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홍의현 기자] 교보생명이 어피니티라는 산을 넘어 내년 상반기 IPO(기업공개)를 성공할 수 있을 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교보생명 최대 주주인 신창재 회장과 풋옵션(투자금 회수를 위한 지분매수청구권) 관련 분쟁을 겪고 있는 재무적투자(FI) 어피니티컨소시엄이 IPO 추진에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난 16일 이사회에서 내달 중 한국거래소에 상장을 위한 예비 심사를 청구하는 등 IPO 절차를 밟아나가겠다는 계획을 확정했다. 오는 2023년부터 적용되는 IFRS17(신국제회계기준)과 K-ICS(신지급여력제도)에 대비해 자본 조달 방법을 다양화하고, 장기적으로는 금융지주사로서의 전환을 위해 초석을 다지기 위해 IPO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교보생명은 오랜 기간 IPO 가능성을 타진해왔다. 특히 2012년에는 어피니티컨소시엄의 투자를 받으면서 3년 이내에 IPO가 이뤄지지 않으면 정해진 수익을 더해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등 최근까지도 IPO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교보생명은 그동안 규제 불확실성과 초저금리의 장기화로 생보사의 주가가 저평가 국면에 있었지만, 최근 시장금리 상승 등으로 투자 여건이 다소 개선됐다고 보고 있다. 내년 상반기 IPO를 성공시켜 안정적인 자금 조달을 통한 성장 동력 확보는 물론, 신사업 투자, 브랜드 가치 제고, 주주 이익 실현 등을 이루겠다는 방침이다.

성공적인 IPO를 위해서는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어피니티컨소시엄과의 분쟁이 해결돼야 한다. 어피니티는 2012년 지분 투자 당시 확보했던 풋옵션 권리를 지난 2018년 10월, 행사한 바 있다. 신 회장이 2015년까지 IPO를 이루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신 회장이 풋옵션에 응하지 않으면서 분쟁은 2019년 3월, 국제상사중재위원회(ICC) 중재판정으로 이어졌다. ICC 중재판정부의 판결은 약 2년 반 만에 나왔다. 중재판정부는 어피니티컨소시엄의 풋옵션 행사의 유효성은 인정하되, 어피니티컨소시엄이 원하는 풋옵션 가격(주당 40만9912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양측은 서로 승소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신 회장 측은 어피니티컨소시엄이 제시한 풋옵션 행사가격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을, 어피니티컨소시엄 측은 풋옵션 권리 유효성을 인정받은 점을 각각 승소 기준으로 판단했다.
양측의 분쟁은 법정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신 회장 측은 어피니티컨소시엄이 책정한 주당 가격이 터무니없다면서 어피니티컨소시엄과 주당 가격을 책정한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공모해 가격을 부풀렸다는 혐의로 이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어피니티컨소시엄이 주장하는 주당 가격 40만9912원을 합산하면 당초 투자한 금액 대비 약 8000억원의 차익이 발생한다. 고발장을 접수한 검찰은 지난 1월, 어피니티컨소시엄 관계자 2인과 안진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3인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현재 해당 재판은 내달 1일 7차 공판을 앞두고 있다.
이 같은 주주 간 분쟁은 교보생명의 IPO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법적 송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한국거래소가 이를 '안정성'에 결격 사유가 있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상장을 하기 위해서는 외형적 요건 외에도 회사의 안정성과 확장성이 확보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 교보생명의 경우 법적 분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어피니티컨소시엄이 풋옵션 행사 이후 신 회장의 보유 지분 등을 가압류 한 것도 걸림돌이다. 어피니티는 지난해 4월 신 회장이 보유한 일부 주식 등에 가압류를 신청해 법원의 인용을 받은 바 있다. 한국거래소는 상장 후 최대 주주 등의 보유주식 매각에 따른 일반투자자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최대 주주 등이 소유하고 있는 주식 등에 대해서 일정 기간 매각을 제한하고 한국예탁결제원에 ‘보호예수’하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가압류 된 지분은 보호예수가 불가능하다.
현재 분위기로는 어피니티컨소시엄의 협조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어피니티컨소시엄은 교보생명의 IPO 추진 소식이 전해진 뒤 신 회장 측에 “무작정 버티기식 계약 불이행을 당장 그만두고 주주 간 계약에서 정한 대로 풋옵션 의무를 이행할 것을 촉구한다”며 “신 회장이 풋옵션 의무를 이행하고 나면 주주 간 분쟁은 해소되고 더 이상 교보생명의 IPO 진행에도 아무런 장애물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 관계자는 “어피니티컨소시엄 측은 그동안 IPO가 되지 않아 투자금 회수가 불가능해 풋옵션을 행사했다고 해왔다. 현재 추진 중인 IPO에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을 기대한다”며 “가압류 문제에 대해서는 지난달 서울북부지방법원에 ‘해제 소송’을 제기해 절차를 진행 중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