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TV=유길연 기자] 이달 주요 상장사들의 정기 주주 총회(주총)를 앞두고 금융권의 시선은 4대 금융지주의 '이사회'로 향하고 있다.

올해도 '리딩금융' 전쟁을 이어갈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각각 이사회의 ‘안정’과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하나금융은 내년 회장 선출 관련 이사회 구성의 중요성이 커졌고, 우리금융은 과점주주에 의사에 따라 사외이사 교체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KB금융, 임기만료 사외이사 5인 모두 재신임...‘안정’ 꾀해

KB금융은 이달 23일 정기 주총을 개최한다. 이번 주총의 주요 안건은 사외이사 5인에 대한 연임 여부다. 금융지주의 사외이사 선출과 재신임은 이사회가 결정해 주총에 의안으로 상정하면 주주들의 표결로 결정하는 구조로 이뤄진다. 재신임 대상자는 스튜어트 솔로몬·선우석호·최명희·정구환·김경호 이사다. 이사회 의장인 선우 이사를 포함한 네 명의 인물은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연임에 성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KB금융의 사외이사는 처음 선임되면 2년의 임기가 주어지고, 이후 1년씩 연임하는 구조다. 최대 5년까지 임기를 이어갈 수 있다.  

이와 함께 이사회 구성에 변수가 될 수 있었던 사안이 모두 주총 의안으로 상정되지 않으면서 이사회는 당분간 현행 체제를 유지할 전망이다. 

우선, 일각에서 제기된 양종희 KB금융 부회장의 등기이사 임명은 없던 일이 됐다. 양 부회장이 등기이사로 올라서면 KB금융 이사회는 큰 변화를 겪게 돼 업계의 관심이 쏠렸다. 최근 3년 동안 KB금융의 이사회는 사외이사 7명 외에 사내이사인 윤 회장과 함께 허인 국민은행장이 기타비상임 이사로 구성됐다. 이러한 7대 2 구도는 양 회장이 등기이사 자격으로 이사회 일원이 되면 깨진다. KB금융 이사회는 사외이사의 영향력 축소에 대한 우려와 함께 조직의 안정을 위해 양 부회장의 등기이사 임명을 결정하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KB금융 노조가 추진했던 공익이사 선임도 불가능하게 됐다. 노조는 최근 몇 년간 노조 추천 사외이사 후보를 이사회에 진출시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올해는 KB금융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주권을 행사해 공익이사 후보를 추천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사외이사 인력 풀이 구성되지 않았고, 해당 기업에 주주제안을 하기 위한 시간적 한계도 존재한다는 이유로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KB금융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도 연임을 결정한 만큼, 이사회는 사외이사도 유임을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 신한금융, 재일교포 사외이사진 변화에 ‘촉각’

신한금융 이사회는 큰 변화가 예상된다. 이달로 임기를 마치게 되는 8인의 사외이사 가운데 박철 이사와 히라카와 이사는 6년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신한금융 사외이사는 2년 임기에 1년씩 연임할 수 있으며, 최대 임기는 6년이다. 이와 함께 신한금융은 새로운 사외이사 2명을 추가로 선임한다. 작년 하반기 신한금융은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인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를 상대로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기 때문이다. 신한금융은 두 사모펀드에 신주 배정과 함께 사외이사 선임권도 부여했다. 

업계의 관심은 재일교포 주주를 대표하는 히라카와 이사의 후임자에 쏠린다. 작년 금융당국이 신한금융을 향해 금융업과 거리가 먼 업종 출신의 재일교포 사외이사들이 이사회 자리를 너무 많이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현재 재일교포 주주들은 신한금융 전체 지분 가운데 13∼16%를 보유하고 있지만, 사외이사 10명 가운데 40%인 네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히라카와 이사의 자리에는 회계사, 변호사 등 전문가가 임명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재일교포 출신의 전문가가 선임돼 재일교포 주주들의 사외이사 자릿수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작년 대규모 증자로 인해 재일교포 주주들은 이사회에서 영향력 약화를 우려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증자로 재일교포 집단의 지분율도 하락했고 사모펀드가 추천하는 2명의 사외이사가 추가로 선임돼 이사회 내 비중도 축소되기 때문이다. 이사회 내 긴장감이 높아진 만큼, 재일교포 주주들이 차지하고 있는 사외이사 네 자리는 보장해 이사회 안정을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퇴임을 앞둔 사외이사 2명의 자리와 함께 글로벌 사모펀드들이 추천하는 사외이사의 임명도 사추위의 심사를 통해 적임자가 선임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 하나금융, 회추위원장 퇴임...내년 회장 선출할 인물은 누구? 

하나금융은 사외이사 8인 모두가 이번 주총으로 임기가 끝난다. 이 가운데 윤성복 사외이사는 이달로 6년 임기를 채우게 돼 추가 임기가 불가능하다. 하나금융은 새로운 사외이사 1인을 새로 임명해야 한다. 

특히, 윤 이사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어 이번 이사회 구성은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 하나금융은 내년에 새로운 인물을 회장으로 선출해야 한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나이제한 규정 때문에 올해 보장받은 1년 추가 임기 후 퇴임해야하기 때문이다. 이에 하나금융은 새로운 회추위원장을 임명하는 등 이사회 구성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윤성복 사외이사 자리는 이사회의 객관적인 심사를 통해 금융 전문가가 선임될 것이다"라고 전했다. 

●우리금융, 연임 우세 속 ‘변화’ 가능성도

우리금융은 사외이사 6인 가운데 지난 2019년 지주사 재출범 당시 선임됐던 사외이사 5인이 임기가 종료된다. 첫 연임 여부를 결정받는 만큼 임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과점주주들이 다른 인물을 추천하면 교체 가능성도 있다. 우리금융 사외이사는 과점주주들의 추천을 받은 인물로 구성돼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사외이사는 연임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라며 “하지만 과점주주들의 의사가 중요한 만큼, 주총까지 가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