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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中-애플 비밀계약’ 삼성디스플레이, 중소형 OLED 아성 흔들리나

“애플, 중국 공급사 물량 더 많이 쓰겠다는 내용으로 中과 비밀계약”
中 디스플레이 기업, 애플에 스마트폰 OLED 공급량 늘리기 시작
세계 1위 삼성D 휘청?…중소형 OLED 탑재량 높아지고 기술력 격차도 여전

[FETV=김현호 기자] 중국에서 질주중인 애플이 중국과 ‘비밀계약’이 있었다는 폭로가 나와 주목된다. 애플은 제재를 면제받기 위해 중국 기업의 부품을 더 많이 사용하도록 계약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밀계약의 힘인지 교체용 패널만 공급하고 있던 중국 BOE가 최근 애플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를 공급하기로 했다. 최대 공급사인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선 뼈아픈 상황이다.

 

BOE의 공급량 확대로 점유율에선 경쟁사와 공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만, 애플이 다른 주요 기기에 OLED를 확대 적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소형 OLED의 활용 영역이 넓어지는 만큼 새로운 기회요인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비밀계약의 힘?‘ 중국 BOE, 애플 공급량 ↑=중소형 OLED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인 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을 최대 고객사로 두며 승승장구 중이다. 하지만 중국 디스플레이 기업이 애플에 공급량을 늘리기로 결정하면서 아성이 흔들리는 모양새다. 이 같은 중국 기업의 약진은 최근 폭로된 애플과 중국의 ’밀월 관계‘에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IT 전문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지난 2016년, 팀 쿡 애플 CEO는 중국과 2750억달러(약 320조원) 규모의 비밀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계약으로 애플은 애플페이, 아이클라우드, 앱스토어 등의 제재를 면제받는 대신 중국 제조업체에 제조 기술 개발 지원과 중국 공급업체의 부품을 더 많이 사용하기로 했다. 애플이 중국에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천문학적인 지원을 약속한 것으로 이를 위해 팀 쿡은 중국을 수차례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현 메타),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영향력은 없는 반면, 애플은 중국에서 승승장구 하고 있다. 올해 3분기, 애플이 중화권 시장에서 거둔 순이익은 145억63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83% 증가했다. 이는 전체 순이익의 71%에 달하는 규모다. 높은 수익 때문인지 애플은 중국에 유독 약했다. 미국의 ‘테러범 아이폰 잠금을 해제하라’는 요청도 거부했던 애플이 “중국 아이폰 사용자의 개인 정보와 데이터를 중국에 넘겼다”는 뉴욕타임즈의 지난 5월 보도가 대표적이다.

 

이 같은 비밀계약에 힘입어(?) 최근 중국 1위 디스플레이 기업인 BOE가 애플과 대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외신 등에 따르면 BOE는 아이폰13에 탑재되는 OLED를 내년부터 공급하기로 했다. 애플은 아이폰12 시리즈부터 모든 기종에 OLED 패널을 적용하고 있는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이어 BOE까지 부품사를 확대한 것이다. BOE가 그동안 아이폰의 교체용 패널만 공급했던 점을 고려하면 위상이 크게 오른 셈이다.

 

 

◆BOE 성장률 높지만...기술력·공급망 다변화=삼성디스플레이는 애플 효과로 중소형 OLED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SCC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삼성디스플레이의 전 세계 스마트폰용 OLED 점유율은 73.5%로 BOE(6.7%)와 LG디스플레이(6.5%)를 크게 뛰어넘었다. 애플향 OLED 탑재량 확대와 삼성전자의 ‘갤럭시Z 3 시리즈’ 출시 효과로 인한 호실적도 예상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지난해 미국에서 올린 매출은 전체 40%에 달하는 11조8580억원이다. 이는 2019년보다 31% 이상 증가한 것으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생산 공장이 위치한 베트남(8조3372억원)보다 높았다. 업계에서는 올해 2분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50% 증가한 43억400만달러(5조507억원)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BOE(21억3000만 달러)를 2배 이상 앞선 수치다.

 

문제는 BOE의 OLED 공급량이 늘어나면서 삼성디스플레이가 더 이상 애플의 수혜를 늘리기가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예측한 내년 애플의 아이폰 생산량은 2억4300만대다. BOE의 내년 아이폰 OLED 공급물량은 4000만대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는데 단순 계산시, 2022년 BOE의 아이폰 OLED 점유율은 16.5%다. 올해 10%도 안 되는 점유율을 고려하면 눈에 띄는 성장세다.

 

하지만 BOE의 성장세가 이어져도 애플이 OLED 사용량을 크게 확대할 것으로 보여 공급망 다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선 스마트폰 영역에서 점유율을 나눠주더라도 애플의 OLED 침투율이 높아지는 만큼 호재를 누릴 수 있는 것이다. 또 기술력에 있어서도 삼성디스플레이의 벽은 여전히 높은 상태다.

 

OLED가 장착된 아이패드는 2022년 출시가 전망돼 삼성디스플레이의 수혜가 기대되고 있다. 김소원 키움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애플의 아이패드 출시로 IT 기기로의 OLED 침투율 확대가 가속화될 전망”이라며 “OLED 아이패드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전량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또 2023년에는 ‘폴더블 아이폰’ 출시설도 제기되고 있다. 디스플레이는 역시 OLED 탑재가 유력한 상태다.

 

아이폰13 프로와 프로맥스 모델에는 120헤르츠(Hz) 주사율과 LTPO(저온다결정산화물) TFT(박막트랜지스터)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주사율(1초간 화면에서 보이는 이미지 수)이 높아지면 전력 소모량이 빨라지는 문제가 발생하는데 LTPO는 누설전류를 막아주고 전체 소비전력을 낮추는 역할을 한다. 현재 이 기술을 구현하는 기업은 삼성디스플레이가 유일하다. 업계에서는 BOE가 삼성보다 늦은 오는 2024년에야 이 기술을 양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디스플레이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은 삼성에 이어 LG디스플레이, BOE까지 공급망을 확대하고 있는데 이는 애플의 예상된 수순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애플의 선택은 일부 기업에 의존하지 않으려 했던 의도”라며 “애플의 OLED 사용량이 늘어날수록 디스플레이 기업이 누리는 효과도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