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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총수 구속된 삼성 '글로벌 성장동력' 발목잡히나

이재용 부회장 집행유예 이후... 3년 만에 총수 공백
경쟁사들, 잇따른 M&A로 바쁘게 움직이는데...
구속 이후 중단됐던 사장단 회의, 다시 멈출까
끝나지 않은 '사법리스크'... '불법 승계' 혐의 남아

[FETV=김현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날 재판부로부터 ‘뇌물 공여’ 혐의에 관해 실형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되면서 삼성이 3년 만에 ‘선장’을 다시 잃게 됐다. 이로써 새로운 삼성의 기틀을 마련하는 게 힘들어졌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삼성전자의 경영차질 우려가 나온다.

 

 

◆갈 길 바쁜 삼성... 총수 공백에 ‘성장동력’ 위축 가능성=코로나19,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고 있는 가운데 집행유예 선고로 석방됐던 이 부회장이 3년 만에 재구속 되면서 삼성의 리더십 공백이 다시 발생했다. 이에 재계에선 지난해 이 부회장의 대국민 사과 당시 선언했던 '뉴삼성'의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리더십 공백이 발생하면서 신사업 추진 등이 성장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잇따른 인수합병(M&A)과 공격적인 경영을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0월, 인텔의 SSD 사업부문과 낸드플래시 단품 및 웨이퍼 비즈니스, 중국 다롄 생산시설을 포함한 낸드 사업(옵테인 사업부 제외)를 인수하기로 했다. 인수 금액은 약 10조3104억원으로 이는 국내 M&A 역사상 최대규모다.

 

또 이 부회장의 ‘시스템 반도체 1위’ 목표를 위한 핵심 사업으로 분류되는 파운드리 분야에서는 대만의 TSMC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외신 등에 따르면 TSMC는 올해 설비투자액을 지난해 대비 60% 이상 증가한 250억~280억달러(약 27조~31조원)로 설정했다. TSMC는 이 가운데 80%를 초미세화 선단공정(3, 5, 7나노)에 사용할 것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TSMC의 막대한 투자로 5나노(㎚, 1㎚=10억분의 1m) 이하 공정에서 팹리스(반도체 설계회사) 고객인 애플과 AMD, 엔비디아, 퀄컴 등의 주문량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매출기준) 1위 기업은 TSMC(55.6%)로 2위인 삼성전자(16.4%)에 비해 3배에 달했다.

 

또 글로벌 그래픽저장장치(GPU)의 최강자로 분류되는 엔비디아는 지난해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을 400억 달러(약 47조3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는 반도체 M&A 가운데 최대 규모다. ARM은 세계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기초설계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팹리스 기업으로 수많은 반도체 기업이 ARM의 기본 아키텍쳐를 통해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지난주 공개한 AP 엑시노스 2100을 ARM의 설계를 기반으로 만들어 생산하고 있다.

 

◆총수 없는 삼성, 전문 경영인 체제로 가나=삼성은 이 부회장의 구속 이후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동안 삼성은 이 부회장과 관련한 뇌물 공여 혐의 재판에 관해 지난 2018년 8월 대법원 판단 직후 나온 입장을 제외하면 단 한 번도 별다른 입장을 내놓은 적이 없다.

 

재계에서는 총수 공백이 발생한 삼성이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삼성은 지난 2017년 2월, 1심 판결 당시 이 부회장이 구속되자 계열사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삼성은 매주 열던 그룹 사장단 회의를 이 부회장 구속 이후 중단시켰고 이후 자동차 전장업체 미국 하만을 인수한 뒤 굵직한 M&A도 중단됐다. 사장단이 일상적인 경영을 할 수 있지만 ‘조’ 단위의 대규모 투자가 결정되는 M&A는 총수의 의사결정이 중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불법 승계’ 혐의, 삼성의 또 다른 ‘뇌관’=변호인단은 선고 이후 "이 사건의 본질은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으로 기업이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당한 것"이라며 "그런 점을 고려해볼 때 재판부의 판단은 유감스럽다"고 했다. 이후 재상고 여부와 관련해 “판결을 검토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뇌물금액이 50억원 이상으로 결정됐기 때문에 재상고 이후에도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는 최종 마무리 수순에 들어갔지만 불법 승계 혐의가 남아 있어 삼성의 ‘사법 리스크’는 아직 끝나지 않은 모양새다. 앞서, 이 부회장의 불법 승계와 관련한 수사를 진행한 이복현 대전지검 형사3부장은 지난해 9월, 이재용 부회장에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기로 결정했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 회계 사건은 이 부회장의 ‘승계’를 위해 불법적으로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를 지배하기 위해 삼성물산의 지분이 필요했지만 합병 전 회사의 지분은 한주도 갖고 있지 않았다. 검찰을 삼성이 승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던 제일모직의 가치를 부풀리고 삼성물산의 가치는 의도적으로 떨어뜨렸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와 연관된 사안이라 판단했고 최종 수혜자인 이 부회장이 ‘이를 모를리 없었다’고 판단했다. 반면, 삼성 측은 그동안 “이 부회장은 지시를 내리지도 보고 받지도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