노조 위원장은 “우리는 최근 2년간 코로나19라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현장을 누비며 고객을 만나야 했고, 묵묵히 사무실을 지키며 소임을 다해왔다”며 “하지만 사측은 1조원이 넘는 이익을 실현하고도 직원들의 소득을 삭감하고 우리의 요구를 무시하는 무성의한 태도를 보여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OPI(성과인센티브) 50% 지급 ▲하위 고과 폐지 ▲대인 보상 인력 충원 ▲GA(법인보험대리점) 매니저 성과급 정상화 ▲편중 인사 중단 ▲설계사노조 활동 보장 등 구체적인 사항을 요구했다.
이날 결의대회에는 삼성화재 노조 외에 김만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 등도 참여했다. 김 위원장은 연대 발언에서 “노조 탄압을 자행하고 있는 삼성화재를 규탄한다”며 “앞으로도 한국노총 금속노련은 삼성화재 노조와 함께 행정적이고 조직적인 움직임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화재 노조의 이날 결의대회는 지난 10일 진행된 최 사장과 오 위원장의 면담 이후 이뤄진 첫 쟁의행위다. 최 사장은 앞선 면담에서 노조의 요구사항을 수렴한 뒤 실무진에 관련 내용 검토를 지시했다. 이후 사측은 사실상 ‘교섭 불가’ 내용을 담은 공문을 지난 19일 노조에 발송했다. 사측은 “‘평협노조가 교섭대표 노동조합’이라는 노동위원회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삼성화재 노조와 협의할 경우 부당노동행위가 될 수 있어 요구사항 수용 여부에 즉답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삼성화재 노조의 입장은 달랐다. 오 위원장은 “지난 9월 법원은 우리가 제기한 ‘삼성화재-평협노조 단체교섭 중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며 “이에 따라 우리와 교섭을 진행해야 하는데 사측은 계속해서 ‘노노갈등’으로 사안을 끌고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화재의 복수노조 갈등은 지난 3월 사원 협의체였던 평협이 노조 전환을 위해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노조설립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시작됐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은 얼마 지나지 않아 평협에 노조설립 신고필증을 교부했고, 삼성화재 노조는 즉각 평협의 노조설립을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평협이 노조를 설립하는 과정에서 여러 절차적 하자를 일으켜 ‘노조설립’은 무효라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후 사측이 평협노조와의 협약을 이어가자 삼성화재 노조는 이를 금지하는 가처분을 신청했고,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오 위원장은 “사측은 어용노조인 평협 핑계를 대면서 계속해서 뒤로 빠지려는 형국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대표이사가 노조를 무시하는 처사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특별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노조와의 협상 부분은 법과 원칙에 따라 성실하게 임할 것”이라며 기존 입장을 견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