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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정의선의 지배구조 개편 ‘신호탄’…실적회복 바빠진 현대글로비스

현대엔지니어링 상장 소식에...정의선 최대 지분 있는 ‘현대글로비스’ 눈길
지주사 지분 매입위해 현금 중요해져...글로비스 지분 가치는 1.6조원 수준
글로비스, 체력 올려야 하지만...지난해 실적 떨어지고 1Q도 하향곡선 예고

[FETV=김현호 기자] 현대엔지니어링의 기업공개(IPO) 추진으로 눈길을 끄는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가 있다. 바로 현대자동차그룹의 물류전문기업 현대글로비스다. 이유는 현대글로비스가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중심에 섰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다.

 

따라서 이번 IPO가 현대자동차그룹 재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인 동시에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되는 점에서 사실상 '성공의 열쇠(?)'인 셈이다.  정 회장의 지배력 강화는 지주회사 지분을 얼마 만큼 확보하는지가 중요한 변수다. 정 회장과 현대자동차그룹 경영진은 물론 재계 전문가들이 현대글로비스의 가치 평가에 주파수를 맞추는 이유다.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현대글로비스 눈길=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 크게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순환출자는 부실 계열사가 발생할 경우 지배력이 흔들리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또 과다한 물량을 지원할 경우 ‘일감 몰아주기’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다. 정부로부터 공정거래의 칼날을 피할 수 없는 대목들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8년, 현대모비스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등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이후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모비스를 지주회사로 세우는 방안이 재추진 될 것이라 보고 있다. 정의선 회장 입장에선 모비스의 지분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는 게 중요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정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모비스의 지분은 0.32%에 불과하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번 상장에 대해 “기업 투명성과 미래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정 회장의 지분이 높은 기업이라 업계에서는 그룹의 지배력을 키우기 위한 사전 절차로 풀이하고 있다. 정 회장이 그룹 계열사 가운데 두 번째로 많은 11.7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상장 이후 ‘현금 실탄’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오기 때문이다.

 

현금확보가 중요한 만큼 정 회장이 보유한 주식 중 가장 많은 현대글로비스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의 상장 소식이 나왔던 지난 13일,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5000원 오른 18만35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물류·해운·유통사업을 담당하는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2001년, 정몽구-정의선 부자가 100%의 지분을 보유한 채 한국로지텍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다. 사명은 2004년에 변경됐고 2005년에는 상장이 이뤄졌다. 정 회장의 보유 지분은 23.29%이다.

 

◆실적 악화된 글로비스, 올해 행보는?=2018년 무산됐던 지배구조 개편안이 재추진될 경우 기아(17.3%)와 현대제철(5.8%), 현대글로비스(0.7%)가 보유한 현대모비스의 지분은 정의선 회장이 매입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 기업의 지분이 매각돼야 순환출자 구조가 해결되기 때문이다. 이들 회사의 보유 지분 가치는 약 7조원 수준이다.

 

현대글로비스의 상장주식수는 3750만주로 시가총액은 7조원 안팎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월25일, ‘애플카’ 이슈로 주가가 22만7500원까지 치솟자 시총은 8조5000억원까지 오른 바 있지만 주가는 최근 5년 사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의선 회장이 보유한 주식(873만2290주)의 지분가치는 1조6310억원 수준에 그치고 있어 기업가치를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

 

 

글로비스를 통해 정 회장이 확보할 현금이 많아지려면 회사의 가치가 높아져야 하지만 지난해 실적은 후퇴했고 올해 시장 전망도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6조5198억원, 영업이익은 6621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각각 9.6%, 24.4% 감소해 영업이익률은 4.80%에서 4.01%로 줄어들었다.

 

매출은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북미, 유럽 등 전 지역에서 줄어들었고 영업이익은 물류·해운·유통사업이 전부 감소했다. 현대글로비스는 “내수판매와 해외 현지 내륙운송의 물동량은 증가했지만 원화절상의 이유로 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당기순이익은 2017년 이후 가장 많은 6061억원을 올렸고 현금성자산은 1조4011억원에 달해 역대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현대글로비스의 올해 1분기 매출을 4조5628억원, 영업이익은 1906억원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3%, 2.2% 감소한 수치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 실적은 전방산업 영향이 반영되며 시장 기대치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올해부터 시행되는 새로운 공정거래법에 따라 정 회장은 글로비스의 보유지분을 일부 매각해야 하기 때문에 글로비스의 가치 평가가 더욱 중요해 졌다. 지난해 12월 국회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라 오너일가는 상장여부를 떠나 계열사의 지분을 20%로 낮춰야 한다. 정 회장과 정몽구 명예회장이 보유한 글로비스의 합산 지분은 29.9%로 올해 말까지 10%를 팔아야 규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