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의 애호품인 커피가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암 유발 가능 물질의 오명을 벗었다. 그러나 커피 자체는 안전할지 몰라도 ‘뜨거운 커피’는 위험할 수도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의 보고서를 인용해 65℃가 넘는 뜨거운 음료를 자주 마시면 식도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고 소개했다. 식도암은 암 가운데 8번째로 가장 많이 걸리는 질환이다. 커피든, 녹차든, 그냥 물이든 뜨거운 음료를 자주 마시다보면 식도에 온열화상을 입을 수 있는데, 이 온열화상이 암으로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IARC가 구성한 23명의 전문가들은 매우 뜨거운 음료를 자주 마시는 것은 마치 가솔린과 자동차 배기가스에 오래 노출된 것 만큼이나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비록 증거가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중국과 이란, 터키, 남아메리카의 일부 국가 등 더운 음료를 자주 마시는 지역에서는 관련 연구가 이뤄진 바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들 지역에서는 70℃ 이상의 음료 섭취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연구진은 커피와 발암의 연관성을 연구한 논문 1000여편을 재검토한 결과 커피와 암 유발 간 상관관계는 불분명하다고 결론 내렸다. 이는 WHO가 지난 1991년 커피가 방광암을 유발할 수 있다며 ‘2B군’ 발암물질로 지정한 것을 뒤집는 결과다. ‘2B군’ 발암물질이란 연구 자료가 제한적이지만 발암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연구에 참여한 크리스토퍼 빌드 IARC 이사는 “뜨거운 음료를 마시면 식도암 위험이 높다는 것은 말 그대로 ‘온도’ 때문일 뿐 ‘음료’ 자체 탓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오히려 커피를 자주 마시면 자궁암이나 구강암 등 일부 암의 발병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