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ETV=성우창 기자] 각종 악재로 내년 증권사의 실적 악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증시 전문가들은 증권주가 저평가 됐다고 보고 있다.
실적 우려가 이미 주가에 반영됐고, 국내 증시와 증권사의 기본 체력이 튼튼해 졌다는 것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 증권업종 지수는 전날 대비 0.08% 내린 2180.84로 마감했다. 각 증권사들이 3분기 호실적을 거뒀지만 최근 3개월(8월 18일~11월 18일) 동안 보합세에 머물러 있다. 계속되는 증시 약세로 거래대금이 축소됐으며, 금리상승 등 우려로 증권사들의 내년 실적 감소가 예상돼 투심이 약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한때 3300대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미국 테이퍼링 및 인플레이션 우려로 최근 3000선을 밑돌고 있다. 국내 주식 일평균 거래대금은 3분기 26조2000억원에서 4분기 20조원대로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 26조8000억원까지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외 금리상승 우려도 존재한다. 업계에서는 내년 초까지 한국은행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가 상승하면 증권사의 채권평가·매각이익이 감소하고 IB 조달비용은 상승한다. 이외 개인투자자들의 피로도가 증가했고 차익실현 수요도 커졌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의 내년 실적이 올해보다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나, 이같은 우려는 이미 주가에 반영됐다고 보고 있다. 오히려 증권업계의 기본 체력이 크게 오른만큼 주가가 저평가됐다는 평가다. 증시 부진에도 불구하고 증권업종의 올해 3분기 추정 당기순이익 합계는 1조7285억원으로 예상치(1조6513억원)에 부합했다.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은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을 무려 1조원 이상 달성했다. 그럼에도 4개사의 주가는 이달 평균 0.65% 오르는데 그쳤다.
주식 거래대금도 현 수준에서 더 낮아지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코스피는 여전히 크게 성장한 반면 주식거래 회전율(124%)은 이미 코로나19 이전 수준(128%)이다. 게다가 매년 연말에 그렇듯 주식 양도소득세를 피하기 위해 '큰손' 투자자들이 시장에서 잠시 빠져나간 상태다. 따라서 내년에도 국내주식 일평균 거래대금은 20조원 이상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또한 한국은행이 금리를 추가 인상할 가능성은 높지만, 시장금리는 이미 저점이었던 지난해 7월 이후 큰 폭으로 반등한 상태다. 기준금리가 불과 0.25% 오를 동안 국고채(1~3년) 금리는 약 1% 정도 상승했다. 앞으로 0.25%씩 두 차례 더 상승한다고 해도 시장금리 상승폭을 따라오지 못한다. 때문에 금리 상승 우려도 시장에 이미 반영됐을 가능성이 높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넘치는 유동성 자금이 부동산·가상화폐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금융투자 시장 회복에 노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 대선 이벤트도 금융투자 시장 회복을 기대하는 근거"라고 말했다.
종목 선택 기준은 결국 IB다. 올해까지 증권사 수익구조가 브로커리지·IB가 함께 이끄는 구조였다면, 내년엔 필수적으로 올해 대비 브로커리지 수익 감소가 예상돼 IB 부문의 견조한 성과가 지속돼야 한다. IB 역시 초대형 IPO가 많았던 올해를 넘어서긴 어려우나 여전히 마켓컬리, 쓱닷컴 등 우량 딜이 예정돼 견조한 성장이 예상된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증권업종 최선호주로 한국금융지주를 제시한다"며 "상대적으로 IB 비중이 높은데다 증권 외 계열사의 견조한 실적도 예상되며 밸류에이션 매력도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 역시 "한국금융지주의 내년도 주가수익률(PER)은 5.3배 수준인데 IB 부문을 필두로 한 증권업 경쟁력과 자회사 사업 시너지로 이익체력은 크게 올랐다"며 "이를 감안할 때 현 주가 수준에서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고 전했다.
부동산 PF가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중소형 증권사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내 부동산 PF는 비주거용·상업용 부동산을 중심으로 개발 수요가 이어지고 있어, 관련 채무보증과 자문 수수료의 현재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그런데 시장을 선도했던 대형사들은 PF 관련 이익을 지속적으로 낼 수는 있지만 더 높은 성장을 보이기 어려울 전망이다. 각종 규제로 PF 채무보증 규모는 자본의 100% 이내로 제한됐고, PF 대출은 초대형IB가 사용할 수 있는 추가 한도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PF 확대 여력이 가장 큰 한양증권을 최선호주로 제시한다"며 "PF 규제가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전부터 초대형사들은 순자본비율이 150%에 근접한 수준까지 떨어진 적이 있었기에 추가 성장이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