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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재벌 빅3' 기상도···최태원 ’맑음' vs 이재용·정의선 ‘흐림’

현대차 은폐 의혹·리콜 사건, 정 부회장의 '고객 경영'에 걸림돌
이 부회장, 경영실적 감소, 삼성바이오 검찰 수사 등 여러 악재 겹쳐
최 회장, '사회적 경영' 선도하며 최근 베트남 1‧2위 민영기업과 사업확대

 

[FETV=박광원 기자] "최태원 ’맑음' vs 이재용·정의선 ‘흐림’" 요즘 대한민국 3대 총수의 분위기를 단적으로 상징하는 재계의 기상도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중국발 화웨이 반사이익과 글로벌 영토 확장, 착한기업 프로젝트 호응 등으로 연일 싱글벙글이다. 반면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기아차그룹 수석부회장 등은 잇따른 리콜사태와 검찰의 삼바 수사 등 잇따른 악재로 속앓이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은 22일 서울에서 열린 칼라일 그룹 초청 단독대담에서 ‘고객 중심의 고객 경영’을 강조했다. 또 정 부회장은 “앞으로 우리 문화는 더욱 자유로워지고 자율적인 의사결정 문화로 변모할 것”이라며 사실상 ‘정의선표 새 시대’ 개막을 선언했다.

 

그러나 2015년부터 불거진 현대차 내부의 은폐 의혹·리콜 사건들은 추후 정 회장이 추구하는 고객 경영 행보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최근 검찰이 현대차의 세타2 엔진 결함 은폐 의혹과 관련해 방창섭 현대케피코 대표이사를 불러 조사했다. 이는 지난 4월 26일과 29일에 이어 세 번째 소환조사다.

 

검찰은 현대차가 2015년 9월 미국에서 최초로 세타2 엔진 관련 리콜을 시행하기 전에 작성한 품질본부장 명의의 윗선 보고 문건들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해당 문건에 따르면 현대차측이 현대·기아차 엔진결함을 인지하고도 은폐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앞서 현대차는 세타2 엔진 결함으로 미국에서 2015년 9월 47만대, 2017년 3월 119만대를 리콜한 바 있다. 현대차는 동일 엔진이 장착된 국내 차량에 대해선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시동 꺼짐 현상 등이 나타나자 2017년 4월에야 17만대를 리콜했다. 서울YMCA 자동차안전센터도 세타2 엔진의 제작 결함과 관련해 현대차 측이 결함 가능성을 은폐했다며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 등을 고발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 내부적으로는 미국 검찰의 수사 결과에 훨씬 더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라고 진단했다. 이유는 처벌 수위 자체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잇따른 리콜·은폐 의혹들은 정 부회장뿐 아니라 현대차 전체에도 큰 악재가 될 수 있다. 또 사드(THAAD) 갈등 여파로 베이징 1공장을 철수하는 등 중국내 자동차 입지가 나날이 줄어들고 있는 현대차는 지난달 발표된 중국차 시장 내 실적 악화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정 부회장의 새로운 기조 아래 움직이는 현대차는 실적 위기에 내몰리는 상황이 됐다.

 

삼성그룹도 최근 불어닥친 미중 통상전쟁과 화웨이 사태, 경영실적 감소,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검찰 수사 등으로 내부 위기를 겪고 있다. 거기에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최근 '재벌개혁' 의지를 천명하면서 이 부회장을 겨냥해 "삼성의 지배구조를 어떻게 개선하고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들지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언급하며 이 부회장을 압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최근 삼성이 주말 사장단 회의를 개최한 것은 그만큼 경영여건이 심각하다는 판단을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은 6월 1일 경기도 화성사업장에서 열린 사장단 회의에서 글로벌 경영환경을 점검하고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책임경영을 선언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단기적인 기회와 성과에 일희일비하면 안 된다"며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삼성이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장기적이고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재계 관계자는 "책임경영을 선언한 이 부회장이 그룹의 최대 난관 앞에서 직접 위기관리에 나섰고 이를 공개하기로 결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핵심사업과 투자 등을 직접 챙기며 발빠르게 전략을 수립해나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현재 삼성그룹이 급박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최근 남다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며 ‘DBL(더블바텀라인)’ 경영을 본격화했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사회적가치)위원회 위원장은 SK의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해 “신규 사업 전략이다”라고 소개했다. 이는 경영환경에 따라 소비자들은 ‘착한 일’을 하는 기업의 브랜드 가치에 높은 점수를 준다는 설명이다.

 

지난달부터 SK 계열사들은 사회적 가치 성과를 발표하며 사실상 최 회장의 기조를 따르고 있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미국이 주도하는 ‘화웨이 규제'로 반도체 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게 됐다. 화웨이에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던 마이크론이 규제로 거래가 중단되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새로운 파트너로 물망에 오른 것이다.

 

또, SK그룹은 베트남 1‧2위 민영기업과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최 회장은 5일 베트남 1·2위의 민간기업 총수들을 만나 각종 협력강화·사업확대 등을 논의할 예정이며, 추후 신규사업 투자를 통해 기회를 모색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