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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푸른 뱀의 해’로 불린 2025년 을사년, 국내 산업계는 급변하는 대내외 환경 속에서 크고 작은 변곡점을 지나왔다. FETV는 주요 산업별로 2025년 한 해를 관통한 핵심 키워드를 짚어보고, 각 업계가 어떤 선택과 변화를 겪어왔는지를 되돌아보고자 한다. |
[FETV=이건혁 기자] 올해 '스테이블코인'이 금융당국과 정치권의 화두로 떠올랐다. 은행부터 가상자산거래소, 핀테크 등 업계는 전담 TF 구성부터 상표출원, 인수합병 등으로 사업 '출발선'에 섰다. 그러나 이에 반해 법제화는 내년으로 미뤄진 상태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원화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안이 내년 초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K금융 대전환’ 심포지엄에서 “관계기관 간 협의를 원만히 마치고, 국회에서 입법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윤영주 금융위 가상자산과 사무관도 “조만간 정부안이 나오도록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하며 보조를 맞췄다. 앞선 23일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기자들과 만나 “정부안이 내년 연초에 제출될 것”이라며 “1월 중 여당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계획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올해 초 점화됐던 스테이블코인 법제화 논의는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금융위는 1월부터 관련 규율체계 마련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고, 4월에는 하반기 중 2단계법 세부안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관심을 보였고, 집권 이후 여당 발의안 논의가 본격화되며 연내 통과 기대가 커지기도 했다.
기대감이 커지자 업계는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은행·가상자산거래소·IT 기업들은 자사 이름을 딴 원화 스테이블코인 상표를 잇달아 출원했고, 은행권을 중심으로 공동 스테이블코인 발행 논의도 본격화됐다. 실무는 OBDIA(오픈블록체인·DID협회)가 맡아 관련 분과를 신설하고 PoC(기술검증)에 착수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13개 은행과 금융결제원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은행들은 이와 별도로 전담 TF를 꾸리거나 IT 기업과 MOU(업무협약)를 맺는 등 개별적인 대비에도 나섰다.
핀테크 기업들도 주도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카카오는 카카오·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3사가 참여하는 그룹 차원의 공동 TF를 구성했다. 최근에는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슈퍼월렛’ 전략을 제시하며, 카카오뱅크 계좌를 기반으로 해외에서도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을 내놓기도 했다. 토스 역시 전담 TF를 꾸리고 빗썸과 협업을 논의하는 등 대응 수위를 끌어올리는 분위기다.
네이버는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을 통해 두나무를 자회사로 편입하며 판을 키웠다.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가 네이버 생태계로 들어가면서 업계에서는 ‘공룡 기업’이 탄생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구체적인 법안 내용이 확정되지 않아 변수가 남아 있지만, 네이버는 이번 인수로 발행부터 결제, 유통까지 단일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법제화가 계획대로 내년 1월 안에 마무리될지는 미지수다. 정부안이 나오면 국회는 정부안과 여야 발의안 사이에서 접점을 찾겠다는 구상이지만, 아직 정부안이 공개되지 않은 데다 올해 내내 관계기관 간 이견도 좁혀지지 않았다.
업계는 원화 약세 방어와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디지털 금융 육성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디지털 자산 생태계가 빠르게 확장되는 것과 비교해 국내 정책이 ‘규제 중심’에 머물러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발행 장벽을 낮춰 은행뿐 아니라 핀테크·플랫폼 등 다양한 참여자가 진입할 수 있어야 혁신이 촉진된다는 목소리가 크다.
반면 한국은행은 스테이블코인이 사실상 화폐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만큼 신중론을 유지해 왔다. 민간 발행이 확대될 경우 신용 훼손과 뱅크런, 외환·자본 유출 등 시스템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은은 위험을 줄이기 위해 은행 중심의 발행이 필요하다고 보고, 자본 규모와 건전성 관리 체계를 갖춘 주체로 발행 범위를 제한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올해 내내 관련 이슈가 뜨거웠지만 아무것도 이뤄지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며 “결국 정부에서 가이드가 나와야 업계에서도 발 맞출 수 있는 만큼 어떤 방향이든 정해져야 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