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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금융, 성추행․횡령․채용비리 복마전… 부당 ‘대출금리’ 조사도 임박

계약직 직원 성추행, 회장 구속, 횡령 등으로 ‘신뢰’ 바닥
박인규 전 회장, 유일하게 채용비리로 구속된 CEO 오명
숙원 사업 하이투자증권 인수에도 ‘적색’ 신호

[FETV(푸드경제TV)=김진환 기자] 복마전이란 단어가 있다. 마귀가 엎드려 숨어 있는 전각이란 의미다. 소설 수호지에 나오는 단어다. 북송시대 한 신하가 왕명으로 현인을 찾으러 갔다가 제멋대로 ‘복마지전’이란 전각 내부를 뒤졌다. 그 바람에 갖혀있던 마왕 108명이 도망쳐 세상을 어지럽혔다는 이야기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악의 소굴, 사람들에게 해를 입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보통 부정부패, 비리의 온상지를 복마전이라고 한다.

 

금융권에도 복마전이 있다. 대구은행을 핵심으로 하는 DGB금융지주가 그렇다. 대구‧경북을 대표하는 향토기업, 지역 인재들이 대학 졸업후 취업을 희망하는 5대 기업중 하나인 DGB금융이 최근 비리로 얼룩지며 강도 높은 개혁을 요구받고 있다.

 

DGB금융의 위기는 이미 지난해부터 감지됐다. 수차례 지역언론 등을 통해 내부 비리 사실들이 보도되면서 쇄신을 요구받았지만 그때마다 주먹구구식 땜질 처방과 회피로 일관했다. 결국 전 행장 구속 등의 일련의 사태를 불러왔다.

 

 

일명 ‘대구은행 사태’는 지난해 7월 시작됐다. 대구은행 간부급 직원이 회식자리에서 여직원을 성추행하고 희롱했다는 의혹이 터져나왔다. 이들은 여직원에게 만남을 요구하거나 강제로 입맞춤을 하는 등 성추행을 했다. 피해 여성이 계약직 사원임이 알려지면서 ‘갑질 성추행’이란 신조어도 만들어 냈다. 게다가 지역 시민단체가 나서서야 피해자의 처우에 대한 조치를 취하고 은행장이 사과하는 등 늑장 대처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몇몇 직원의 일탈이었지만 사회적 파장은 컸다. 뒤를 이어서는 박인규 전 DGB금융 회장(대구은행장 겸직)이 업무상 횡령 혐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박 전 회장은 취임 이후 약 2년여간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한 뒤 다시 파는 수법, 이른바 ‘상품권 깡’으로 32억70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의혹을 받았다. 그렇게 조성된 비자금 중 1억원은 박 전 회장이 개인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수사 당국은 파악했다.

 

결국 박 전 회장은 지난 3월 29일 대구은행장직에 이어 지주 회장직에서까지 물러났다. 박 전 회장이 물러나기 전까지 대구은행 측은 경찰에 내부 정보를 유출한 제보자를 색출하는 데 혈안이 되기도 했다. 임원들의 전화를 수거해 통화기록을 확인한 것이다. 은행 내부 정보 유출에 대한 ‘경각심’ 차원이라는 궁색한 변명으로 또 한 번 질타를 받았다.

 

박 전 회장은 횡령 혐의 외에 채용비리까지 터지면서 결국 구속됐다. 지난 4월 30일 대구지방법원은 박 전 행장에 대해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증거인멸교사, 업무상 횡령ㆍ배임 등의 혐의로 영장을 발부했다. 박 전 행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지난해 12월과 올 1월 두 차례 기각됐었다. 이후 법원도 박 전 행장이 횡령과 관련된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점과 채용비리라는 큰 이슈까지 고려해 구속을 결정했다.

 

 

10여차례의 압수수색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수성구청 펀드 손실금 보전 의혹도 터졌다. 수성구는 2008년 대구은행이 운용하는 해외 펀드에 공공자금 30억원을 투자했다. 이후 글로벌금융 위기 등으로 펀드에 12억2000만원의 손실이 발생했고, 이 손실을 대구은행이 2014년 전액 보전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이 국민의 혈세를 투자상품에 30억원이나 굴린 사실도 놀랍지만, 펀드 상품이 손실이 났다고 다 물어준 대구은행의 태도도 상식 밖이다. 금융법 위반이다.

 

결국 구 금고 유치 등을 위해 손실금을 보전해 준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검찰은 뇌물공여 등의 혐으로 박 전 행장을 추가 조사하고 불법적 비자금 조성과의 연계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대구은행 사태의 화룡정점은 역시 채용비리다. 대검찰청 반부패부는 지난 17일 전국 6개 시중은행의 채용비리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12명을 구속하고 총 38명을 기소했다. 이중 대구은행 채용비리를 수사한 대구지검은 박 전 회장 등 2명을 구속하고 인사 관련 간부 6명을 불구속기소했다. 유일하게 대구은행만 은행장이 구속되는 수모를 당했다.

 

대구지검에 따르면 대구은행에서는 모두 24건의 채용비리가 발견됐다. 박 전 회장은 2014년부터 VIP고객, 주요 거래처, 부행장 등으로부터 청탁을 받고 전형점수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총 7차례에 걸쳐 이들을 합격시킨 혐의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신임 김경룡 대구은행장 내정자는 기소돼지 않았다. 박 전 회장이 사퇴 후 대구은행장으로 내정됐지만 채용비리와 연류되면서 주주총회는 무한 연기됐다. 김경룡 내정자는 경산시 금고 선정 과정에서 담당 공무원에게 유리한 평가 항목으로 바꿔 달라고 부탁을 했고, 그 댓가로 공무원 아들을 채용한 혐의였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장기간 은행장 공석으로 인한 업무차질이 있지만 김 내정자가 완전히 채용비리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노조가 아직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대구은행 측에서도 김 내정자를 선임하기엔 부담감이 크다.

 

대구은행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DGB금융의 숙원 사업인 증권사 인수도 큰 차질을 빚고 있다. DGB금융은 지난해 11월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최종 결정하고 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인수가격은 현대중공업그룹 보유지분 85.3%(3억4243만주)와 자회사 하이자산운용, 현대선물을 포함해 4500억원이었다.

 

DGB금융의 경우 대구은행의 비중이 90% 이상 절대적이기 때문에 증권사 인수를 통해 계열사간 균형과 시너지 창출, 수익 다각화가 필수다. DGB금융지주는 산하에 DGB대구은행, DGB생명보험, DGB캐피탈, DGB자산운용, DGB유페이, DGB신용정보 등을 거느리고 있지만 유일하게 증권사만 없다. DGB금융은 하이투자증권 인수를 통해 본격 종합금융그룹으로 거듭난다는 복안이었지만 박 전 회장의 횡령, 채용비리 등 일련의 사건으로 전면 중단됐다.

 

 

지난달 취임한 김태오 회장을 중심으로 DGB금융이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다시 뛰어들고 있지만 현재 조사 중인 각종 비리로 인해 당국의 제재를 받을 경우 불가능해진다.

 

악재가 이것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다. 아직 당국의 조사가 하나 더 남았다. ‘대출금리 산정오류’ 건이다. 금감원은 지난 21일 9개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한 ‘대출금리 산정체계’ 검사 결과 시중은행이 대출금리를 부당하게 산정한 사례를 공개했다. 건수나 사례를 봤을 때 단순 업무 실수를 넘어 고의성이 있다는 게 당국의 생각이다.

 

금감원은 사안의 심각성 등을 고려해 전수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대구은행도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 경남은행이 25억원의 대출금리 오류가 발생한 점을 본다면 대구은행 등 기타 은행에서도 유사한 건이 발견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