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조성호 기자] 사모펀드 운용사인 알펜루트자산운용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일부 펀드들에 대한 환매 중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들이 펀드 운용 자금을 지원해준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잇달아 해지하겠다고 통보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대규모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를 일으킨 라임자산운용에 이어 또 다시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하면서 자산운용업계 전반으로 불똥이 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알펜루트자산운용은 이날 환매 청구 주기가 돌아오는 567억원 규모의 개방형 펀드 ‘에이트리’ 환매를 연기하기로 했다. 이어 또 다른 25개 펀드(총 설정액 약 1730억원)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환매를 연기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알펜루트자산운용의 환매 연기 사태는 그 동안 이 회사에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를 제공한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등이 TRS 계약을 통해 지원한 자금을 회수하겠다고 최근 통보하면서 비롯됐다.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으로 투자한 금액 일부에 대해서도 환매를 요청했다.

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이 TRS 계약에 대한 리스크 관리에 나서면서 대출금 회수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TRS 계약은 증권사가 해지를 요구하면 운용사는 이를 따라야 한다.

TRS 계약은 증권사가 증거금을 담보로 받고 자산을 대신 매입해주면서 그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 것으로 레버리지(차입)를 일으킬 수 있어 운용사의 펀드 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증권사가 계약을 해지하게 되면 운용사 입장에서는 이 자금을 돌려주고 다른 자금으로 메워야 하기 때문에 유동성 문제를 겪을 경우 펀드 전체의 운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

에이트리 펀드의 경우 미래에셋대우의 TRS 자금 19억5000만원 가량이 투입됐으며 주로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등에 투자돼 당장 현금화가 어려워지면서 유동성 문제에 빠졌다.

특히 TRS 자금이 들어간 다른 26개 펀드들도 다음달 중순부터 순차적으로 환매 청구 주기가 돌아오는 가운데 TRS 자금을 뺄 경우 정상적인 운용이 어려워져 환매 연기 사태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